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산호초의 3분의1이 있는 지구 최대 산호 군락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그레이트배리어리프(호주)=전승훈 기자 2024. 6. 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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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들에게 지구상에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포인트를 꼽는다면?

필리핀과 태국, 인도네시아, 괌, 사이판, 팔라완 등 동남아와 태평양의 섬들, 홍해 연안도 물론 좋지만 좀처럼 가기 힘든 곳이 남미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와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 나왔던 니모의 고향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다.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지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퀸즐랜드 관광청 제공.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탐험하며 ‘진화론’의 영감을 받았던 갈라파고스 제도는 한국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도 가깝지는 않지만, 세계 최대의 산호초 군락 지대라는 명성이 다이버들을 끌어들인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관문은 호주 퀸즐랜드주 케언즈 공항. 비행기에 실은 짐 나오는 통로부터 달랐다. 짐이 나오는 출구에는 거북이, 상어, 니모(클로운 피쉬), 마오리 놀래기 등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산호초 지대에 살고 있는 대표적인 바다생물 입으로 꾸며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제주나 부산 등 지방 공항엔 지역 특색을 보여주는 이런 깜짝한 아이디어를 한번 도입해보면 어떨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는 호주 북동부에 있는 퀸즐랜드 주 해안에 발달해 있는 산호초 군락지대다. 이 산호초 지대는 대보초(大堡礁)라고도 하는데, 남북으로 약 2600km에 걸쳐 있다. 면적이 34만 8700km2, 너비 약 500~2000m로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다. 전세계에 있는 산호 중 3분의 1이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있다.

198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북쪽은 파푸아뉴기니 남안의 플라이강 어귀까지, 남쪽은 퀸즐랜드주의 레이디 엘리엇섬까지 이어져 있다. 이 곳에는 400여 종의 산호와 1500여 종의 어류, 4000여 종의 연체동물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에 있는 초록거북, 듀공 등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평균수심은 35m에 불과하지만, 대륙붕이 2000m 까지 이어져 해양생물들의 주요활동 무대가 되고 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워낙 크기 때문에 출발하는 도시에 따라 풍광이 달라진다. 가장 대표적인 코스가 케언즈에 있는 ‘리프 플릿(Reef Fleet)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가는 것이다. 하루 당일치기로 산호초 지대를 다녀오는 ‘리프 매직(Reef Magic)’호는 8시15분에 승선을 시작했다. 배에 타니 생강에서 추출한 천연성분의 멀미약(Natural Ginger tablets)을 준다. 2시간 가량 배를 타고 달려야 하기 때문에 미리 대비를 해두라는 것이었다.
과연 그레이트배리어리프로 가는 뱃길에 파도가 굉장히 높았다. 여객선도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데다, 파도가 세니 선내에서도 몸을 일으켜세우면 휘청일 정도다. 배가 가는 동안 선내에서는 다양한 브리핑과 프리젠테이션이 이어진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에 대한 설명도 있고, 물 속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거북이, 상어, 니모 등 다양한 바다생물도 설명해준다. 또한 안전을 위해 스노쿨링 또는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는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설문조사도 꼼꼼히 진행된다.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거나, 8시간 이내에 술을 마셨다면 다이빙이나 스노쿨링은 금지다.

