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명 교통·숙식 전액 부담, 깜짝 '메시지' 선물까지…아마야구 희망 불어넣은 한화, 이런 구단 또 있을까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아마야구에 큰 희망을 불어넣었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고교, 대학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과 추억을 선사했다.
한화 구단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공동 주최한 ‘한화 이글스배 고교 vs 대학 올스타전’이 지난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상황리 개최됐다. 이날 경기는 고교 올스타팀이 12-2로 승리한 가운데 약 700여명의 관중들이 입장해 경기를 지켜봤다. 한화 자체 방송 ‘이글스TV’에서도 동시 시청 최고 8100명, 누적 조회수 9만6000회로 프로야구와 겹치는 시간대에도 야구팬들로부터 상당히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한화는 지난해 처음으로 이 대회를 신설했다. 2022년을 끝으로 신인 1차 지명 제도가 폐지되고,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되자 한화는 연고 지역을 넘어 아마추어 야구 전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정민혁 한화 스카우트팀장이 학생 선수 동기 부여를 위해 올스타전 기획안을 냈고, 한화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과 KBSA·한국대학야구연맹의 협조 속에 지난해 닻을 올렸다.
첫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며 아마야구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한화는 “아마추어 야구 발전을 위한 지원은 프로야구단의 역할이자 의무다. 진심을 담아 일회성이 아닌 정례화된 행사로 발전시킬 것이다”고 약속했는데 올해도 잊지 않고 2회 대회를 열었다.
지난해처럼 양 팀별로 24명씩, 참가 선수 총 48명의 교통 및숙식 등 제반 비용을 한화 구단이 전액 부담했다. 선수들은 대회 전날 오후부터 대전의 호텔에서 묵었다. 또한 대회 MVP 상품으로 태블릿 PC를, 양 팀 우수 투수상, 우구 타자상, 우승팀 감독상, 홈런레이스 우승자에게 각각 스마트워치를 제공했다. 아마야구 발전 기금 500만원도 전달했다.
무엇보다 최고의 선물은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였다. 고교 및 대학 최고 유망주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KBO리그 10개 구단 스카우트들도 대전에 총집결했다. 정민혁 팀장의 아이디어로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참가 선수 개인별 메시지를 기념구에 작성했고, 경기 전 10개 구단 스카우트팀장들이 대표로 해당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선수 개인별 특성이 잘 담긴 메시지로 선수들에게 큰 울림이 있었다.
‘언터쳐블 KBO 미래의 에이스’라는 메시지가 적힌 기념구를 받은 156km 파이어볼러 정우주(전주고)는 “되게 좋은 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스카우트들의 진심을 미리 알았는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는 정우주는 미국 직행 대신 국내에 남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할 의사를 내비쳤다.
정우주와 전체 1순위 후보로 꼽히는 ‘좌완 최대어’ 정현우(덕수고)의 기념구에는 ‘ACE, 부드러움 속 강한 긍정 에너지’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정현우는 “긍정적으로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 긍정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나 스스로도 긍정적이라 생각한다”며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번 대회 유일한 고교 2학년생으로 대회 MVP를 차지한 외야수 오시후(덕수고)는 ‘거침없는 스윙, 2025 거포 기대주’라는 기념구를 받았다. 내년 3학년이 되는 오시후는 “스카우트분들이 내게 기대하시는 게 있는 것 같다”며 기뻐한 뒤 “이런 대회를 만들어주신 한화 이글스에 감사드린다. 좋은 경험을 했고, 덕분에 앞으로 더 큰 대회에 나가도 긴장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열릴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의 쇼케이스 성격이 강했던 이날 올스타전은 유망주들의 엄청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최고 시속 156km를 무려 4번이나 뿌린 정우주를 비롯해 비봉고 박정훈, 서울고 김영우(이상 154km), 덕수고 김태형(153km), 공주고 양수호(152km), 배명고 박세현(151km), 정현우(150km) 등 7명의 투수들이 트랙맨 기준 150km 이상 기록했다.
스카우트들뿐만 아니라 관중들까지 들어오면서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더 많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정우주는 “딱히 구속 욕심은 내지 않았는데 팬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뭔가 끓어올라 구속이 더 나온 것 같다. 공식적으로 156km를 던진 건 오늘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정현우는 “좋은 선수들과 한 팀이 돼 경기하는 게 정말 편하고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에겐 프로 구장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됐고, 스카우트들에겐 선수 관찰 및 평가의 좋은 기회가 된 무대였다. 2년 연속 성황리에 치러진 한화 이글스배 ‘고교 vs 대학 올스타전’이 명실상부 아마야구 최고 축제로 자리잡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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