[KYK] 은퇴 이후 세대 '가시밭길'...베테랑들 입 모아 "배구인들 각성 좀"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급해서도 안되고, 모든 배구인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물러난 여자배구 대표팀 '황금세대'들은 입을 모았다.
7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KYK Invitational 2024' 미디어데이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공식일정 첫 날인 6월8일에 (사)대한배구협회가 주최하고 라이언앳과 넥스트크리에이티브가 공동 주관하는 '김연경 초청 국가대표 은퇴 경기'와 '국가대표 은퇴식'이 진행된다.
김연경은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총 16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2012 런던 올림픽 4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0 도쿄 올림픽 4위 등 한국 배구에 큰 획을 그었다.
공식 행사에 앞서 열린 국가대표 은퇴 미디어데이에는 23-24시즌을 마치고 현역에서 은퇴한 한송이를 비롯해 황연주, 양효진(이상 현대건설), 김수지(흥국생명), 배유나(한국도로공사), 김연경(흥국생명) 총 6명의 베테랑 선수들이 참석했다.
앞서 행사 주최에 대한 감사 인사와 소감을 전한 선수들에게는 '영광의 순간' 올림픽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이 쏟아졌다. 국가대표 은퇴식에 참가한 선수들은 대부분 2012 런던 올림픽부터 2020 도쿄 올림픽을 함께 했던 선수들 위주로 구성됐다.
이하 'KYK Invitational 2024' 미디어데이 선수 일문일답
태극마크를 단지 오래됐다. 국가대표로 활약한 시간과, 떠나고 국가대표팀이 부진한 것은 어떻게 보나?
김연경- 제가 2020 도쿄 올림픽을 뛰고나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후 많은 눈물을 흘렸다. 제가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눈물을 잘 보인적 없었다. 사실 이 행사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시간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그런데 막상 공식 행사가 되니까 은퇴라는 단어에 좀 감정적으로 묵직함이 느껴진다. 제가 MBTI가 T인데 F로 좀 바뀐거 같다(웃음) 눈치없이 또 살짝 눈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17년이라는 시간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세 번의 세대교체에도 저는 자리를 지켰다. 최근 국가대표가 부진한건 아쉽고 안타깝다. 그래서 오늘 이벤트가 우리에겐 좀 더 중요하다. 지금 국제대회를 하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도 포기하지 않고 힘내서 했으면 한다.
17년 간 국가대표로 대회를 나가면서 '이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결과를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거나, 기억나는 순간이 있나?
김연경- 저는 2020 도쿄 올림픽보다 2012 런던 올림픽이 좀 더 아쉽다. 3-4위전 한일전에서 졌던 경기에서 '우리가 좀 더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도쿄 올림픽 역시 아쉬움이 있지만 당시에는 강국인 브라질과 세르비아가 있었다. 인정할건 인정해야한다. (때문에) 런던 올림픽때가 좀 아쉽다. (한)송이언니가 좀 더 해줬으면(웃음)
돌아가면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김연경- 지금의 준비성으로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싶다.
한송이- 저도 연경이랑 (의견이) 비슷하다. 근데 그때는 지원도 적었고 기대치도 낮았다. 그래서 준비과정이 미흡했다. 그래서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돌아봤을 때는 협회, 모든 배구 관계자들이 좀 더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단설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김연경- 같이 재단을 준비하는 분들이 여기 일부 같이 있다. 다만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다. 서류 작업이나 그런 것들이 어려웠다. 한 1년 넘게 걸렸던 것 같고 최근에 승인을 받았다. 첫번째로 어떤 이벤트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계획 중에 있다.
올림픽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롤모델로서 다른 선수들에게 해줄 얘기는?
김연경- 올림픽은 우리에게 항상 큰 의미다. 2012 런던 올림픽도 아까 송이 언니가 얘기했듯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기에 여자배구가 한 단계 한 단계 대중에게 알려졌다. 2016 리우 올림픽 당시에도 그렇고 2020 도쿄 올림픽도 그렇고 다른 종목에 비해서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경기를 했다. 아쉽게 이번에 (배구가) 파리 올림픽에 나가지는 못하고, 또 많이 축소된 인원으로 올림픽을 치른다고 알고있다. 지금 한국의 모든 스포츠가 침체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처음 나가는 선수들은 많이 떨릴거다. 긴장하지 말고 연습을 많이 했을거라 생각하기에 잘 하시길 기원하고 있다. 화이팅. 저도 계속해서 롤모델로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
양효진- 저는 올림픽을 처음 봤을때 많이 놀랐다. 전 세계적인 사람들이 저를 주목한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어릴 때 처음 갔을 때는 '내가 이런 중압감있는 무대를 뛰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인상깊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선수라면 정말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가고 싶고 꼭 와봐야하는 무대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 올림픽을 나갈 수 있었고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어서 감사하다.
