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경북 병합, 가방 크다고 공부 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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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병합론이 한창이다.
대구경북 병합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장점을 열거한다.
경북 남부나 대구의 입장이 아니라 오직 우리 경북 북부의 입장에서 대구경북 병합의 허실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구경북이 병합되면, 연방국가 수준의 자치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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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진 변호사
대구경북 병합론이 한창이다. 대구경북 병합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장점을 열거한다. 500만 메가시티를 이루어서 나오는 시너지, 규모의 경제, 연방국가 수준의 자치권 보장 등이다. 그런데 그동안 낙후에 시름하여 오다가 도청 유치를 계기로 이제 좀 살아보고자 발버둥을 치는 경북 북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게 좋아지는구나라는 점은 잘 안보이고, 안 좋아지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경북 남부나 대구의 입장이 아니라 오직 우리 경북 북부의 입장에서 대구경북 병합의 허실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구경북이 병합되면, 연방국가 수준의 자치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고도의 자치권 확보를 위해서 지방자치단체의 사이즈를 키울 필요는 없다. 254만의 경상북도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152만 명의 강원도, 175만 명의 전라북도, 67만 명의 제주도가 특별법을 통한 특별자치도로서 상당한 자치권을 누리고 있다. 이명박 정권 때 광역시, 도를 폐지하고 인근 기초자치단체 몇 곳을 합쳐서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고자 한 사례도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다. 인구 약 850만 명, 면적은 4만 1285㎢, 26개 주(Canton)로 이루어진 연방국가 스위스는 각 주(Canton)마다 고도의 자치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나의 주 평균 인구는 약 32만 7000명, 평균 면적은 약 1588㎢이다. 안동시 면적이 1522.2㎢이고, 포항시 인구가 약 49만 명이니 스위스 각 주의 크기는 안동 정도, 인구는 포항보다 적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국내외의 사례를 보면 고도의 자치권 확보와 단체의 사이즈는 별개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구경북이 병합되면 도청 소재지로서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의 위상이 약화될 우려가 크다. 현재 경북 북부에 있는 도 단위의 각종 청사들은 대구로 아예 흡수되거나, 격이 낮아질 것임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홍준표 시장은 병합 후 대구직할시 청사는 대구에 두자고 대놓고 제안하고 있다). 도청 소재지라는 점을 근거로 추진되던 안동지방법원 승격 등 각종 기관의 유치 또는 승격 문제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또한 예산정책의 중심이 인구와 국회의원이 많은 대구나 경북 남부로 더 쏠릴 우려도 크다. 지금도 경북 북부는 도청 소재지임에도 불구하고, 구미(40만 명), 포항(50만 명), 경산(26만 명), 경주(24만 명) 등 경북 남부의 인구 밀집 지역 중심의 불균형적 발전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경북 북부 11개 시군(안동예천, 의성청송영덕울진, 영주봉화영양, 상주문경)의 경우 국회의원은 4명, 인구는 다 합쳐서 66만 명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대구경북이 병합되면 더 변방으로 전락하고, 정치적 발언권이 약화될 우려가 크다.
지방소멸 극복발전,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런데 그 방법이 문제이다. 대구경북의 병합을 통한 시너지, 연방 수준의 자치권 확보 등 화려한 혜택은 경북 북부인에게 추상적이고 다가오지 않는 반면, 입게 될 피해는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닿는다. 대구의 경북 흡수는 그동안 하류에 물 대느라 수십 년간 소외와 고통을 받아온 경북 북부에 또다시 희생을 강요할 우려가 크다. 학교 성적이 안 오르면 공부 방법을 옳게 바꾸어야 한다. 가방을 큰 것으로 살 것이 아니라.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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