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이 생각하는 '설계자'의 호불호 결말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영화 '설계자'가 호불호 갈리는 결말과 아쉬운 전개로 관객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주인공 영일 역을 연기한 강동원은 해당 엔딩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지, 그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개봉한 '설계자'(감독 이요섭·제작 영화사 집)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이 새로운 의뢰를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영일은 팀원 재키(이미숙), 월천(이현욱), 점만(탕준상)과 함께 철저히 세운 계획을 마침내 실행에 옮기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맞이하게 된다.
'설계자'는 지난 2021년 촬영을 시작해 이듬해 마무리됐으나 팬데믹의 여파로 약 2년간 창고에서 출격을 대기하고 있던 작품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스크린에 걸린 '설계자'를 본 강동원은 "개인적으론 되게 재밌게 봤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들이 만든 거다 보니 다들 고생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긴장감을 잘 살렸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단점은 영화를 보신 뒤 각자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이며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조금 더 잔인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너무 잔인하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그런 아쉬움이 있다"라고 전했다.
'설계자'라는 작품에 처음 함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살인을 계획한다는 설정이 무척 흥미로웠고 영화적인 상상이 재밌었다"라고 입을 연 강동원은 "또 영일이의 심리적인 변화가 흥미로웠다"라고 귀띔했다.
기대 속에 합류한 '설계자'였으나 대본 속 영일을 제대로 표현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대사도 적고 나와 있는 설정도 적었기 때문. 또 특정한 색깔이 있지 않은, 무색무취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 역시 더 강동원을 고민에 빠지게 했다.
강동원은 "영일은 선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명확한 대사와 상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영일의 미묘한 변화로 영화의 톤 자체가 확 바뀔 수도 있어서 감정의 선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더라. 오래 연기를 해왔지만 여전히 늘 긴장되고 경직되는 순간이 있는데 이번엔 대사와 상황이 적다 보니 더 힘들 것 같았다"라고 설명하며, "그래서 애초부터 '기본기에 충실하자'라는 생각을 갖고 연기에 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 부분은 무척 힘들 거야, 그 점만 까먹지 말자' 각오하고 들어갔어요. 평소에도 집중하거나 몰입하면 숨을 제대로 못 쉬거나 눈을 깜빡이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이번엔 남을 의심하는 역할이다 보니 더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클로즈업이 들어와도 최대한 침착하게 대사와 감정에 집중하자'라는 마음을 먹고 촬영에 임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된 영일을 본 강동원은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 것 같다며 "예전보다 성장한 감정 표현이 담겼다 생각한다. 과거엔 화를 내는 연기를 해도 무서운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에선 무섭게 보이더라. 경험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영일이 되려는 노력과는 별개로 '설계자'는 관객들로부터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받으며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가장 평가가 갈리고 있는 건 열린 결말 형식을 띄고 있는 엔딩. 이는 강동원 역시 개봉 전부터 인지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강동원은 "원래 시나리오에선 지금보다 더 오픈되어 있었다. 감독님께서도 이대로 갈지, 조금 더 열린 결말로 갈지 많은 고민을 하신 것 같은데 결국 관객들 사이 해석이 갈릴 수 있는 이런 결말을 내신 것 같다. 영화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영일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텐데, 개인적으론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이어 엔딩에서 가장 초점을 둔 부분에 대해선 "마지막이 되어서야 '내가 진짜 미친 걸까?'라고 생각하는 영일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됐다. 막상 하고 나선 아쉬움이 남더라. 다 해볼 시간이 안돼서 이대로 마쳤는데, 나중에 '조금 더 강하게도 해볼걸' '울부짖다시피 해볼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들려줬다.
끝으로 강동원은 '설계자'를 통해 어떤 평가를 듣고 싶냐는 물음에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처럼 이번에도 신선한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그런 작품이 나온 것 같다. 개인적으론 '영화 재밌었다'라는 평가를 들어보고 싶다. 난 절대 내가 연기를 잘한다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바탕으로 계속 시나리오를 받았으면 좋겠고, 그걸 발판 삼아 80~90대까지 연기를 하며 살아가고 싶다"라고 답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AA그룹]
강동원 |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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