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짜리 출장인데…광주 동구의회, ‘외유성·베끼기’ 뒷말 무성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6. 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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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연수 가서 관광…보고서는 ‘표절’, 초등생 수준 허접한 내용
“방문지 7곳 중 현지 관계자 면담 2곳 불과…대부분 단체 사진”
9년 전의 타 지역 의회 내용 재탕…방문지 일반 현황 기술 치중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많이 부러웠던 하루였다. 부러워하기에는 연수기간이 너무나 짧았다." 여행을 다녀온 초등학생 일기 같은 감상평은 놀랍게도 광주 동구의회 의원 벤치마킹을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를 다녀온 뒤 제출한 출장 결과보고서에 담긴 것이다.

'1인당 430만원' 호주·뉴질랜드 외유성 출장 의혹 

광주 동구의회가 최근 다녀온 해외연수를 놓고 정관가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호주와 뉴질랜드 해외 출장이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 일정 대부분을 할애해 1인당 400여만 원의 예산을 쏟아 부은 '외유(外遊)성 출장'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작성한 출장 결과보고서가 타 지역 의회 보고서를 일부 베끼고, 허접한 방문 소감 등이 담긴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여행사가 기획한 관광지를 현지 가이드 안내로 전용차량 타고 왔다갔다 하는 데에 혈세 3500여만원을 사용한 꼴이라는 혹평까지 나온다.

광주 동구의회 ⓒ연합뉴스

7일 광주 동구의회에 따르면 구의장과 부의장 등 동구의원 6명과 전문위원 2명이 지난 4월 25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6박 8일 일정으로 호주 시드니와 뉴질랜드 로토루아, 오클랜드 등을 방문했다. 연수비용으로 예산 3500만원이 투입됐다. 이들 의원들은 책정된 예산 외에도 1인당 30만 원씩 모아 연수 일정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도심 공동화를 극복하고 도시 재생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게 출장계획서에 적혀있는 연수 목적이다. 하지만 선진 제도와 정책을 살핀다는 연수 취지와 달리 관광지 탐방 일정이 많아 외유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무국외연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방문지 7곳 중 호주 방문 첫날 스트라스필드 시의회와 한인회 2곳에서만 현지 관계자들과 관심사에 대한 소통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은 방문지를 둘러보고 단체, 개인 사진만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의원들은 시드니에서는 관광 명소인 블루마운틴 국립공원과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리지 등을 방문했고, 뉴질랜드에서도 양털 깎기 쇼가 유명한 아그로돔 농장과 레드우드 수목원 등을 들렀다. 도시 재생과 자연환경 보존을 통한 관광자원 개발 사례를 연구해 지역 발전 정책에 활용한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농업 임업 목축업 등을 동구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앞서 의회는 농업과 임업, 목축업이 활성화된 해당 지역 방문 계획이 지역과의 접점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구의회는 해당 지역이 과거 진행한 마을 커뮤니티 사업, 자전거 도로 연결 사업, 무료 족욕탕 제공, 현지 의회의 소수민족 의견 경청 내용을 살폈다. 그러나 보고서에 담긴 내용 중 동구의 현안과 직접 맞닿아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해당 지역이 추진한 유스호스텔 사업을 본받아 무등산국립공원 내 유스호스텔 설치 사업을 재고해야 한다는 수준의 언급 정도다.

표절·부실 보고서 논란…주로 개인적·추상적 감상평 

연수보고서 작성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32쪽에 이르는 보고서의 상당 부분은 인터넷 검색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관광지(방문지)에 대한 일반적인 현황을 기술하는 데 그쳐 '맹탕 보고서'라는 지적을 받는다. 

표절·부실 보고서 논란에도 휩싸였다. 동구 수소도시 조성 사업과 관련이 있어 방문했다는 시드니 올림픽공원을 기술한 보고서는 2015년 경기 광주시의회의 국외연수 보고서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 썼다. 동구의회는 시드니 공원을 소개하는 내용을 그대로 베껴와 맞춤법상 틀린 띄어쓰기와 어미만 수정한 뒤 자신들의 보고서에 첨부했다.

그나마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소감도 허접하고 황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의원들이 해외연수를 통해 느꼈다는 소감 부분은 "많이 부러웠던 하루였다""인프라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러워하기에는 연수기간이 너무나 짧았다" 등 개인적·추상적인 감상평이 주를 이뤘다. 

동구의회는 "타 지자체의 보고서를 참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구에 적용 가능한 분야를 발굴하고 연구하기 위한 목적의 연수"라고 설명했다. 한 구의원은 "연수 내내 한 치의 허술함도 없었다고 자신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최대한 많이 보고 느끼려 했다"며 "현장에서 생각한 바를 동구에 어떻게 적용할지 심도 있게 고민하는 시간이었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의회의 공무 국외연수 결과보고서는 구의회 홈페이지 '열린의회'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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