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물풍선 응징과 21세기 강군의 길[포럼]

2024. 6. 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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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역사 속에 사라질 운명이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9·19 군사분야 부속합의서'는 물론이고 그 어떤 합의도 그들의 필요에 따라 내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남북관계를 고려해 '9·19 합의'의 일부 조항만을 정지시킨 지난해 우리 정부의 결정을 무색하게 했다.

군사적 차원에서도 북한이 행동으로 담보하지 않는 이상 강군 육성의 길에 족쇄를 채워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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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前 국방부 차관

어차피 역사 속에 사라질 운명이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9·19 군사분야 부속합의서’는 물론이고 그 어떤 합의도 그들의 필요에 따라 내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핵 위협에 더해 치졸한 행태를 보이는 북한의 행보를 고려할 때 비정상적인 상황을 방치할 이유는 없다.

군사적 차원에서 ‘9·19 합의’는 그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다. 북한군은 수없이 위반해 왔고, 지난해 11월에는 준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전략적 차원에서도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개선되는 대외 환경을 활용하며 차원이 다른 대남정책을 전개한다. 우리에 대해 ‘제1의 적대국’이라거나 ‘불변의 주적’으로 부르는 것을 단순한 외교적 수사로 생각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핵을 포함한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로 뒷받침되는 김정은 대남 군사전략의 요체인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남북관계를 고려해 ‘9·19 합의’의 일부 조항만을 정지시킨 지난해 우리 정부의 결정을 무색하게 했다. 늦은 감도 없지 않지만, 전면적 효력 정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중요한 것은 미래다. 이제부터라도 남북 관계에서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군사적 차원에서도 북한이 행동으로 담보하지 않는 이상 강군 육성의 길에 족쇄를 채워서는 안 된다. 중장기적인 동아시아 정세의 흐름이 갈등 심화로 가는 상황에서 강군 건설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제 ‘9·19 합의’로 인해 제한됐던 훈련이나 감시 정찰의 족쇄를 벗어낸 만큼 군사 역량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 서해 5도 지역에서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 재개를 비롯해 북한의 다양한 도발에 대응할 각종 훈련을 강화하고 취약점을 개선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는 늘 이유가 있었음을 고려할 때, 최근 자행한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이나 오물 풍선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오물 풍선에 다른 위해 물질이 실릴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지자체 등과 대응 단계별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 도발의 주목적일 것이기에, 흔들리지 않는 대응 체계가 북한의 의도를 분쇄할 예방책이 될 것이다.

동시에 진정한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함께 풀어갈 과제가 산적함을 인식해야 한다. 급변하는 군사 과학기술을 잘 활용하며 인공지능(AI)과 유무인 복합 체계를 활용하는 과학기술군(軍)으로 변신하는 한편, 많은 문제가 산적한 병영 문화, 사기 및 복지 문제, 각급 간부의 역량 강화가 함께 발전돼야 한다. 현 정부 들어 개선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대 유럽을 제패한 로마의 군대는 강한 훈련으로 유명했다. ‘실제로 피를 흘리는가’의 여부가 전쟁인지 훈련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됐을 정도로 실전에 버금가는 훈련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제 족쇄가 풀린 만큼 그간 도상으로 준비해 온 다양한 위기 유형별 훈련을 지리적 제한 없이 충분히 수행해야 한다. 여전히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나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지금 강군 건설에 매진하는 것이 남북 관계 개선의 시기를 앞당기는 첩경이 될 것이다.

신범철 前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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