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트지오 고문 “프로젝트 성공률 20%, 실패 가능성 80%라는 뜻”

이진주 기자 2024. 6. 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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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사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탐사자료를 분석해 최대 140억배럴 매장 가능성을 주장한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며 “우리가 분석한 모든 유정이 석유와 가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모든 제반 요소를 갖췄다”고 말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기존의 3개 유정에서) 아직 상당한 규모의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가 누적돼 있다는 사실을 찾지 못한 것은 리스크”라며 “(3개 유정 인근의 7개 유망구조에서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실제로 입증하는 방법은 시추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유망구조는 석유·가스 발견 가능성이 있는 지층 구조를 말한다.

아브레우 고문은 한국석유공사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지난해 2월)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인 미국의 액트지오사에 물리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다”며 “최근에 최대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아브레우 고문은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에서 많은 의문이 제기돼 방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① 사업성 있나···“7개 유망구조 있어”

아브레우 고문은 이날 회견에서 “(기존에 석유공사가 시추한) ‘주작’, ‘홍게’, ‘방어’ 유정의 각종 데이터 분석을 거쳐 실패한 원인을 찾고, 이를 통해 인근에서 7개의 유망구조를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매장 추정) 가능성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가장 상위의 유망구조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7개 유망구조에서 석유가 실제로 매장돼 있는지를 전망할 수 있는 기반암, 저류층(모래), 덮개암(진흙), 트랩 등 4가지 요소를 확인했다”며 “탄화수소가 누적되는 데 필요한 암석의 특징들이 양호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7개 유망구조에 대해 마지막 단계인 리스크 평가와 매장량 분석 과정을 통해 총 35억∼140억배럴에 해당하는 탐사자원량을 추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우리가 도출한 유망구조에서 석유와 가스의 잠재적인 존재를 판별해냈지만 실제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시추하는 것뿐”이라며 “시추를 하지 않으면 리스크를 전부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홍게, 주작은 2010년대 석유공사가 호주의 유력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와 공동으로 시추했던 곳이다. 우드사이드는 “장래성이 없다”며 지난해 1월 철수했다. 이에 대해 아브레우 고문은 “우드사이드는 조기 철수로 탐사자료를 심층 분석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② 성공률은?···“탄화수소 못 찾은 것은 리스크”

아브레우 고문은 주작, 홍게 등 기존 동해 유정 탐사에서 탄화수소를 찾아내지 못한 점을 이번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리스크로 꼽았다. 7개 유망구조의 추정 매장량이 36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로 격차가 큰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게 아브레우 고문의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석유는 대부분 포화탄화수소가 50% 이상으로 구성된다. 유망구조 내에 탄화수소의 부존 확인은 주로 시추를 통해서 가능하다. 시추탐사 결과 약 90%는 탄화수소가 아닌 염수로 차 있을 만큼 시추 성공률은 매우 낮다.

아브레우 고문은 석유·가스 탐사 성공률로 20%가 제시된 것에 대해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5년 사이 발견된 유정 중 가장 매장량이 큰 가이아나 리자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16%였다”며 “우리가 분석한 동해 심해는 리자와 동일한 유형의 트랩 등 제반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유망성을 보고 이미 세계적인 석유 관련 회사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아브레우 고문은 “오해하면 안 될 부분이 ‘2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80%의 실패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라며 “5개의 유망구조를 도출해 시추하면 1곳에서 석유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③ 1인 기업 논란···“팀, 전 세계 흩어져 업무”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액트지오의 규모와 전문성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아브레우 고문은 “회사 주소지가 저의 자택이 맞다”며 “액트지오는 컨설팅 업체로 우리 팀은 뉴질랜드, 브라질, 스위스 등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업무를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영국 런던에도 액트지오 지사를 열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르네 박사가 이끌고 있는데, 영국지사 주소도 역시 주택으로 등록돼 있다”고 말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액트지오 규모가 작다는 질문에 “소규모 컨설팅 업체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분석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액트지오는 심해 저류층 탐사에 특화된 기업으로 파키스탄, 미얀마, 카자흐스탄에서 심해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국영 에너지 기업, 브라질 석유업체 등과도 협력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2023년 심해 종합평가를 위해 4개 업체에 대한 경쟁입찰을 시행했고, 기술 및 가격평가 결과 액트지오를 공정하게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경우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기자회견 후 안덕근 산업부 장관을 면담하고 동해 심해 가스전 유망성에 대해 논의했다. 안 장관은 이 자리에서 “석유·가스를 전량 수입하는 현실에서 에너지 안보 및 국민경제에 미치는 중요성 측면에서 이번 개발이 갖는 의미와 향후 계획을 알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탐사 시추 계획에 대해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이달 중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전략회의’를 열어 성공적인 개발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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