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개조 노리는 유럽 극우정당들…방법론 두고 분열
우크라이나·이민 등 주요 정책서 이견 노출…선거 결과에 따른 영향 약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6일(현지시간) 시작돼 나흘간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각국 우파 민족주의 정당들은 유럽연합(EU)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우크라이나, 이민 등 주요 정책을 둘러싼 분열 등 방법론에 대한 이견이 그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이들 정당의 다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모델로 여기면서 EU의 권력 확대를 막고 이민, 기후 등 쟁점 현안에 대한 EU의 정책을 전환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들은 망명 신청자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고 2035년부터 신규 이산화탄소 배출 차량 판매 금지와 같은 기후 관련 규정을 뒤집기를 바라고 있다. 또 EU의 진보적 당국자들이 진전시키려 한다고 주장하는 성소수자(LGBT) 권리와 같은 사회적 사안에 있어서 국가 권한을 회복해야 한다고 본다.
유럽의회는 EU의 계획을 수정하거나 막을 수 있고 차기 EU 지도부 승인도 맡는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정책보좌관인 오르반 벌라주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EU를 개조하기 위한 단일 민족주의 동맹 구축이라는 오랫동안 달성하기 어려웠던 목표를 손이 닿는 곳에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EU 전역에서 EU의 권한 확대에 대한 반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우파가 강력한 결과를 낼 경우 EU 지도자들이 어느 때보다 중앙집권화된 EU를 추구하는 것을 포기하도록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나는 단기간에 전체 정치 환경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WSJ은 이러한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상대적으로 온건한 우파 지도자들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중도우파 정치인들과 유대관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멜로니 총리는 2022년 강력한 반이민 공약으로 권력을 잡았지만 주류 보수로 입장 전환을 꾀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은 멜로니 총리에게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연대를 제안했지만 대답을 받지 못했다.
RN 등 극우 성향 정당이 속해 있는 유럽의회 정치그룹(교섭단체) '정체성과 민주주의'(ID)는 지난달 소속 의원의 나치 친위대 옹호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독일대안당(AfD) 의원들을 제명하기도 했다.
유럽의회의 양대 보수 정치그룹 가운데 하나인 유럽보수와개혁(ECR)의 대표를 지낸 얀 자흐라딜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정치적 분위기를 바꿀 수는 있겠지만 EU를 재편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향후 수년간 각 회원국 선거에서 민족주의 정당이 많이 승리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U는 27개 주권 국가의 모임이고 주요 현안에 대해 결정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타협해야 한다는 점도 민족주의 우파 정당이 추진하는 의제에는 큰 장애물이다. 각 회원국 정상은 국내 정치적 압력도 고려해야 한다.
우파 민족주의 정당의 부상은 일부 현안, 특히 이민 문제의 중심을 바꿔놓기는 했다.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 오르반 총리가 망명 신청자들을 밀어내고 국경 울타리를 세웠을 때 많은 공격을 받았지만 이제 다른 정부들도 이를 따라 하고 있다.
그러나 우파 민족주의 정당들은 EU 내 다수 주요 현안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오르반 총리나 AfD는 EU가 러시아를 제재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자금을 보내는 것을 비난한다.
RN의 마린 르펜이나 멜로니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 최근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한 네덜란드 극우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
멜로니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찬성하지만 오르반 총리나 르펜은 이에 반대한다.
이민 문제에서조차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최근 망명 신청자에 대한 거부를 완화하는 EU 타협안을 마련했고, 오르반 총리는 이 계획을 파기하고 더 엄격한 안을 채택하기를 바라고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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