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들 “노조 지지로 오해할까봐 연차 철회”…힘 빠진 연가투쟁

김성훈 기자 2024. 6. 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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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사상 첫 파업 선언을 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7일 예고편 격인 연가투쟁에 나섰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 12만 명에 달하는 사내 전체 임직원의 이번 연차 사용률은 1년 전 현충일 연휴의 샌드위치 데이(6월 5일) 때와 비교해 되레 떨어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명분 없는 파업 예고에 직원들 대부분은 등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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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면당한 전삼노 연가투쟁
‘블라인드’엔 전삼노 향한 반감
“다 같이 죽자는 거? 이건 아냐”
‘민노총 가입 위한 투쟁’시각도
공정 자동화로 생산차질 없어
삼성 사옥 앞에서 “파업 선언” 삼성전자 노조가 창사 이래 최초 파업을 선언하고 연가투쟁에 나선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노조 차량이 주차돼 있다. 문호남 기자

삼성그룹 사상 첫 파업 선언을 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7일 예고편 격인 연가투쟁에 나섰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 12만 명에 달하는 사내 전체 임직원의 이번 연차 사용률은 1년 전 현충일 연휴의 샌드위치 데이(6월 5일) 때와 비교해 되레 떨어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명분 없는 파업 예고에 직원들 대부분은 등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삼성 내부에선 한국노총 산하인 전삼노가 올해 임금 협상 과정에서 상급단체가 아닌 민주노총으로부터 지속적인 측면 지원을 받는 등 ‘정치 세력화’ 양상을 띠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전삼노는 파업을 강행할 태세여서 노사 마찰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경제안보 전쟁으로 비화한 반도체 경쟁 속에서 노조 리스크로 삼성의 초격차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전삼노의 연가투쟁 당일인 이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삼성전자 게시판에는 노조의 ‘상급단체 갈아타기’ 등 정치화를 우려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상당수 직원들은 “진짜 원래 (오늘 연차) 쓰려고 했던 건데 오해받는 것 자체가 싫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노조의 강경 행보와 선을 그었다.

노조가 민주노총과 연대한 데 대한 강한 반감도 감지된다. 당초 전삼노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국한해 후방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연가투쟁 이틀 전인 지난 5일 민주노총은 “전삼노와 전삼노 조합원들의 정당하고 당당한 투쟁을 지지한다”면서 “민주노총은 이 땅의 노동자로서 전삼노와 그 조합원들을 함께 투쟁하는 ‘동지’로 인식한다”며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파업 선언은 ‘노노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삼성그룹 5개 계열사를 아우르며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주축인 초기업노조는 지난 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간부의 전삼노 조합원 활동 △전삼노 집행부의 다중계정 사용 △조합원 숫자 부풀리기를 통한 근로시간 면제자 조작 등 과거 전삼노의 비위 행위를 주장하는 폭로 글을 사내 게시판에 게재하면서 정면 비판하고 있다.

전삼노는 파업 참여 인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교섭 결렬 이후 회사와 재교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투쟁 동참 규모가 향후 협상력을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 될 전망이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며 되레 동력이 위축되는 양상이다. 전삼노에 따르면, 소속 조합원 수는 지난 3일 기준 2만3387명으로 전체 직원의 약 20% 수준이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현재 고전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전삼노의 강경 기조가 경쟁력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회사는 전삼노의 이번 연가투쟁이 경영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징검다리 연휴여서 원래 휴가를 계획한 직원이 많아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삼성전자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의 자동화 생산 의존도가 높은 점을 이유로 들면서 “이번 파업 선언은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출하량 부족 현상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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