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석유' 입증하려면…"시추 말고는 방법 없다"
"포항 석유·가스 유망…전세계가 주목"
성공 20%지만 실패도 80%…시추해 봐야
"불확실성의 갭(Gap·차이)을 줄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시추를 하는 것뿐이다."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미국 액트지오(Act-Geo) 대표가 '포항 영일만' 앞바다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판별하기 위해선 시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가스의 잠재적 존재가 있다는 점은 찾아냈지만 시추하지 않으면 리스크를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성공률 20%' 전망에 대해선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치'라고 했다. 이 확률대로라면 찾아낸 7개의 유망 구조 가운데 1개 이상에서 석유를 찾을 수 있는 셈이다. 실패할 가능성도 80%는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지만 결국 계획대로 시추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석유 회사들이 주목"…왜?
아브레우 액트지오(Aac-Geo) 대표는 7일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우리가 분석한 모든 유정이 석유와 가스의 존재를 암시해주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며 "이 유망성을 보고 전 세계적인 석유 관련 회사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액트지오는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컨설팅 업체다. 앞서 정부는 이달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를 내놨다.
이후 제기된 액트지오 신뢰성 논란, 분석 근거 등에 대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 이번 기자회견을 가졌다. ▷관련 기사:尹 "포항 앞바다에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6월3일)
아브레우 대표는 동해 심해에 석유·가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제반 요소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석유가 실제로 매장돼 있는지 전망하기 위해서는 근원암, 저류암, 덮개암, 트랩 등 4가지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요소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근원암은 석유를 생성하는 암석, 저류암은 근원암에서 생성된 석유가 저장되는 암석, 덮개암은 진흙으로 가득 차 있는 암석, 트랩은 석유가 갇힐 수 있는 구조를 뜻한다.
그는 "분지에 석유·가스가 실존하려면 좁은 대륙붕 내에 모래가 가득 차 있는 '저류층'이 있어야 하고, 모래의 공극 사이에 석유가 쌓이면 진흙으로 가득 차 있는 '덮개암'이 석유를 가두는 역할을 한다"며 "이 두 가지 요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미 시추 돼 있는 시추공(유정)이 있고 다른 프런티어(미개척지) 지역에 비해 탄성적 품질이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시추된 시추공은 △주작(2012년 시추) △홍게(2015년) △방어(2021년) 등 3개다. 주작과 홍게는 우드사이드와 석유공사가 공동으로 시추했고, 방어는 석유공사가 단독으로 시추했다.
시추공을 분석해 본 결과 '주작'은 예상했던 트랩이 존재하지 않았고 '방어'는 과도한 압력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번째 홍게 유정은 '성공한 케이스'라고 칭했다.
아브레우 대표는 "홍게에서는 4개 제반 요인 중 근원암의 존재, 덮개암의 품질, 트랩 등 3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를 기반으로 7개의 유망구조를 도출해 그 안에 35억~140억배럴에 해당하는 매장량이 있을 거라 추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분지에서 상당한 규모의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가 누적돼 있다는 사실은 아직 찾지 못했다"며 "이건 리스크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했다. 탄화수소는 석유·가스 탐사 시 자원의 부존 여부와 부존량을 알 수 있는 주요 지표 역할을 한다.
방법은 '시추'뿐…성공률은?
아브레우 대표는 이같은 상황에서 석유·가스의 존재를 실제로 입증할 방법은 '시추'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 단계는 지금까지 진행했던 분석에 기반해서 도출한 7개 유망 구조의 순위를 매기고, 지질학적 관점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유망 구조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시추하는 것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시추 성공률은 20%로 추정했다. 아브레우 대표는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며 "우리가 분석한 모든 유정이 석유와 가스의 존재를 암시해 주는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공 확률에 대해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수치"라며 남미 가이아나 '리자-1'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리자-1 유전은 지난 20~25년간 발견된 유정 중 가장 매장량(약 40억 배럴)이 많았는데, 성공 가능성이 16%에 불과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리자는 저희가 분석한 분지와 동일한 유형의 트랩을 갖고 있었고 동일한 유형의 제요인(제반 요인)들을 갖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브레우 대표는 다만 "오해하면 안 될 부분은 2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 80%의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며 한 발 뺐다. 그러면서도 "만약 유망구조를 딱 하나만 도출했다면 시추까지는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5개의 유망구조를 도출해서 시출한다면 하나의 유망구조에서는 석유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처럼 20% 확률을 적용하면 7개 유망 구조 가운데 1.4개에선 석유를 찾을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액트지오사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액트지오의 주소가 아브레우 대표 자택 주소와 같다는 점, 액트지오 직원 수가 10명 이내라는 점 등에서 전문성 논란이 나온 바 있다.
아브레우 대표는 "세계적으로 남아있는 석유 매장량이 줄면서 세계 석유 관련 회사들이 인력 감축을 하고 있는 추세"라며 "제 팀은 뉴질랜드, 브라질, 스위스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파키스탄, 미얀마, 카자흐스탄,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에서 여러 심해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도 설명했다.
추정 매장량의 최소 최대 범위가 넓은 이유에 대해선 "유정(홍게)에서 탄화수소가 누적돼 있는 걸 찾지 못해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암석 품질 변화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40억배럴은 암석 내 충분한 공극이 있어서 그 사이에 충분한 양의 석유화학가스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가장 높은 최대 수치라고 보면 된다"며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갭이 발생하는 것이고 갭을 줄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시추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로써 정부의 계획대로 연내 첫 시추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1년에 가스 400억달러, 석유는 862억달러 정도 수입하고 있는데 국내에 이런 에너지 자원이 있으면 상당한 수입 대체 효과가 있다"며 "앞으로 우리 국가 경제에 상당히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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