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의 기고만장 망발을 우리가 언제까지 참고 이해하고 봐줘야 하나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4. 6. 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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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불량한 거 좋다고 권하는 TV 프로그램들, 뭐가 문제일까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얼마 전 추성훈 관련 글을 봤다며 메일을 보내신 분이 있다. 교포라서 말이 서툴러서 그런 것을, 너그러이 이해해주면 될 일을 뭘 그렇게까지 나무라느냐는 내용이다. 말이 서툰 건 이해할 수 있다. 그 글에서 지적하고자한 건 사람을 가려서 행하는 무례다. 늘 한결같이 무례하다면 예의를, 도리를 배우지 못해서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사람을 가리는 건, 이건 곤란하다. 본성이 그렇든 재미를 염두에 둔 설정이든 본인의 선택이겠으나 적어도 방송에서는 그러지 말자는 거다. 그런 걸 내보내지 말자는 거다. 왜냐하면 방송은 대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니까.

같은 날 또 다른 메일이 왔다. '혹시 반말로 방송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요즘 방송은 다 반말로 하나 봐요. 왜 이렇게 반말이 많은지 자기들끼리 '야, 너' 이런 소리도 많이 하더라고요. 저는 특히 김구라 씨 반말이 너무 거슬려요. 같은 반말을 해도 김구라 씨가 하면 친근해서 하는 반말이 아닌 굉장히 하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거든요'.

이분 메일에 핵심을 찌르는 대목이 있다. '같은 반말도 김구라의 반말은 친근해서 하는 반말이 아니라 하대하는 반말로 들린다', 이 부분이다. 하대를 일삼는 사람이 반대로 남이 자신을 하대할 때 그조차 선선히 받아들인다면 서구적인 사고인가 할 텐데 그러나 천만에 말씀.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발끈해서 삐치고 난리지 않나? 일상을 담은 관찰 영상이며 요즘 친목으로 유지되는 연예인 유튜브 채널이 많은데 그 안에서 반말을 하거나 욕을 한다 한들 누가 나무라겠는가. 그러나 지상파에서는 특히 스튜디오 물은 그래서는 안 되지 않나.

어려운 사람, 한 마디로 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는 반말을 삼가고 그와 달리 만만한 사람, 인지도 낮은 후배 개그맨이나 배우들, 또 아이돌들에게는 거침없이 하대하고, 이와 같은 태도가 문제라는 거다. 요즘 채널A <아빠는 꽃중년> 진행을 맡은 김구라. 원로 배우 김용건을 필두로 신성우, 안재욱, 김원준, 결코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거기서는 반말 잘 안 한다. <라디오 스타>와 비교하면 반말 비중이 현저히 떨어진다. 삿대질도 거의 볼 수 없고.

대본 숙지를 안 해서 대본에 코 박고 질문하는 거, 출연자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무성의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15일 배우 김도현이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다. tvN <눈물의 여왕>을 접했을 리 없으니 김도현이 '용두리 가족 외모 논란이 있었다', 이런 얘기를 꺼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리 있나. '오오 삼남매야? 어머니 역할이 누군데?' 이런 식으로 반말이나 하고. TV 주요 프로그램 진행자라면 시류를 읽기 위해서라도 화제가 되는 작품 정도는 봐야 옳은데, 또 안 봤다 하더라도 그날의 출연자가 요즘 뭘 하는지 정도는 알아보고 오는 성의가 필요하지 않나. 제작진은 당연한 요구를 왜 하지 못하는지. 시청자를 앞에 두고 벌이는 기고만장 망발을 우리가 언제까지 참고 이해하고 봐줘야 하나.

건강을 위해서 몸에 좋은 것을 섭취하고, 몸에 좋은 운동을 하듯 올바른 말을 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모든 게 다 그렇지만 말은 특히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욕, 그거 다 배워서 하는 거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욕을 입에 달고 살게 된 거, 조폭 영화가 한때 유행했었는데 그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아이만 친구 잘 사귀어야 하는 거 아니다. 어른도 마찬가지, 아니 어른이 더 쉽게 배운다. 취향이나 가치관 같은 거, 주변 사람에게 쉽게 물든다.

재벌가 이혼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재벌이면 일부다처가 용납이 되나? 처가가 워낙 욕먹는 집안인지라 세상 사람들이 죄다 자기 편들어 줄 줄 알았나 보다. 이런 가치관의 사람과 가까이 지내다 보면 '사랑하면 그럴 수도 있지!'가 되는 건지 SNS에서 옹호하는 사람이, 유명인이 꽤 있다고 들었다. 2020년 SBS에서 6부작 <식자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한식의 산업화가 주제인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이미 그의 동거녀가 세간에 널리 알려졌을 때인데 이런 기획은 어디서 나온 발상일까? 본인이 돈을 대서 만들었을까?

tvN <밥이나 한잔해> 3화에 한때 방송에 자주 나왔던 욕 잘하는 식당 주인이 나왔다. 취향의 차이일 텐데 욕먹는 걸 내 돈 내고 즐기는 사람의 심리를 도무지 모르겠다. KBS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서 김영옥 선생님이 욕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지만 그건 욕먹어 마땅한 사람을 향한 욕이었고. 나를 부정적인 가치관으로 물들일 사람과는 애초에 거리를 둬야 한다. 그런데 자꾸 불량한 거 좋다고 권하는 TV 프로그램들, 우리가 해가 되는 음식 피하듯이 이런 프로그램도, 방송인도 피해야 한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MBC,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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