런던 올림픽부터 도쿄 올림픽까지 한국 여자배구 황금기를 이끌었다. 대표팀에서 가장 인생경기를 펼쳤다면 어떤 경기가 있을까? 또 선배들이 은퇴한 후에 후배들이 국제대회서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는데 언제쯤 황금기가 올까? 어떤 부분이 필요할까?
한송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기를 저는 런던 올림픽이 가장 인생경기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브라질전이나 8강전 했던 것. 그게 가장 잘했던거 같다. 지금이 사실 여자배구의 과도기인 것 같다. 잘했던 언니들이 다 나가고나서 어린 선수들이 지금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 이게 무조건 '선수들이 부족하다' '누가 잘못했다'가 아니라 국가대표 경기에 대한 인식 자체가 좀 달라져야한다. 이 부분은 선수들 뿐만 아니라 협회, 연맹, 구단 관계자까지 모두 나서서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한다. 방향성을 좀 찾는 시간을 갖고 시간이 어느정도가 걸리더라도 해야한다. 지금 이 상태로는 내년, 후년도 달라질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들을 심도있게 배구인들이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한다.
황연주- 저도 런던 올림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부상을 입고 몸 준비가 잘 안된 상태였는데 그때 8강, 4강 간 것이 다 기억에 남는다. 송이 언니가 말했던대로 지금 국제대회에 나서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문제가 아니라 유소년 육성부터 잘 해야하지 않나 싶다. 배구는 섬세한 종목이고 터치가 많고 시간이 걸려야 좀 더 잘할 수 있다. 지금 유소년도 많이 없어져서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해야하겠다.
김수지- 도쿄 올림픽 당시 예선전에서 러시아와 경기를 졌던게 가장 기억난다. 아쉬움도 있고 그 날 몸이 괜찮았는데 그걸 이기고 나갔으면 마음이 가벼웠을텐데 (패배해서) 부담감을 안고 겨울까지 왔다. (대표팀 성적은) 앞으로의 숙제인 것 같다. 관심은 많이 받고 있지만 관심만큼의 효율이 나오고 있지 않고 있다. 저희도 많이 고민해야하고 현역과 또 뒤에서 지켜보는 선수들도 참여율이 높아야한다. 모든 여자배구 선수들이 돌아보면 올림픽을 경험했고, 자부심을 경험했다. 그런 부분들을 선수들이 마음에 담고있고 참여율이 높았으면 한다. 또 모든 구단들이 도와줘야 한다.
양효진- (VNL 선수들과는 많이 소통을 하고있나?) 지난해부터 선수들이 대회를 나가면서 힘든 부분들을 겪고있더라. 본인들은 갑자기 닥친 일들로 느낄 수도 있겠다. 계속해서 국제대회를 접하지 않은 친구들이 많다. 예전부터 조금이라도 차근차근 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언니들이 말했다시피 누구를 탓할 수 없는 문제다. 어려운 것 같다. 저도 뭐라고 얘기를 하기도 어렵다. 연경 언니가 소위 '백년에 한번 나오는 선수'라고 하더라. 이렇게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언니가 여자배구의 멱살을 잡고 왔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표팀에 합류해왔고 모든 분들은 그때를 보고 꽃이 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전에는 우리도 힘들었다. 언니들이 대표팀에 올 때마다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욕도 많이 먹었고. 그런 부분들을 겪다가 (전성기가) 펼쳐진거다. 쉽게 전성기가 오진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빨리, 쉽게 와달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김연경- (현재 대표팀 스케줄이) 국가대표 활동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스케줄인것 같다. 대표팀에 초점을 맞추면 부상이라던지 연습시간을 좀 길게 가져가면서 기량이 발전 될 수 있겠다. 근데 현재 상황은 국대 집중보다는 V-리그에 집중하고 있다. 지원도 그렇고. 우리가 짧은 시간 안에 뭔가를 바꾸려고 하기보단 긴 시간동안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을 좀 해야겠다. 배구인들이 잘 생각해야한다. 개개인이 괜찮다고 해서 배구 성적을 등한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진= 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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