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세상] 야외 낚시터에서 만난 게이미피케이션

이학범 2024. 6. 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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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국게임화연구원 이동현 교수]지루한 일상을 게임처럼 즐겁게 보내고 싶은 이들이 적지 않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이 게임 메커니즘과 요소들을 게임 외 다른 분야에 융합·적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일상이 게임이다”라고 말하는 이들의 상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실제적으로 게임의 요소들이 현실에 적용됐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최근 주변 지인들과 함께 야외 낚시터에 방문했다. 낚시터에는 다양한 게임의 요소가 반영돼 방문객 누구나 낚시에 온전하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장치가 다수 마련돼 있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일상에서 어떤 효과를 가져다 주는지 필자가 낚시터에서 경험한 시간을 공유하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낚시터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낚시터의 이미지는 아저씨들이 조용히 낚시를 즐기는 다소 침침한 공간이다. 다만 필자가 방문한 낚시터는 야외 낚시 카페로 가족 단위의 방문을 지향하는 공간이다. 낚시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즐기도록 할 수 있도록 해 어린 아이는 물론 초심자들도 물고기를 낚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끔 구성됐다. 게임도 장르나, 플랫폼에 따라 이용자층이 바뀌듯, 낚시터도 다양하다.

전문적인 낚시꾼이 아니고서야 물고기가 언제 잡힐지, 얼마나 잡힐지 알기란 어렵다. 일종의 무작위(랜덤) 요소가 반영돼 있는 셈이다. 잡힐듯 말듯한 물고기와의 사투를 벌이다 보면 경험이 쌓인다. 안타깝게 놓친 경험 조차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나면, 한 마리라도 낚아야겠다는 마음가짐에 낚시에 몰입하고 집중하게 된다. 무작정 빠르게 찌를 많이 던진다고 물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필자가 방문한 낚시터에서는 낚시 외에도 수시로 이벤트가 열렸다. 초등학교 저학년생, 여성 등 낚시에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보다 손쉽게 낚시를 즐길 수 있게 했다. 공용 스크린에 참가자들의 현재 순위가 나타나고, 보상으로 장난감 등 취향을 저격하는 적절한 보상이 제공되면서 몰입감을 높였다.

이벤트는 정해진 시간 동안 물고기를 낚은 양에 따라 경쟁을 벌이는 방식 외에도 특정 무게에 가장 가까운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 등 수시로 업데이트 됐다. 승리 조건의 변화로 누구나 상위권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도 연출되면서 참여자들 뿐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정 누군가가 아닌 낚시터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필자가 경험한 바, 낚시터의 요소들은 게임과 닮아있다. 경험에 따라 실력이 늘고, 이벤트를 통해 순위를 결정하거나, 특별한 보상이 제공되는 등 게임적 요소가 반영돼 방문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최종적으로 각자의 미션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몰입 상태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인 과정이다.

물론 낚시를 소재로 한 게임도 즐겁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즐기는 낚시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낚시터에 게임적 요소가 반영돼 있는 점은 일상의 다른 영역에도 게이미피케이션을 반영해 얼마든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앞으로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지속 연구를 통해, 게임의 메커니즘을 활용해 일상의 새로운 경험과 활력을 유도하는 일이 늘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한국게임화연구원 이동현 교수.
글=한국게임화연구원 이동현 교수

정리=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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