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新경영 선언’ 31주년, 최대 위기 맞은 삼성전자

오종탁 기자 2024. 6. 7. 13: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新)경영 선언' 31주년을 맞은 삼성전자가 대내외 복합 악재를 맞아 시름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는 신경영 선언 31주년인 7일 파업 선언에 따른 첫 연가 투쟁에 나섰다.

전체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8000여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2% 규모다.

보통 연말에 사장단 인사를 하는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지난달 21일 반도체 사업의 수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며 위기의식을 고스란히 내비쳤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영 악화 속 노조 파업 리스크까지…어깨 더 무거워진 이재용 회장

(시사저널=오종탁 기자)

지난달 24일 오후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사측의 교섭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新)경영 선언' 31주년을 맞은 삼성전자가 대내외 복합 악재를 맞아 시름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는 신경영 선언 31주년인 7일 파업 선언에 따른 첫 연가 투쟁에 나섰다. 연가 투쟁은 집단적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한꺼번에 연차휴가를 내는 투쟁 방식이다. 

삼성전자 노조, 오늘 첫 연가투쟁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전삼노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연가 투쟁에 참여하는 인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사상 첫 연가투쟁이 조합원 자의에 의해 결정됐으면 하는 취지로 참여 인원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체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8000여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2% 규모다. 

다만 연가 투쟁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이 현충일과 주말 사이에 낀 징검다리 연휴라 원래 휴가를 계획한 직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측과 전삼노가 지난달 28일 교섭 결렬 이후 재교섭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 차후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연가 투쟁 후 다른 방식의 파업도 계획 중"이라며 "연가 투쟁은 우리의 최종 목표인 총파업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절차"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로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리스크가 점증하는 상황에서 내부 악재까지 겹쳐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최근 다운턴(하강 국면)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대응이 늦어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에 주도권을 뺏긴 상태다. 아울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데다 후발업체인 인텔에 2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모바일 사업에서도 지난해 한때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애플에 내주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21년 11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뉴욕의 버라이즌 본사를 찾아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위기감 최고조…이재용 "아무도 못하는 사업 먼저 해내야" 

보통 연말에 사장단 인사를 하는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지난달 21일 반도체 사업의 수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며 위기의식을 고스란히 내비쳤다. 삼성전자 일부 부서에서만 이뤄졌던 임원들의 주 6일 근무도 최근 다른 전자 관계사까지 확대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 직후 미국으로 출국했다. 약 2주간 미국 동·서부를 가로지르며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 기회를 찾음으로써 위기 극복과 그룹 분위기 안정을 동시에 꾀하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대형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I를 활용한 기술 및 서비스 방안, 차세대 통신 기술 전망, 기술혁신을 통한 고객 가치 제고 전략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회동 후 이 회장은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미국에서 돌아오는대로 신경영 선언 31주년에 걸맞은 새로운 메시지와 강력한 청사진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가 2020년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공식 폐기한 이후 4년 만에 노조가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하고 집단 행동에 들어간 만큼 사내 갈등 해소와 사기 진작 방안 제시도 시급한 상황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