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대회 은퇴' 43승 최상호 "최다승 기록이 가장 자랑스럽다"
(양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이번이 마지막 대회 출전이다. 골프 인생에서 최다승 기록이 그래도 가장 자랑스럽다."
최상호(69)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특별한 존재다.
K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43승을 따낸 그는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7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제67회 KPGA 선수권대회 2라운드를 마친 최상호는 "더는 프로 대회에 나서지 않겠다. 오늘이 마지막 프로 대회 라운드"라며 프로 선수로서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작년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에 출전한 뒤 어떤 프로 대회도 나서지 않았다. 50세 이상 선수가 출전하는 챔피언스투어에서도 2020년 7월 이후 발길을 끊었다.
전날 7오버파에 이어 2라운드에서 3타를 잃은 최상호는 중간 합계 10오버파 152타로 컷을 넘지 못했다.
"나는 이제 은퇴한 사람"이라고 거듭 밝힌 최상호는 "이 대회에 평생 시드권을 갖고 있지만 젊은 선수 한명 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서 그동안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신임 KPGA 회장이 대회에 한 번 나오는 게 도움이 된다고 간곡하게 출전을 요청해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첫날 1라운드 티샷하기 전에는 그렇게 떨릴 수 없었다는 최상호는 "오늘도 마지막 홀 1m 퍼트를 넣는데 안 들어가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몹시 긴장되더라. 골프가 아직도 어렵다"고 엄살을 부렸다.
"골프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이틀을 보냈다"는 최상호는 "골프는 인생살이와 같다. 나는 바닥에서 시작해서 정상에서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않았나. 어렵기 때문에 골프가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됐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뜻하지 않게 은퇴 라운드를 치른 최상호는 "1977년 프로 선수가 됐다. 가장 자랑스러운 건 그래도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모든 기록은 깨지게 마련이고 기록이 깨져야 발전하는 것이지만 최다승 기록은 쉽게 깨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상호는 "내가 한국에서 43승을 할 수 있었던 건 미국이나 일본에 진출하지 않고 국내에서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몸을 낮췄다.
그는 "나 역시 젊은 시절에 미국, 일본에 다 도전해봤다. 그러나 우리 세대 때는 해외 순회에서 성공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차별도 있었고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한국에서만 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상호는 얼마 전 최경주가 54세의 나이로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최고령 우승 기록이 깨진 데 대해서는 "시원섭섭하다"며 활짝 웃었다.
최상호는 50세이던 2005년 KT&G 매경오픈에서 우승했고, 이는 최경주가 깨기 전까지 19년 동안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이었다.
프로 대회는 더는 나서지 않지만, 최상호는 '영원한 골프 선수'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서너번, 또는 두세번은 골프를 친다"면서 "챔피언티에서 74, 75타는 친다"고 말했다.
골프 라운드 동반자는 지인들이지만 클럽 챔피언급 실력을 지닌 아마추어 고수들이다.
최상호는 "저녁 식사나 캐디피 놓고 내기를 하는데 70, 80%는 내가 이긴다"며 씩 웃었다.
이번 대회 최상호의 백을 멨던 에이원 컨트리클럽 캐디는 "화이트티에서 치면 언더파를 쉽게 칠 것 같다"고 귀띔했다.
18홀을 걸어서 도는 데 힘이 들지 않는다는 최상호는 "골프 라운드를 자주 하니까 몸에 나쁜 건 거의 않게 된다"고 건강 비결을 밝혔다.
그는 "나는 옛날 사람이라서 운동도 헬스클럽이나 이런 덴 가지 않고 집에서 밴드 운동이나 스프링 완력기로 운동한다. 무거운 클럽을 휘두르는 것도 내게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골프는 바깥 근육 아니라 속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제자를 키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최상호는 "누굴 가르치는 것보다는 골프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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