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전미도의 친구가 되고 싶은 이유, '커넥션'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배우 전미도를 보면 시인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소망하는 친구가 실재한다는 느낌이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는 친구',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 등등 시에서 이야기하는 친구의 모습이 전미도에게서 비친다. 편안하면서도 믿음직한 친구다.
첫 안방 주연작이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된 까닭일지도 모른다. 전미도가 자꾸만 친구가 되어 다가온다. 장르도 다르고 역할도 다르지만, 늘 신뢰할 수 있는 든든한 친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2020, 2021)에 이어 '서른, 아홉'(2022),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SBS '커넥션'(극본 이현, 연출 김문교)에서도 그렇다.
3연속 주인공 친구라니! 연기 잘하는 배우를 너무 하나의 틀에 가두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스러운 마음이 들다가도 전미도가 그리는 친구라면 놓을 수 없지 하는 모순적인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깊이가 남다른 전미도의 연기가 그냥 캐릭터라고 치부하기에는 미안할 만큼 진짜 같이 다가오며 전미도가 시청자들에게 흉금을 털어놔도 좋을 '찐친'이 된 것이다.
'커넥션'에서는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다이내믹한 활약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전미도가 맡은 오윤진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일명 기자계의 잔다르크다. 그만큼 깡다구가 대단하다. 그런 오윤진은 친구이자 형사인 장재경(지성)이 마약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지만, 이내 친구의 처지를 이해하고 친구를 돕기 시작한다. 친구가 위기 상황을 빠져나가게 돕고 수사를 돕는다. 우정을 기반한 경찰과 기자의 흥미로운 공조다. 시청자들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본격적인 공조의 신호탄이 터지자 시청률도 터졌다. 시청률 그래프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두자릿수 시청률도 기대하게 됐다. 인기 드라이브에 가속도가 제대로 붙으면서 '커넥션'이 SBS 금토극을 1년여간 옭아매던 부진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낼 것이라는 전망도 사실에 성큼 가까워졌다.
오윤진이 탁월한 취재 감각으로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장재경과 함께 현장에 직접 뛰어드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시청자들의 환호성을 터져 나오게 한다. 오윤진이 사건의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은 당당히 공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체적인 캐릭터로서 오윤진, 그리고 전미도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재경과 오윤진, 두 사람의 공조가 엄청난 몰입감을 만들어내며 현란한 액션 못지않은 스파크를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물불 안 가리는 마약팀 에이스 형사와 타고난 상황판단력의 열혈 기자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다.
또한 세월을 넘나드는 우정의 시너지이기도 하다. 고등학생 시절 같은 동아리 친구 사이였던 장재경과 오윤진이 20년 만에 느닷없는 사건으로 다시 만나서 당시의 돈독했던 우정을 깊은 믿음으로 새로이 발현하는 중인 것이다. 그런 우정의 깊이를 전미도가 아니었다면 누가 그려낼 수 있을까. 역시 뛰어난 연기력의 소유자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탁월한 캐스팅이라 인정하게 된다.
앞서 오윤진이 딸 양육비 때문에 기레기를 자청하게 될 만큼 돈에 궁핍해진 모습을 보인 것은 혀를 끌끌 차게 할 만큼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이조차도 너무나 실감 나게 표현하는 전미도에게 찬사를 보내야 하겠지만, 그 비굴함 이면에 남다른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불쑥 비집고 나오는 것도 전미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종국에는 이마저도 훌훌 털어내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희망도 마찬가지다.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언급된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 꼭 전미도인 것 같아서다.
굳이 실제로 얼마만큼 가까울지 따지지 않아도 된다. 드라마에서만큼은 좋은 친구니 그걸로 된 것이다. 전미도에 대한 믿음이 '커넥션'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다. '커넥션'은 변질된 우정의 커넥션을 소재로 하는 장르물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들은 찐우정을 그리며 시청자들을 감상에 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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