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 밀리고 알리에 치인 중하위 이커머스, 생존전략은

김은영 기자 2024. 6. 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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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 첫 희망퇴직... 11번가는 사옥 이전
큐텐으로 뭉친 ‘티메파크’ 이어 CJ와 손잡은 쓱·지마켓
전문가 “중하위권 플랫폼, 합종연횡·전문화로 길 찾아야”

쿠팡에 주도권을 내주고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쇼핑 플랫폼에 치인 중하위권 이(e)커머스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과 네이버의 2강 체제 아래 나머지 업체들이 치열하게 점유율을 다투는 형국이다. 적자 경영을 지속 중인 신세계 그룹(G마켓·쓱닷컴)과 11번가, 롯데온 등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그래픽=손민균

◇희망퇴직, 사옥 이전... 위기의 이커머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11번가는 작년 11월 이후 두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오는 9월 서울역 인근 서울스퀘어에 있는 본사를 경기 광명으로 옮길 예정이다. 건물 임대료가 오르자 비용 절감을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IPO(기업공개)에 실패하면서 강제매각 수순에 들어간 만큼 몸값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8655억원이다. 영업손실은 1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712억원으로 전년 대비 21%가량 줄었고, 영업손실은 195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 부문인 롯데온은 지난 5일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2020년 출범 이후 처음 단행하는 희망퇴직이다. 대상은 근속 3년 이상 직원이다. 롯데온은 지난달 저성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롯데온은 지난해 톱스타 이효리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실적 향상을 위해 애썼다. 그러나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2020년 출범 후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는 중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3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4% 증가했다.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은 22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싱가포르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에 매각된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해 25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들 플랫폼은 한 때 각각 4000억원대 매출을 냈지만, 지난해 두 플랫폼의 총매출은 2590억원에 불과했다.

/롯데온 제공

◇쿠팡·네이버 2강 체제 굳건... 중하위권은 생존 싸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4%의 성장세를 보이며 거래액 166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세계 4위, 침투율과 인당 거래액으로는 세계 2위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투자업계 및 기업공개(IPO) 시장이 부진하면서 중하위권 플랫폼들의 위기감이 커졌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거래액 기준 점유율은 쿠팡(24.5%)과 네이버쇼핑(23.3%)이 시장을 절반가량 차지했고, 쓱닷컴과 지마켓을 운영하는 신세계그룹(10.1%), 11번가(7%), 카카오(5%), 롯데온(4.9%) 순으로 나머지 시장을 나눠 가졌다.

업계는 일제히 ‘수익성 개선’을 대응책으로 내놨다. 일부 플랫폼은 효과도 봤다. 지난해부터 수익성 개선과 비용 효율화에 주력한 11번가는 올해 3월 오픈마켓 부문에서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이 회사는 ‘2025년 전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 새벽 배송 플랫폼 컬리도 9년 만에 올해 1분기 첫 분기 영업이익을 냈다.

신세계그룹의 지마켓도 지난해 4분기 8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 들어 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손실 폭은 전년 대비 22% 줄였다. 쓱닷컴의 1분기 영업손실은 1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가량 줄었다.

신세계-CJ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 /신세계 제공

◇긴축 경영으론 역부족... 합종연횡·차별화 모색해야

그러나 시장에선 자본력과 안정성을 갖춘 선두 사업자의 입지가 더 강해지면서, 중하위원 사업자의 생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연승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하위 플랫폼은) 인수합병이나 합종연횡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지, 전문화된 영역으로 차별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매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성장률이 둔화한 데다, 중국 플랫폼의 침공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신세계그룹의 쓱닷컴과 지마켓은 범삼성가인 CJ그룹과 손잡고 물류와 멤버십, 상품, 콘텐츠 등 다각도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쓱닷컴의 쓱배송과 새벽배송, 지마켓 스마일배송 등을 CJ대한통운에 맡기고, 김포 네오센터 두 곳과 오포 첨단 물류센터 운영도 CJ대한통운에 이관한다. 제삼자 물류(3PL)를 통해 배송 효율성을 높이고 절감된 비용을 본업에 쏟는다는 구상이다.

큐텐의 품에 안긴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는 직구 시장을 노린다. 해외 직구에 강점이 있는 큐텐의 역량을 활용해 해외에서 가져온 직구 상품을 빠르게 선보이는 식이다. 티몬에 따르면 지난 3월 직구 거래액은 56% 증가했다. 더불어 국내 물건을 해외에 내다 파는 역직구 시장도 겨냥한다.

또 롯데쇼핑은 내년 말 부산에 완공하는 오카도 자동화물류센터(CFC)를 기점으로 신선식품 등 온라인 그로서리(식료품) 시장을 조준할 방침이다.

정 교수는 “기업의 역량과 규모의 경제 한계 등으로 인해 선두 업체의 입지가 더 강해질 것”이라면서 “최근 중국 직구 앱의 이용자 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중국 플랫폼의 위험성도 상존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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