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선수권 거뜬히 치른 ‘통산 43승’ 레전드 최상호 “골프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이틀”
“힘들었지만 골프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이틀을 보내지 않았나 싶어요.”
제67회 KPGA 선수권에 최고령선수로 출전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레전드 최상호(69)가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모처럼 대회에 출전해 36홀을 걸으며 젊은 선수들과 스피드를 맞춰 치려니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최상호는 7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CC(파71·7142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3오버파 74타를 쳐 이틀 합계 10오버파 152타로 최하위권 성적을 거뒀다.
KPGA 투어 통산 최다승(43승) 보유자로 9년 만에 이 대회에 나선 최상호는 “사실 저는 은퇴한 사람이나 다름없는데, KPGA 김원섭 회장이 찾아와 KPGA선수권에 참석해주시면 도움이 되겠다고 해서 참가하게 됐다”며 “젊은 선수들에게 조금 더 기회가 가야하지 않나 하고 생각해 이번 KPGA 선수권 출전이 사실상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정말 의미깊은 출전이었다”고 말했다.
고군택, 김한별과 동반 라운드 한 그는 “성적은 사실 평소 치는 스코어인 하루 4오버파 정도를 생각했는데 이틀 10오버파를 쳤으니 생각보다 2개 더 많이 친 셈”이라고 웃은 뒤 “요즘 핫한 두 사람과 매치해 굉장히 힘들었다. 저보다 40~50야드 더 나가고 걸음걸이도 빠른데 힘들었지만 즐거운 이틀을 보냈다”고 했다.
라운드를 마친 뒤 김한별이 한가지 조언을 받고 싶다고 해서 경험담과 조언을 해줬다는 그는 “골프가 얼마나 어려운가. 슬럼프가 있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이런 이야기를 자문했다”고 말했다. 체력관리를 위해 요즘도 집에서 덤벨을 드는 등 근육훈련을 한다는 그는 “내 경험에 비춰 골프는 바깥근육을 키우지 말고 안쪽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 후배들에게 그런 걸 조심하라고 조언한다”고 밝혔다.
최근 최경주가 54세 생일에 우승해 자신의 종전 최고령 우승 기록을 깬데 대해 아쉬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시원섭섭하다”고 밝힌 그는 “제가 가지고 있는 기록을 후배들이 빨리빨리 깨야 우리나라 PGA가 발전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최상호는 “골프선수로서 많은 승수(43승)를 쌓은게 가장 자랑인 것 같고, 요즘 선수들은 해외투어에 도전하니 그 기록은 쉽게 깨지진 않을 것같다”면서 “사실상 은퇴한 사람이니 이젠 골프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산 |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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