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이 중했던 뉴욕 주지사의 변심···“혼잡세 징수 무기한 연기”
시행 한 달도 안 남긴 상태서 번복
“정책 안정성 저하” 등 비판 줄이어
미국 뉴욕시가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일부 차량에 혼잡세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갑자기 중단해 비판을 받고 있다고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거 패배를 우려한 뉴욕 주지사가 정책 시행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말을 바꿔 정책 안정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캐시 호컬 주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고금리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서민층이나 중산층 가계에 부담을 줄 수는 없다”며 혼잡세 징수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30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뉴욕시의 통행세 정책은 실험적인 기후위기 대응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는 미국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교통 혼잡이 심한 맨해튼 중심부의 길목마다 톨게이트를 설치해 최대 23달러(약 3만원)의 통행료를 걷는 게 골자다. 이렇게 걷은 세금은 대중교통 정비와 시민 천식 예방 정책 등에 쓰일 예정이었다.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출근을 위해 매일 3만원씩 내라는 거냐”고 항의했다. 이에 인근 뉴저지주는 혼잡세 징수를 중단하라는 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럼에도 호컬 주지사는 일부 시민의 반발을 뒤로하고 혼잡세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호컬 주지사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오는 11월 열리는 하원 선거를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앞서 폴리티코는 호컬 주지사가 “혼잡세 정책이 민주당에 타격을 입힐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계획을 연기하려 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호컬 주지사가 당장의 선거 결과를 과하게 우려해 장기적인 도시 정책의 안정성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뉴욕 비영리단체 지역계획협회 대표인 톰 라이트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2019년 뉴욕주 의회를 통과한 이후 4년 동안 수백 건의 분석과 연구를 거쳐 승인된 계획”이라며 “이 정도의 노력과 돈을 쏟아부은 프로그램을 시행 직전에 뒤집으면 기후위기 대응책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코넬대학의 리치 게데스 도시인프라연구원은 “교통 흐름을 정리해 통근시간을 줄이는 정책을 중단한 것은 주변 도시에도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호컬 주지사와 같은 민주당 소속인 리즈 크루거 뉴욕주 상원의원도 “무모한 결정이자 충격적인 오판”이라고 말했다. 혼잡세 도입에 찬성해 온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호컬 주지사가 우리를 배신했다” “우리는 기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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