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뜬다]② "먹거리 수요 50년만에 두배…기존 방식으론 공멸"

문세영 기자 2024. 6.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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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 "한국 시장경쟁력 압도"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가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국푸드테크협의회에서 동아사이언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편집자주] 삶의 질이 향상되고 소비자의 지식수준은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인간 수명까지 늘어나면서 건강을 개선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개인 맞춤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자원 낭비는 줄이고 식품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 산업도 주목됩니다. 식품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조리 및 외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도 각광받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이 모든 것을 현실화하는 ‘푸드테크’를 유형별로 살펴보고 푸드테크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한국이 푸드테크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혜안을 모색해 봅니다.   

당뇨병이 있는 민정 씨(가명)는 디지털 영양사에게 오늘 측정한 혈당 수치와 컨디션을 전달하고 단당류 함량이 낮은 아침 식사 레시피를 추천 받는다. 점심에는 배달앱을 통해 배달로봇이 배송한 당뇨병 맞춤식 메디푸드(의료용 식품)로 식사한다. 음식은 신소재를 이용한 친환경 포장재에 담겨 배달된다. 저녁에는 아파트 옥상에 마련된 스마트팜에서 신선한 채소들을 가져와 대체육과 함께 건강한 식물성 단백질 및 식이섬유를 섭취한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 성장하고 식품 소재·공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푸드테크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머지않아 민정 씨와 같은 생활은 평범한 일상이 될 예정이다. 푸드테크 산업 분야에서 고도화된 기술력을 갖고 있는 한국은 이 같은 시기를 그 어떤 국가보다 일찍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 겸 한국푸드테크협의회 회장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푸드테크 분야 글로벌 패권을 선점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융합 인재를 양성하고 산학관 협력을 통해 글로벌 진출길을 확장하고 있는 이 교수를 통해 푸드테크가 주목 받는 이유, 패권 쟁취를 위해 대비해야 할 일 등을 들어봤다. 

Q. 푸드테크는 대체식, 스마트팜, 자율주행로봇, 일상에서 사용하는 키오스크까지 범위가 매우 넓다.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먹는 것과 관련한 모든 문제 해결이 포함되기 때문에 범위가 넓다. 농산물, 가공식품, 식단, 외식, 급식, 음료 등 층위가 서로 다른 이 모든 용어가 ‘푸드’에 해당한다. 푸드테크는 곧 ‘푸드 솔루션’이다. 먹는 것과 관련된 전 과정에 첨단기술을 융합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Q. 푸드테크가 주목받는 기술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전 세계는 먹거리와 관련한 엄청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먹는 것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런데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지구가 멸망하게 생겼다. 무슨 얘기냐 하면 50년 사이에 인구가 2배로 늘었다. 세계 인구가 40억에서 80억이 됐다. 먹거리 수요가 2배 늘었다는 의미다. 

평균 수명도 50년 전보다 30% 이상 늘었다. 경제 수준이 좋아지면서 동물성 식품 소비도 많아졌다. 국내 반려동물이 약 1550만 마리다. 동물의 고령화도 문제다. 동물도 동물성 식품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크게 증가했다.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는 늘어난 식품 소비를 감당할 수 없다.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 인류는 멸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탄소 생산도 엄청나다. 농업, 축산, 수산, 가공, 조리, 유통, 배달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지구 전체 탄소 배출량의 35%가 넘는다. 환경과 관련해서는 업사이클링, 포장재 기술 등의 푸드테크 적용이 필요하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늘어난 환자 수와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은 맞춤형 식품 등으로 소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다행히 음식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수요가 늘었다는 건 시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배달의 민족 기업 가치는 15조원에 이른다. 국내 전통적인 식품 기업들보다 훨씬 더 기업가치가 높고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화된 국내 기술 기업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먹거리에 로봇을 비롯한 첨단테크를 융합한 푸드테크는 범위가 넓어 부처간 협업을 통한 육성·지원이 필요하다. kynny/게티이미지뱅크 제공.

Q. 푸드테크 산업에서 특히 주목되는 트렌드는 무엇인가.

“현재 가장 관심이 높은 건 ‘디지털 전환’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소비자들은 직접 조리하는 것보단 스마트폰을 이용해 맞춤형 추천을 받고 주문 배송을 받는 등 푸드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구독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학교나 요양원 급식 등도 디지털 전환이 되면서 해당 솔루션을 가진 기업들이 국내에 굉장히 많아졌다. 

두산 로보틱스, 네이버, 쿠팡, 배달의 민족, 마켓컬리 등 데이터 융합 및 디지털 전환을 한 기업들의 가치가 매우 높고 인공지능(AI)이나 로보틱스 관련 푸드테크 기업 중 유니콘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조기업들 중에는 간편식, 밀키트, 환자식, 헬스케어, 마이크로바이옴 등 건강기능 사업 등이 주목되며 스마트팜, 아쿠아팜 등 팜테크도 늘어나는 추세다.” 

Q. 테크하면 AI가 강세인데 AI를 접목한 푸드테크 분야는 무엇이 있나. AI 기반 파이토슈티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영양사를 대신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다. 식재료, 레시피 등 DB 기반으로 영양사 역할을 하는 웰니스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 AI가 만든 설계도를 바탕으로 가정, 외식업체, 제조업체 등이 메뉴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개인 맞춤형 식단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연구실은 서울대병원 환자 대상으로 설계한 플랫폼을 실증하고 있다. 

