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만 유전 발견 가능성' 발표부터 아브레우 회견까지…5일의 기록
성공률 20%…추정량 140억 배럴은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석유·가스 최대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남은 시추 과정과 경제성 판단 여하에 따라 매장 추산치가 현실화 한다면 우리나라는 현재 명목상 '95번째 산유국'에서 단박에 15번째 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다.
당연히 국가경제에 미칠 파급력도 예측불가다. 단적으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3일 처음 이번 동해 심해 유전 탐사개발 가능성을 밝히면서 "140억 배럴을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했다. 발표일 전 2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시총은 약 452조 5000억 원이었으니, 최대 226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가치로 추산된다는 설명이다.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가스 자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한 마디는 모든 이슈를 잠식하기 충분했다. 최대 140억 배럴의 추산 근거라든지, 이런 가능성을 확인해 준 미국 컨설팅업체 '액트지오'의 전문성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졌다.
뉴스1은 7일 대통령의 '동해 유전 가능성' 발표가 있었던 지난 3일부터 이날 미 액트지오사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의 공식 기자회견이 마련되기 까지의 일정들을 정리해봤다.
◇'철통보안' 속 갑작스런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발표…성공률은 20%
정부는 지난 3일 포항 영일만 일대에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며 연말부터 정확한 매장규모와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탐사 시추에 나선다고 밝혔다.
시추공 한번 꽂아보지 않은 '탐사 단계'에서 윤석열 대통이 직접 나서 발표하며 이례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해당 지역에 35억~140억 배럴 상당의 석유와 가스가 묻혀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최대양을 기준으로 가치를 환산하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발표 배경에는 투자시장에 대한 혼란 등을 이유로 보안을 지켜왔다며 이해를 구했다.
'동해 유전 가능성' 발표에 경북 포항의 과거 유전 발견 사례에 대한 관심도 회자됐다.
지난 1975년 말 당시 박정희 정권 때도 경북 포항에서 석유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추 작업이 진행됐다. 당시 예상 매장지는 포항 영일만에 인접한 내륙의 한 산기슭이었는데, 200L에 불과한 양만 확인된데다 경유 성분이 과도하게 높다는 분석이 나오며 작업이 중단됐다.
이번에 발견 가능성이 제기된 곳은 포항 영일만의 심해로 탐사 시추 성공률은 20%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최소 5번의 시추를 해야 성공 가능성이 있는 확률로 1회당 비용은 1000억 원에 달한다. 영일만 심해에 회전용 굴삭기를 이용해 직접 지하에 구멍을 뚫어 석유의 존재를 확인해야 하는데 석유는 일반적으로 지하 1~4㎞ 사이에서, 가스층은 6㎞ 이상 깊이에서 발견될 정도로 깊게 묻혀 있다.
더욱이 하나의 직경으로 시추하면 시추공(試錐孔)이 무너질 수 있어 시추를 하면서 동시에 시추공을 보호하기 위해 외곽에 강관을 설치하는 케이싱 작업과 시멘트로 암석과 파이프를 붙여주는 시멘팅 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기후와 암반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약 70m를 파 내려갈 때마다 평균 30분이 소요된다.
정부는 매장량이 확인되고, 상업적인 시추 준비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본격적인 상업개발은 2035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발표 하루 만에 논란 속출…정부는 시추·헬기 등 수의계약 연이어 발주
정부가 포항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일 발표한지 하루 만에 이를 분석한 액트지오의 매출, 본사 주소, 규모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SNS 등을 중심으로 액트지오의 본사 주소가 미국 휴스턴 지역의 주택가로 나와 있는데, 이 주택이 아브레우 박사의 자택이라며 '1인 기업' 논란이 일었다.
또 미국 인구조사국에 등록된 액트지오의 미국 법인명 '아브레우 컨설팅 앤 트레이닝'에는 직원이 아부레우 박사 1명뿐이고, 연평균 매출도 2만7000달러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업 전문성에 대한 의혹이 증폭했다.
이 같은 논란에 한국석유공사는 아브레우 박사는 액트지오사의 소유주이며 대외적으로는 고문 또는 컨설턴트로 활동 중으로 다양한 경력의 전문가들이 중심으로 프로젝트 단위로 협업하는 구조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도 한 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전체적인 규모는 굉장히 작지만 심해에 관련된 지질 자료 분석에 있어서는 전문가 보유 숫자가 제일 많다"면서 "회사 창립자가 비토르 아브레우로, 엑손모빌과 관련한 그룹장을 했고 또 미국의 퇴적 학회장도 하신 만큼 자료에 대한 신뢰도는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 차관은 "저희도 처음 봤을 때 그걸로만 안심이 안 돼서 5개월 동안 다시 또 검증 작업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커지는 의심에 정부와 석유공사는 아브레우 고문을 우리나라로 초청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첫 발표 이후 이틀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아브레우 고문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전문가에게 분석 결과를 검증받았다"며 "지난 발표 이후 한국 국민에게서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고 들었다. 전 세계 심해 저류층 탐사에 특화된 니치(niceh·틈새시장) 회사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문성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브레우 고문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액트지오 주소는 자택이 맞다"며 "컨설팅 업체로서 컨설턴트의 기반이 되는 곳"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전 세계 석유 관련 회사들이 인력 감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무를 볼 때 필요한 요소들에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카메라밖에 없고, 회사에 속해있지 않은 좋은 인력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아브레우 고문은 "제 팀은 전세계 각지에 흩어져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스위스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휴스턴에 실제 기반이 있는 직원들은 굉장히 소수로 액트지오에서는 해가 지지 않는다고 이야길 한다"고 말했다.
액트지오에 더해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인 우드사이드가 지난해 8월 영일만 심해 탐사 사업이 더 이상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해 철수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 회사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석유공사와 8광구와 6-1광구 북부지역에 대한 탐사를 공동으로 수행한 바 있다. 이 지역은 이번에 정부가 대규모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광구다.
이에 산업부는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우드사이드는보다 정밀하고 깊이 있는 자료 해석을 통해 시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 단계인 유망구조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철수했다는 것이다.
철수한 이후 심해탐사 기술분석 전문기관인 액트지오에 의뢰해 자료 해석을 진행한 결과 7개 유망지구가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계속된 의심과는 별개로 정부와 석유공사는 본격적인 시추 준비에 나섰다.
석유공사는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시작할 시추 작업을 위해 노르웨이 유명 유전 개발업체인 '시드릴(Seadrill)'사와 계약을 한 데 이어 탐사 잠수정, 헬기 등을 선정하는 입찰을 냈다. 또 감독관 등의 입찰도 공고해 선정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140억 배럴 기준으로 원유·가스 수입 평균 가격을 곱해 계산하면 1조 4000억 달러 정도"라며 "국내에 석유나 가스 같은 에너지 자원이 있다고 한다면 상당한 수입대체 효과가 있어 우리 국가 경제에 상당히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일단 전문적으로 판단이 된데다 시추를 하려면 상당한 예산이 필요해서 발표를 한 것으로 내년 초에 나올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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