드디어 산호초 지대에 도착하니 거짓말같이 날씨가 맑아지고, 파도도 잔잔해진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뱃전에서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산호가 발달한 지역에서는 대부분 수심이 얕기 때문에 바닷물 색깔이 짙푸른색에서 황금 에머랄드빛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산호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누군가 지구상에서 가장 넓게 연결된 건축물이라고 했던가.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다이빙 관광객을 싣고 온 리프매직호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한 가운데 고정된 다이빙 시설에 접안을 한다. 바닷 속 땅에 고정된 다이빙시설에는 1층에는 다이빙 수트와 핀, 마스크 등을 대여해주고 탈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2층에는 식당이다.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스쿠버다이빙 어드밴스(AD) 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기자는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했다. 공기통과 BCD, 마스크와 핀, 컴퓨터(잠수용 시계)를 착용하고 다이빙 준비를 한다.
첫번째 다이빙은 체크다이빙이다. 최대 수심은 11미터로 접안 시설 주변에 있는 산호초 지대를 감상하는 것이다. 200바의 공기를 채워서 약 45분간 다이빙을 했네요. 입수는 접안시설 내부에 있는 계단을 통해 물 속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를 감상할 시간이다.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는 둥근 쟁반처럼 널찍하고, 왕관처럼 생긴 모양이었다가, 영지버섯처럼 피어나고, 사슴뿔 모양의 산호가 가시덤불처럼 숲을 이루기도 했다. 가장 장관은 제주 용눈이오름이나 영남 알프스에서 보았던 가을 억새처럼 생긴 연산호가 물살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장면이었다.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산호는 꽃밭을 이루다가, 밀림 숲처럼 우거지고, 청보리밭이나 억새처럼 흩날리며 신세계를 보여주었다. 산호초 사이에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명물인 머리에 혹이 나 있는 커다란 물고기인 마오리 놀래기들이 지나다녔다.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암초 사이 말미잘 속에 살고 있는 흰동가리 ‘니모’.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꽃처럼 피어 있는 산호 틈 사이에서 하얀색 융단처럼 생긴 돌기들이 춤을 추고 있다. 새하얀 말미잘 속에 주홍색 니모(흰동가리, 클로운 피쉬)가 살고 있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주인공 니모는 아빠 말린과 함께 바로 이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산호지대의 말미잘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니모와 어린 바다생물 친구들이 만타 레이(대왕 쥐가오리) 등위에 타서 유치원에 가던 모습이 떠오른다.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 화면캡쳐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 화면 캡쳐
산호 숲 사이를 유영하고 있는데 가이드 강사가 이리 와보라고 손짓을 해서 가보니 대왕조개가 있었다.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에서 나오는 것과 똑같이 생긴 대왕조개였다. 약간 벌리고 있는 틈새로 보라색 속살이 보였다. 세상에~ 조개의 속살이 보라색이라니! 기괴함 속에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속살을 자세히 보는 데 구멍이 두개가 있다. 입수공과 출수공이다. 조개는 한쪽 입으로 물을 빨아들이고, 영양분을 걸러낸 다음 출수공으로 물을 내보낸다. 가이드가 대왕조개 위로 손을 가져가서 한번 휘저으니, 육중한 껍질이 쾅!하고 닫힌다. 약간 공포스러운 장면이다.
두번째 다이빙은 점심식사 후에 배를 타고 리프 너머 좀더 깊은 바다에 가서 진행했다. 한참 물 속을 탐험하고 있는 데 가이드가 갑자기 손바닥을 머리 위에 세운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그쪽으로 시선을 옮겨보니 멀리 상어가 보였다. 처음엔 한 마리였는데, 다음 번엔 두 마리의 상어가 함께 헤엄치고 있었다. 얼른 고프로(Gopro)를 꺼내 수중 촬영했는데, 거리가 먼 탓인지 흐리게 상어 특유의 지느러미 형태만 잡혔다.
뭍에 올라 온 후 가이드에게 “상어는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상어는 고양이처럼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다. 사람들이 가까이 가려하면 잽싸게 몸을 숨긴다. 상어가 사람을 더 무서워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물 속에서 상어를 봤을 때의 수신호를 가르쳐주었다. 손바닥을 머리 위에 세우면 ‘상어가 나타났다‘는 뜻이고, 머리 위에 왼손-오른손 손바닥을 2층으로 세우면 ’큰 상어가 나타났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왼쪽 손바닥을 머리 위에 세우고, 오른손으로는 십자 성호를 그으면 “어마어마한 상어가 나타났으니, 빨리 도망가라!”는 뜻이라면서 한바탕 웃었다.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그레이트배리어리프를 즐기는 방법은 스쿠버다이빙 말고도 여러가지다. 산호초 위에 물고기들이 많이 사는 곳이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초보자도 구명조끼를 입고, 간단한 스노클링 장비만 갖추고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바다 위에 둥그렇게 둘러친 안전 펜스 안에서만 떠다니며 구경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스노클링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밑바닥이 투명유리로 돼 있는 소형 배를 타고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와 해양생물을 즐길 수 있다.
좀더 숙련된 사람들은 구명조끼를 벗고, 잠수용 수트를 입고 자맥질을 하면 더 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제주 해녀들처럼 1~2미터 정도 물 속에 잠시 들어가, 30~40초 동안 산호초 위로 수중 유영을 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마치 내가 인어가 된 듯한 느낌이랄까.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 안에서는 호주 원주민 출신 선원이 호주의 전통악기인 디제리두를 연주해주었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도 원주민 문화가 많이 얽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다이빙

전세계적인 기후변화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도 죽어간다는 외신 기사가 심심찮게매스컴에 등장하기도 한다. 호주 정부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해양 공원 방문객들은 하루 6달러의 ‘산호세(reef tax)’를 지불해야 한다. 조성된 기금은 산호의 보존과 번식에 연구와 보호 활동에 사용된다.

11월은 산호의 산란기이다. 매년 같은 시기에 산호가 알과 정자를 배출하고 나면 구름 같은 연막이 수면으로 떠올라 수정을 준비한다.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이 번식 행위는 단 며칠 동안만이루어진다.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초 성장과 복구를 돕는 핵심과정이기도 하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의 다이빙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케언즈 리프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리프 매직을 타고 산호초 지대에서 하루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을 즐기는 방법이 가장 대중적인 코스다. 또한 케언즈 리프 터미널에서 그린 아일랜드로 가는 배(약 45분)를 타고 가서 하루종일 스노클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퀸즐랜드 관광청 제공.

서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위치한 브리즈번에서 가까운 ‘레이디 엘리엇 섬’은 ‘만타 레이(쥐가오리)의 고향’으로 불린다. 날개 길이가 9미터에 이르는 쥐가오리와 함께 수영하며 비현실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케언즈 북부 포트 더글라스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거나, 리브어보드(배 안에서 먹고 자면서 며칠씩 하는 다이빙)를 하면 좀더 커다란 어류와 야생의 자연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특히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호주에서는 약 2만5000마리의 혹등 고래가 남극대륙에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허비 베이로 이동한다. 안전한 고래 보존 구역에서 암컷 고래들이 새끼를 낳기 위해서다. 이 시기에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주변 해안에서 혹등고래가 물 위로 차올라 숨을 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호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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