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실적이 호재를 눌렀네 [시크한 분석: DGB금융그룹]
지방금융지주 DGB금융그룹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인가
지방은행 최초로 시중은행 전환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 탄생
호재에도 떨어지기만 하는 주가
은행 보유 금융그룹 중 홀로 하락
시중은행 전환 효과도 의문 부호
호재가 숱했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타고 있다. 지방은행 최초로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한 DGB금융그룹의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투자자들이 호재성 이슈보다는 실적 부진과 불투명한 성장 가능성을 우려한 결과가 주가를 짓누른 듯하다. DGB금융그룹의 주가는 어디로 흐를까.
DGB금융지주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지방은행 최초로 시중은행 전환, 기업가치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 등 굵직한 호재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주가는 부진한 모습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8410원으로 시작한 DGB금융지주의 주가는 2월 1일 9800원으로 치솟았다. 정부의 기업가치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소식에 주가가 불을 뿜었던 거다. DGB금융지주의 주가(종가 기준)가 9800원대를 웃돈 것은 2022년 2월 11일(9980원) 이후 2년 만이었다.
하지만 주가 상승세는 거기서 멈췄다. 악재가 있었던 건 아니다. 반대로 투자자의 기대감을 높일 만한 호재가 있었지만 투심投心을 자극하지 못했다. 시중은행 전환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16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인가했다. 대구은행(현 iM뱅크)이 지난 2월 7일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한 지 3개월 만이었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한 셈이었다.
당연히 시장은 커다란 기대감을 품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은행산업의 경쟁 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실제로 전환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DGB금융지주의 주가는 또 뒷걸음질쳤다. 2월 9800원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3월 8800원대로 떨어졌고, 4월엔 8100원까지 하락했다.
시중은행 전환 소식이 알려진 5월 16일 4.1% 상승하며 8500원대를 회복했지만 주가는 더이상 힘을 내지 못한 채 지난 5일 8040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연초 대비 4.39%(8410원→8040원) 하락한 수치다.
금융주가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연초 대비 4일 기준 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의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KB금융그룹은 44.7%, 하나금융그룹은 41.1%였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그룹의 주가도 각각 15.3% 9.8% 상승했다. 지방 금융그룹도 오름세를 기록했다. JB금융그룹의 주가는 연초 1만1070원에서 1만4190원으로 28.1%, BNK금융그룹은 7010원에서 8250원으로 17.6% 상승했다. DGB금융그룹의 주가만 하락세를 기록한 셈이다.
이는 시장이 시중은행 전환 이슈나 화제성보단 부진한 실적과 불투명한 성장 가능성에 반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DGB금융지주의 올 1분기 실적은 어닝쇼크에 가까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GB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129억원으로 전년 동기(1679억원) 대비 32.7% 감소했다.
iM뱅크의 순이익이 같은 기간(2023년 1분기 1278억원→2024년 1분기 1195억원) 6.4% 감소하며 나름 선방했지만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의 실적이 139억원에서 적자전환(-49억원)하는 등 계열사의 부진이 악재로 작용했다. iM증권과 iM캐피탈(옛 DGB캐피탈)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대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것도 실적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 큰 문제는 DGB금융지주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오프라인 영업점 확대가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DGB금융지주의 올 1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 잠정치가 11.07%를 기록하면서 배당 확대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도 따져볼 만한 이슈다.[※참고: CET1 비율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하는 자본의 비율로 일반적으로 12%를 넘어야 배당이 가능하다.]
김은갑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부문 실적은 안정적이었지만 비은행 부문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며 "그래서인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3배로 가장 낮은 데도 다른 은행주 대비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시중은행 전환 이후 주요 임원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주가 부양과 주주친화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심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지방은행 최초로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한 DGB금융그룹의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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