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구제책 내놨는데 '총파업' 맞선 의사들…"화풀이하나" 민심 싸늘

박정렬 기자 2024. 6. 7. 15: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응급·중환자실을 제외하고 전체 휴진을 결정한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환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서울대병원 비대위)가 오는 17일부터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 분야를 제외한 전면 휴진(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지난달 5일에는 대다수가 "환자 곁을 지키겠다"고 했는데 불과 한 달 여 만에 '강경 투쟁'으로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비대위의 총파업 결정은 지난 4일 보건복지부가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면서 촉발됐다. 복지부는 복귀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사직 전공의에게도 당장 처분을 고려하진 않는다며 선처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 입장에서는 강경책 대신 유화책을 내놓은 것인데도 오히려 이 결정이 의사를 자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전공의 구제책이 총파업 '도화선' 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정부가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그리고 업무개시명령을 4일부로 철회하는 동시에 전공의가 복귀하면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이번에도 의사들은 전공의를 지킨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서울대병원 비대위는 결의문에서 "처분을 중단한다고 밝힌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박탈하는 처사인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여전히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처분을 '취소'하지 않고 '중단'하는 건 사직서를 제출하고 업무를 하지 않은 전공의에게 범법 행위라는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비대위는 "모든 전공의에 대해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완전히 취소하고,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며 의료사태의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인 조처를 할 때까지 전면 휴진은 지속될 것"이라며 "환자분들께는 진정으로 죄송하다. 정부의 무도한 처사가 취소될 때까지 각 병원에서 진료를 미루어달라"고 부탁했다.
환자 단체는 아우성…"대화 나서야"
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지난달 4일, 강희경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를 위원장으로 하는 3기 집행부 출범을 알렸다. 같은 날 전체 병원 467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공개했는데 96.5%가 "환자 곁을 지키고 싶다"고 답했다. 동시에 70.9%의 교수들은 현재의 진료를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다고 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하루빨리 전공의와 학생들에게 가하는 겁박을 거두어 이들이 일터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 바란다"고 요청했었다.

정부를 향한 요구가 일정 부분 받아들여졌는데도 이전보다 투쟁 규모를 확대한 데 대해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달 28~29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5.6%는 "의사들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지한다는 비율은 12%에 그쳤다. 노조는 "전공의 진료 거부 중단과 조속한 진료 정상화는 국민 절대다수의 절박한 요구"라고 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내 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 보호자가 대기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특히 환자들은 100일 넘게 이어진 의료공백이 앞으로도 지속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병원을 대표하는 서울대병원의 결정은 다른 병원의 집단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암환자권익협의회 등 6개 단체가 소속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총파업 소식이 알려진 즉시 입장문을 내고 "생명권을 박탈하는 비인도적 결정"이라며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적정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무기한 집단 휴진을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서울대 등 의대 교수를 포함한 '선배 의사'가 총파업을 앞세워 정부와 싸울 게 아니라 후배의 미래를 좌우할 필수의료 패키지 등을 중재자로서 조율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은 총파업이란 수단을 써도 도움이 될 것도, 바뀔 것도, 얻을 것도 없다. 정부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건 현실성이 없는데도 화풀이를 하듯 이걸 요구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지금까지 불편을 참고 의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국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