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안 바꾸면 이상지질혈증 치료 ‘말짱 도루묵’…어떻게 하면 될까?

안세진 2024. 6. 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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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지질혈증을 치료할 때는 식습관 개선과 꾸준한 운동을 기본으로 하고, 스타틴 등의 지질강하제를 복용하면서 혈중 지질 수치를 낮추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약물만 믿고 식습관을 제대로 개선하지 않으면 지질 수치가 개선되는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국내 연구진이 2021년 국제 학술지 ‘영양(Nutrient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질강하제를 복용하면서 식습관까지 개선한 사람들이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개선되는 효과를 더욱 크게 볼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상지질혈증을 제대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은지 살펴보자.

이상지질혈증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식단 구성|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방 섭취: 불포화지방산 섭취 늘리고 포화지방산, 트랜스지방산 줄여야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 바로 과도한 지방 섭취다. 하지만 지방이라고 해서 무조건 몸에 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방은 크게 △포화지방산 △트랜스지방산 △불포화지방산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불포화지방산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혈액순환을 개선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그런 만큼 이상지질혈증 관리 중 지방을 섭취할 경우에는 △올리브유 등의 식물성 기름 △견과류 △달걀 등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적정량 섭취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산이다. 포화지방산은 상온에서 고체 상태로 존재하는 지방으로 △육류의 비계 △버터 △마요네즈 △크림 등에 다량 함유돼 있다. 포화지방산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혈전 위험을 높여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트랜스지방산은 불포화지방산의 산패를 억제하고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수소를 첨가하는 과정에서 인공적으로 생성된 지방산이다. 인공 물질이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이 분해하지 못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도 않고, 체내에 쌓이기만 하면서 복부비만을 유발하고 심혈관질환, 암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마가린 △케이크 △과자 △감자튀김 등의 가공식품에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에, 이상지질혈증 치료 중에는 이들 음식의 섭취는 가능한 피할 것이 권장된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발표한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일일 에너지 섭취량의 30% 이내로 지방을 섭취할 것이 권장되며, 포화지방산은 7% 이내로 줄이는 것이 좋다. 실제로 포화지방산의 함량이 총 에너지의 7% 이하인 식사를 했을 때, 서구식 식사 대비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9~16%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상태인 경우에는 지방 섭취를 엄격하게 조절해야 한다.

단백질 섭취: 적색육, 가공육 대신 백색육, 생선 선택
단백질은 근육을 구성하고 합성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족하지 않게 섭취할 것이 권장된다. 특히 운동을 통해 체지방 감량을 시도하는 경우라면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일일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0.8~1.0g 이상이며, 이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육류를 먹으면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지방 함량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적색육과 햄, 소시지 등의 가공육은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가공육의 경우 맛을 내기 위해 고기 중에서도 지방이 많은 부위를 포함시켜 만드는 데다, 가공 과정에서 나트륨이 다량 함유되기 때문에 심혈관 건강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다. 가공 과정이 없는 적색육의 경우에는 흰색으로 굳어 있는 지방층이 대부분 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일 수 있어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그 대신 닭고기 등의 백색육이나 생선을 섭취하면 포화지방 섭취량을 줄이고, 불포화지방 섭취량은 늘리면서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 생선 중에서도 △연어 △고등어 △참치와 같은 등 푸른 생선이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편이다. 백색육을 섭취할 때는 비교적 기름기가 많은 껍질 부분은 제거하고 섭취하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된다.

탄수화물 섭취: 정제탄수화물 대신 복합탄수화물 섭취
서양인에 비해 한국인은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고, 그에 따른 고중성지방혈증이 흔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하이닥 가정의학과 상담의사 이상욱 원장은 “서양에서는 과도한 단백질과 지방질 섭취로 인해 이상지질혈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인의 경우에는 탄수화물의 섭취로 인한 이상지질혈증이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라며 “실제로 우리가 흔히 먹는 국, 밥, 반찬 등의 약 60~70%가 탄수화물로 구성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탄수화물은 인체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만큼 무턱대고 섭취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때는 정제탄수화물 대신 복합탄수화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통밀 △잡곡 △콩류 등 복합탄수화물에 풍부한 불용성 식이섬유는 대장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발효되지 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 포만감을 줄 뿐만 아니라 장내 환경을 개선하며, 당질의 흡수를 방해해서 혈당과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탄수화물을 먹을 때는 일일 에너지 섭취량의 65% 이내로 조절해서 섭취하고, 전체적인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주의하면 된다. 흰쌀밥 대신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먹고, 정제 밀가루로 만든 부드러운 빵 대신 통밀빵, 호밀빵을 선택하면 복합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비타민 C 섭취: 자몽 피하고 베리류 과일, 채소로 보충
특유의 항산화 효과를 자랑하는 비타민 C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영양소 중 하나다.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면 혈액 속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막아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에서도 생과일과 채소류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다만 지질강하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섭취에 주의해야 하는 과일이 있다. 바로 자몽이다. 자몽 특유의 씁쓸한 맛을 내는 ‘푸로쿠마린(Furanocoumarin)’ 성분은 약물의 대사 과정에 영향을 미쳐 대사 속도를 늦추고, 체내에 약이 오랫동안 노출되도록 해 두통, 어지럼증, 메스꺼움, 근육 손상 등의 부작용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이 자몽주스 한 잔을 마셨을 때 스타틴의 혈중 농도가 260%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신 베리류 과일(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 등)이나 △브로콜리 △연근 △케일 △시금치 등의 채소를 통해 비타민 C를 섭취할 것이 권장된다. 과일은 당분 함량이 많은 만큼 탄수화물 섭취량을 고려해서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으며, 채소는 매끼 충분히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즙이나 주스 형태로 가공된 과일, 채소보다는 영양소 파괴가 적고 첨가물이 없는 생과일, 생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상욱 원장 (인천참사랑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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