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도 인정한 롯데의 활력소, 그는 왜 '실패'로 인정한 LG 시절 떠올리며 미소지었나

김동윤 기자 2024. 6. 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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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롯데 손호영이 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올 시즌 KBO 리그 시즌 1호 트레이드의 주인공 손호영(30·롯데 자이언츠)은 지난해까지 자신은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고 봤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손호영은 의왕부곡초-평촌중-충훈고-홍익대 졸업 후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3순위로 LG 트윈스에 지명됐다. 빠른 배트 스피드와 콘택트 능력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고 LG 1군 타격코치 시절 이호준 수석코치가 꼽은 기대주이기도 했다.

뜻대로 커리어가 풀리지 않았다. 매 시즌 초반에는 기대받았지만, 그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나이만 먹었다. 두꺼운 선수층 탓에 2020년 1군 데뷔 후 어느 포지션에도 안착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LG에서는 4시즌 동안 94경기 타율 0.253(158타수 40안타) 4홈런 23타점 32득점 7도루, 출루율 0.296 장타율 0.367 OPS(출루율+장타율) 0.663에 그쳤다.

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만난 손호영은 "LG에 있을 때 난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야구 선수라면 그런 생각을 한 번쯤 들 거라 생각할 텐데 나 역시 (오랜 실패에) '난 이거밖에 안 되는 선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그 시절을 돌아봤다.

어느덧 나이 앞자리가 바뀌었고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무엇이든 바뀌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갑작스럽게 터진 롯데로의 트레이드는 좋은 계기가 됐다. 손호영은 "트레이드되기 전에 올 시즌 들어가면서 생각한 것이 '긍정적으로 해보자'는 것이었다. 부정적 이어봤자 내게 도움 되는 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에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실패는 LG에서 다 했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곳에서 잘해 봐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에는 한두 타석 못 치면 '왜 못 쳤을까'에만 꽂혀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못 쳐도 '다음 타석에선 쳐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앞선 세 타석에 안타가 없어도 다음 타석에는 안타가 나온다. 다음 경기까지 이어진다. 그게 제일 크다. LG는 선수층이 워낙 두꺼웠다. 그래서 내가 스타팅으로 나가 한두 타석 못 치면 바뀌었는데 지금은 감독님이 끝까지 믿어주신다"고 덧붙였다.

LG 시절 손호영.

환경이 바뀌고 마음을 새로이 다잡은 결과는 대단했다. 이적 후 두 경기째 경기인 4월 2일 대전 한화전에서 결승타 포함 3타수 2안타를 때려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렇게 시작한 4월을 타율 0.322(87타수 28안타)로 마무리했고 5월에도 3경기 연속 안타로 그 기세를 이어갔다. 5월 3일 대구 삼성전 햄스트링 부상으로 약 3주간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타격감에는 변함이 없었다. 6월 2일 부산 NC전에서 복귀해 멀티히트를 때려냈고 이번 광주 KIA 3연전에서는 2개의 홈런포를 가동하며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손호영은 "운이 좋았다. 내가 감이 좋다고 잘 치는 타자도 아니고 하던 대로 항상 똑같은 마음으로 준비 잘하니까 잘 된 것 같다. 부상에 대해서도 이미 벌어진 일이라 낙심하진 않았다. 조금 불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난 왜 이럴까'라는 생각보다 '잘 낫고 가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6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손호영은 33경기 타율 0.330(115타수 38안타) 5홈런 22타점 6도루, 출루율 0.364 장타율 0.565 OPS 0.929를 기록 중이다. 이미 데뷔 후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했고 성적도 커리어하이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손호영은 수비에서도 그렇고 공격에서도 우리 팀에 굉장히 중요한 선수"라고 활력소로 여겼다.

만년 유망주 시절이던 LG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감독의 칭찬에 손호영은 "아직 난 그 정도로 팀 전체를 볼 여유는 되지 않는다. 아직 스스로 팀을 좌지우지하는 선수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실수 안 하고 투수한테 피해 안 끼치고 팀이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는 거 같다. '내가 경기 분위기를 바꿔야겠다', '내가 주전이다'라는 마음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그런 말을 해주셨다는 건 지금의 내가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말이라 충분히 만족한다"고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손호영(왼쪽)과 롯데 김태형 감독.

정신적으로도 조금 성장했다. 손호영은 롯데에 와서 달라질 수 있었던 이유로 LG에서의 수많은 실패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LG에서는 거의 실패밖에 안 해봤다. 경기에서 실책도 많이 했고 항상 경기가 들어가고 끝날 때 감정변화도 정말 컸다. 그랬던 내가 이렇게 바뀔 수 있었던 건 LG에서 그만큼 해봤으니까 나온 거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LG는 내가 그렇게 잘하지 못했는데도 기회를 준 팀이었다. 어떻게 보면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1군에 올려준 팀이라 지금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롯데에서의 성적이 아직 성공이라 말하긴 그렇지만, 그 시절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더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고 미소지으며 "LG 팬분들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있을 때도 응원을 정말 많이 해주셨지만, (롯데에 간) 지금도 나를 응원해주는 분이 많다는 걸 느낀다.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손호영은 새롭게 찾아온 기회 속에서 자신의 스타일이 어떤지,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선수인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 한다. 아쉬운 점으로 지적받는 볼넷-삼진 비율(4볼넷 23삼진)도 신경 쓰지 않는 이유다. 그는 "난 정타를 맞히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다들 내게 '볼넷이 없다', '출루율, 타율이 똑같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냉정히 말해 아직 나는 거의 신인급 선수다. 지금 당장 그런 비판을 의식해서 단점을 보완하려고 하면 내가 가진 장점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이 뛰다 보면 점점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율이든 홈런이든 난 아직 표본이 없는 선수라 올 시즌이 끝나야 알 거 같다. 반짝 잘한다고 해서 시즌 10홈런, 20홈런을 치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나도 내가 어느 정도의 선수인지 모르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선수인지 모르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풀 시즌을 치러봐야 구체적인 목표도 정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이미 트레이드 전 목표는 깨졌다. 대신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손호영은 "'아프지 말자', '1군에서 말소되지 말자'가 목표였는데 이미 틀어졌다"고 웃으면서 "다음 목표로 세운 게 대주자든 대수비든 다 합쳐서 100경기 이상 뛰는 것이다. 지금부터 관리하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롯데 팬분들에게는 앞으로 많이 이기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승리라는 것이 나 혼자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 팀엔 리더십 있는 형들이 많다. 형들이 잘 이끌어주고 동생들도 밑에서 잘 따라주고 하다 보면 잘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롯데 손호영.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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