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첫 화면 ‘배민 배달’ 꼼수 시정···업주들 “가게배달 노출 더 줄어” 반발

김세훈 기자 2024. 6. 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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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이 테스트에 나설 새 홈화면 노출방식. 배민배달 음식 카테고리가 우선 노출되고 가게배달 음식 카테고리를 보기 위해서는 배민배달 옆에 있는 가게배달 표시를 한 번 더 눌러야 한다. 배달의민족 제공.

‘자사 배달 우대’ 논란이 인 배달의민족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요청을 반영한 새 홈화면 노출 방식을 시범 운영한다. 자사 서비스인 ‘배민배달’과 ‘가게배달’ 광고 배너 크기를 같게 해 형평성을 맞췄다는 것인데, 배민배달이 우선 노출되도록 디폴트값(초깃값)이 설정돼 있어 입점 업주들 사이에서는 “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민 홈페이지 공지를 보면 배민은 오는 11일부터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앱 홈화면 개편 테스트를 시작한다. 배민 관계자는 7일 “배민배달과 가게배달 배너 크기·너비를 같게 해 형평성을 맞추고자 한 게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로부터 자사서비스인 ‘배민배달’이 ‘가게배달’보다 홈화면 노출 면적이 크다는 지적을 받자 이를 수정한 것이다. 실제 개편된 화면에는 배민배달과 가게배달 배너가 같은 크기로 돼 있다.

문제는 홈 화면 초깃값이다. 최초 이용자는 배민배달이 초깃값으로 설정돼 있다. 이 때문에 ‘고기·구이’ ‘치킨’ ‘1인분’ 등 배달 품목 카테고리도 배민배달 기준만 보인다. 가게배달 기준으로 보기 위해서는 배민배달 항목 옆에 가게배달 항목을 한 번 더 클릭해야 한다. 배민 관계자는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라면서 “최초 이용자에게는 배민배달이 우선 노출되지만 기존 이용자는 최근 주문 이력 등을 반영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 점주들은 배민이 배민배달을 우대하기 위해 홈 화면을 재구성한다고 의심한다.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은 수수료 과금 체계·배달 형식이 다르다. 가게배달 서비스는 일정 금액을 내고 이용하는 정액제다. 배민이 중개만 하고, 배달은 입점업체가 계약한 배달업체가 한다. 반면 배민배달은 배민이 직접 배달하는 서비스로, 정률제다. 배민 배달을 통한 매출이 커질수록 입주업체가 배민에 내야 하는 수수료도 많아진다.

앞서 배민은 2021년 처음 배민배달(당시 배민원)을 출시할 당시 홈 화면에 이를 가게배달과 나란히 같은 크기로 배치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홈화면에서 배민배달이 더 눈에 잘 띄도록 구성을 바꿨다. 개편된 홈화면에는 배민배달이 가게배달보다 3배가량 더 크게 노출됐다. 또 배민배달은 배달 품목 카테고리가 바로 보였지만, 가게배달은 한 번 더 배너를 클릭하고 들어가야 했다. 이에 일부 점주들이 배민의 행위가 자사우대에 해당한다며 공정위 등에 신고했다. 공정위가 자진 시정을 요청하자 배민은 지난 4월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고, 이번에 새로운 홈화면 시범 개편안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배달의민족 홈화면 모습. 가게배달이 상단에 노출되지만 배민배달보다 노출 배너 크기가 작고 메뉴 카테고리를 보려면 한 번 더 배너를 클릭해야 한다.

일부 점주들은 새 앱 화면이 오히려 배민배달 쏠림 현상을 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분식업종 점주 A씨는 “개편안대로라면 이전보다 가게배달의 노출 빈도가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 수 개월간 쿠폰할인 등으로 배민배달을 힘껏 밀어주면서 사용자 선호도를 반영한다는 건 결국 가게배달을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12년차 점주 B씨는 “일반 소비자는 배민배달이나 가게배달을 구분하지 않고 첫 화면에서 상품을 선택한다. 기본노출이 배민배달이면 가게배달을 클릭할 이유가 없다”면서 “사장님 100명 중 99명은 이번 개편은 개악이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점주들이 활동하는 네이버 카페에서 한 점주는 “이전에는 잘 모르는 고객들이 가게배달을 선택하고 올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바로 배민배달로 고객을 유입시킨다”며 “돈(홍보비)은 돈대로 받으면서 가게배달을 전멸시키려고 한다”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 다른 점주들도 “오히려 더 안 좋아진 듯하다. 꼼수 지긋지긋하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배민 관계자는 “업주들의 권익 보장을 위해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 안”이라며 “테스트가 끝나면 지표를 분석해 개편안을 확정할 것이다. 현재 테스트 화면이 최종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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