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미술 작가가 상상한 2184년의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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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4년의 달력을 상상해보자.
'2184'는 투명 아크릴 위에 컴퓨터로 계산한 12개월치 달력을 인쇄해 중첩시킨 작품이다.
숫자를 알아볼 수 없게 된 달력 상단에는 복잡해보이는 이미지가 덧붙여졌다.
로와정 두 작가는 "아무리 그레고리력이라 해도 10만년에 3일 정도 오차가 있는데, 이 시간의 규칙을 인류가 절대적으로 믿고 움직이는게 재미있었다. 달력을 이용해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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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달력, 판화 등 이용한
신선한 개념미술 연작 선보여
“규칙과 언어, 전복하는 질문”
로와정 두 작가는 “아무리 그레고리력이라 해도 10만년에 3일 정도 오차가 있는데, 이 시간의 규칙을 인류가 절대적으로 믿고 움직이는게 재미있었다. 달력을 이용해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아 작년 뉴욕 구겐하임을 ‘습격’한 김구림·성능경, 작년 리움미술관 회고전을 성공시킨 김범 등을 통해 반세기만에 K개념미술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차세대 개념미술 대표주자인 로와정의 11번째 개인전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가 7월 6일까지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서 열린다. 18년 전 로와정을 결성한 1981년생 동갑내기 노윤희·정현석은 파리, 도쿄, 베이징 등에서 활발하게 전시를 열고 있다.
‘undecidable’은 언어를 전복적으로 활용한 평면 작업. ‘대면성(facingness)’이란 문구는 평면에 수채로 그리고, ‘평면성(flatness)’은 실리콘으로 입체적으로 표현해 모순적 이미지를 만들었다. 푸른 쪽빛의 커튼을 봉에 매단 ‘커튼’은 “땅에 발을 딛고도 매달려 있는 기분입니까?”라는 문구를 통해 커튼의 입장에서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상대 언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체계의 불완전성을 지적한다.
대형 설치 ‘untitled(19May2024)’는 겉으로는 TV 거치대처럼 보인다. 작가들은 직접 나무를 자르고 조립하는 과정을 영상을 촬영해 양방향으로 설치한 TV를 통해 원경(遠景)과 근경(近景)으로 각각 상영한다. 근경을 촬영한 영상은 무엇이 만들어지는지 알 수 없어 마치 ‘추상화’처럼 보인다.
정방형의 다양한 이미지를 판화처럼 찍어내면서도, 물감을 동등하게 양쪽에 발라 모두를 전시하는 평면 작업은 ‘쉐어’ 연작이다. ‘AIM’‘WOW’ 등 완벽한 대칭이 되는 알파벳 세글자를 제목으로 붙였다. 각각의 그림은 전시장 곳곳에 흩어져 있어 ‘숨은 그림찾기’를 하듯 짝을 찾을 수 있다.
‘shadow of shadow’는 계단에 비스듬히 놓인 합판위에 인쇄된 작업으로 관람객이 통로를 지나다니면서 밟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미끄럼을 방치하는 사포로 글자를 인쇄해 넘어지지 않게 하면서도 발길이 누적되면서 낡거나 더러워질 수 있지만, 이조차도 의도된 것이다.
구나연 미술비평가는 로와정의 작업을 “이미지에 대한 오랜 사유가 담겨 있다”라면서 “특정 이미지를 맥락화 하거나 도구화하는 것이 아닌, 이미지의 요소와 텍스트의 요소를 동시에 발화할 때, 언어와 세계 사이에서 유실된 것들을 회복하게 되는 ‘이미지성’에 관한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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