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짝국[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2024. 6. 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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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접짝에 가서 놀아라'란 말을 들어본 이는 중부 지역 출신일 가능성이 크다.

중부 지역이라면 표준어와 가까운 말을 쓸 텐데 표준어로 '접짝'은 '저쪽'이다.

유래를 알고 나니 '접짝'에서 '저쪽'을 먼저 떠올린 시각이 부끄러워진다.

접짝으로 만든 국이지만 맛은 욥쪽 맛, 아니 우리 모두가 익히 즐겨 먹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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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접짝에 가서 놀아라’란 말을 들어본 이는 중부 지역 출신일 가능성이 크다. 중부 지역이라면 표준어와 가까운 말을 쓸 텐데 표준어로 ‘접짝’은 ‘저쪽’이다. 두 말은 같으면서도 다른 말인 듯한데 어찌 된 일일까? ‘접짝’을 들어본 이들은 ‘욥쪽’ 또는 ‘욥짝’도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표준어의 ‘요쪽’에 해당하는데 ‘쪽’은 오늘날은 그저 된소리이지만 과거에는 첫소리로 ‘ㅂ’과 ‘ㅈ’을 연달아 가진 단어였기 때문에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다 건너 저쪽에 가면 ‘접짝국’을 맛볼 수 있다. 제주도의 토속 음식인데 이름은 물론 재료와 맛이 묘하다. 돼지 뼈에 고기가 붙어 있는데 맛이나 질감은 갈비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작다. 돼지 뼈와 살을 푹 고아낸 국물에 메밀가루를 첨가해 고소하면서도 걸쭉하다. 이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집에 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국, 밥, 배추쌈과 반찬을 곁들여 상을 차려낸다. 육지, 즉 이쪽에는 없고 바다 건너 ‘접짝’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 제주어 전문가에게 물으니 ‘저’는 ‘곁’을 뜻하는 제주말이라 설명한다. ‘쪽’은 육지와 마찬가지로 ‘ㅂ’이 있었으니 ‘접짝’이 될 수 있다. 돼지의 목에서 갈비 사이의 작은 뼈와 살로 만든다 하니 재료와 이름이 맞아떨어진다. 비싼 갈비가 아닌 곁의 살과 뼈로 알뜰하게 끓여낸 전통 음식이다.

유래를 알고 나니 ‘접짝’에서 ‘저쪽’을 먼저 떠올린 시각이 부끄러워진다. 바다 건너는 저쪽이고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할 만큼 멀면 더 저쪽이다. 그러나 저쪽과 이쪽은 편을 가르는 말이다. 크지도 않은 땅이 남북으로 갈라지고 동서로 나뉘어 싸우는 것도 모자라 바다 건너를 저쪽으로 보니 문제다. 접짝으로 만든 국이지만 맛은 욥쪽 맛, 아니 우리 모두가 익히 즐겨 먹던 맛이다. 바다 건너 접짝뿐만 아니라 욥쪽에서도 맛보고 싶은 그런 맛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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