AI 기반 파이토슈티컬은 식물 유래 맞춤형 건강기능성 소재인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가령 약콩을 가지고 식단을 설계할 수도 있지만 기능성 소재로 건기식을 만들 수도 있다. 약콩이라는 원료 생산을 위한 스마트팜을 제작할 수 있다.” 

Q. 내년이면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을 위한 식단을 비롯한 개인 맞춤형 식단 관련 푸드테크도 더욱 중요해질 거 같다. 

“영유아, 임신부, 노인까지 생애 주기에 따라 맞춤형 식단을 짤 수 있다. 성별에 따른 식단, 환자를 위한 식단 설계도 가능하다. 

연령, 활동량, 에너지 소비율 등에 따라 필요한 열량과 영양소가 있다. 인바디 등을 기준으로 근육량이 부족하면 단백질 비중을 늘리고 개인의 음식 선호도도 고려해야 한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 면을 좋아하는 사람 등 개인 맞춤형 레시피를 건강하게 설계할 수 있다. 

국내산 원료를 쓸 건지, 식물성 재료만 사용할 건지, 가격은 어느 정도에 맞출 건지 등 개인이 원하는 기준을 기반으로 소재나 원료를 추천하고 알고리즘화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연구 중이다. 개인이 건강하고 행복하면서 먹는 문제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65세 이상 고령은 만성질환을 2개 이상씩 갖고 있어 특히 정밀한 식단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치아가 불편하고 소화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 또한 고려해야 한다.”

Q. 지구가 기후 위기에 처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푸드테크도 친환경 기술이 주목될 거 같다. 

“식재료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조리하는 과정까지 다양한 친환경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환경과 관련해서는 포장재 기술이 우선 굉장히 중요하다. 가령 코카콜라 캔값이 콜라 원료값보다 더 비싸다.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된 걸 먹는 것도 중요하다. 원양 어선으로 참치를 잡고 냉동해서 소비자 식탁에 오르려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든다.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생산하거나 가공 및 조리를 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면 가장 좋다.  

푸드 원료나 소재는 동물성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우유 대신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두유를 먹는 식이다. 고기를 아예 먹지 말자는 의미라기보다 한번이라도 덜 먹고 예쁜 사과만 먹기보단 ‘못생긴 사과’도 먹고 이런 게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자기 먹거리는 본인이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도 필요하다. 필요한 만큼 준비하고 남기지 않고 먹는 문화다. 한식은 그런 면에서 반찬이 낭비되는 문제가 있다. 버려지는 음식물이 30~40%나 된다. 식량 안보 관점에서 반찬마다 비용을 받는 형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식당에 가면 키오스크로 주문할 때 반찬을 선택하고 비용을 내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Q. 혁신기업, 유망기업, 성공 가도를 달리는 기업 등 푸드테크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들이 있다면.

“대기업도 있고 벤처기업들도 있는데 대기업은 플랫폼 기업들이 주가 되고 있다. 네이버, 쿠팡, 배달의 민족, 마켓컬리, 11번가, 신세계 SSG, G마켓 등을 의미한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의 63%가 배달의 민족 음식 주문이었다. 

조리와 관련해서는 로봇 기술이 주목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두산로보틱스, 현대로보틱스 등이 있다. 급식 업체들에도 테크가 적용돼 삼성웰스토리, CJ 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등은 급식 조리사를 로봇으로 대체했다. 음식 조리, 메뉴 선택, 배식, 세척까지 사람 없이 전 과정이 자동화된다. 제조기업, 농업기업 등도 푸드테크를 적용하고 있고 벤처기업들은 이에 준해 매우 많아졌다.” 

Q. 미국, 유럽 등과 비교했을 때 국내 푸드테크 기술이나 시장 경쟁력은 어느 정도에 와있나.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압도적 1위다. 먹방 유튜버인 쯔양이 뭘 먹었는지 등 먹는 것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다. 

제품이 안전한지, 위생은 어떤지, 품질은 어떤지, 디자인 어떤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조리도 매우 빠르다. 한국 사람은 배가 고플 때 내가 원하는 음식을 30분 안에 먹어야 하면서도 맛과 품질이 떨어지면 안 된다. 

조리 기술, 유통 기술, 생산 기술 등에서 최고 수준에 이른 이유다. 원천 기술은 한국이 먼저가 아니더라도 비즈니스화하는 데 있어선 세계 시장에서 앞서 있다. 문제는 한국 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는 점이다. 국내 서비스만으론 한계가 있다. 앞으로 동남아시아, 중국, 인도, 더 나아가 미국, 유럽 시장을 진출해야 한다.” 

Q. 푸드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화하는 데 있어 정책적, 제도적 제약은 없나.

“푸드테크 산업은 광범위하기 때문에 부처 간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농업, 제조업은 농식품부가 주로 주관한다면 프랜차이즈나 유통, 로봇 등은 산업부 영역이다. 식품도 알아야 하고 테크도 알아야 한다. 

식품 관련 산업 핵심은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인재 육성과 기술 개발이 굉장히 중요하고 부처 간 협력이 잘 돼야 한다. 

첨단 인력과 첨단 기술을 푸드테크 분야에 끌어들이려면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부, 과학기술정통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농식품부, 해수부, 식약처가 주무 부처이지만 산업부, 교육부, 과기정통부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에 범부처 협력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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