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원톱 견제하나?”…與, ‘2인 지도체제’ 두고 설왕설래

변문우 기자 2024. 6. 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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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돌연 ‘혼합형’ 카드 꺼내…“대통령도 궐위 시 부통령 필요”
당내선 계파 막론 반발…“괴물 대안” “봉숭아학당 안 좋은 기억”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차기 당대표 선출을 기존 '단일 지도체제'에서 '2인 지도체제'로 치르는 방향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 1등은 당대표, 2등은 부대표를 맡는 안' 도입을 주장하면서다. 차기 당권 경쟁의 핵심 주자들은 일제히 비토를 쏟아냈다. 친한(親한동훈)계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벌써부터 견제하는 의도"라며 반발에 나섰다. 비윤(非윤석열) 주자인 나경원 의원 등도 "봉숭아학당 시절로 돌아갈 셈"이냐고 직격했다.

최근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는 황 위원장이 내세운 '2인 지도체제' 안건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 위원장의 측근올 꼽히는 여상규 당헌당규개정특위 위원장은 지난 5일 회의 직후 취재진에 ▲현행 단일지도체제 ▲집단지도체제 ▲하이브리드형(2인) 지도체제 등 3가지 안을 모두 7일 한꺼번에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용이 픽스(고정)된 건 아니고 일단 의논을 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황 위원장이 '2인 지도체제'를 내세우는 명분은 '당 지도부의 안정성'이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2022년 5월 집권 여당이 된 후 2년 새 당대표가 '이준석→주호영→정진석→김기현→한동훈→황우여(비대위원장 포함)'까지 총 6번이나 바뀌었다. 관련해 황 위원장은 5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통령 궐위 시 이를 대체할 부통령을 뽑는 개념이다. 그래야 차기 선거들을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다"고 취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내에선 계파를 막론하고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지호 전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황 위원장이 '2인 체제'라는 괴물을 들고 나왔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처음에는 전당대회 흥행을 위해서라더니 이제는 지도부의 안정성을 위해서란다"며 "당권-대권 분리 조항은 시간의 촉박성 때문에 건드리지 말자면서 그것보다 더 민감한 지도 체제 문제는 터놓고 논의하자고 한다. 논리도 뒤죽박죽"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3040세대 모임인 '첫목회'도 지난 6일 '2인 지도체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첫목회 간사인 이재영 국민의힘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황 위원장이 언급한) 절충형 지도체제로 가는 건 저희도 동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당대회 룰 5:5 입장에 변함이 없고, 꼭 집단 지도 체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친한계 인사들은 '2인 지도체제'가 한 전 위원장을 저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표출했다.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등판 시 당선이 유력한 만큼 기존에 없던 부대표직을 신설해 견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시사저널에 "이미 총선 백서 논란으로 '한동훈 책임론'에 계속 포커스가 맞춰지는 분위기였다"며 "특히 이처럼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에 없던 '지도체제 개편'까지 거론되면 어느 누구든 상식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당권주자들도 황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나경원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집단지도체제는 봉숭아학당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우리 당의 미래와 혁신, 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른바 하이브리드 체제도 올바른 대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도(正道)로 가야 한다. 책임 정치 실천, 안정적인 리더십 발휘를 위해서는 기존의 단일지도체제가 더 적합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지도체제 개편이 사실상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위는 이미 오는 12일까지 룰 개정 논의를 마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최근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에서도 지도체제를 논의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전언이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당심(黨心)·민심(民心) 반영 비율 조정' 건은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지도체제 개편'은 갑작스레 나온 만큼 논의 시간이 충분치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앞서 당대표 1인 독점 체제로 운영되다가 지난 2005년 '9인 집단 지도체제'로 바뀌었던 사례가 있다. 당시 당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든 당 혁신안에 따라서다. 이는 2015~2016년 김무성 당대표 시절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親박근혜)계 내부의 극심한 갈등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2016년 단일 지도체제로 전환한 뒤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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