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KLPGA 장타자 3인방 “우리의 진짜 비밀병기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6. 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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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하는 게 없는 황유민·방신실·윤이나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 톱5 이름 올려
볼 스피드·클럽 스피드 평균보다 높아
그린 적중률·벙커 세이브율 등도 상위권
황유민 “드라이버보다 아이언 더 잘쳐”
방신실 “가장 좋아하는 클럽은 웨지”
윤이나 “2m 이내 퍼트 제일 자신 있어”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 윤이나(왼쪽부터)·황유민·방신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황유민·방신실·윤이나는 마음먹고 드라이버를 휘두르면 가볍게 270야드 이상 날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표 장타자다. 2024시즌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 1위와 2위, 4위에 각각 이름을 올린 세 선수는 장기인 장타를 앞세워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 KLPGA 투어 흥행을 이끌고 있는 세 선수의 스윙 데이터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볼 스피드와 클럽 스피드 등 드라이버 샷 거리를 결정하는 데이터 수치가 KLPGA 투어 평균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KLPGA 투어 선수들의 볼 스피드와 클럽 스피드의 평균은 각각 시속 140마일 전후와 90마일 초반이다. 그러나 세 선수는 평균보다 10마일 정도 빠른 볼 스피드 시속 150마일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클럽 스피드 역시 시속 100마일 초반으로 일반적 선수들보다 10마일 이상 더 나온다. 볼 스피드가 시속 1마일 증가하면 비거리가 2~2.5야드 더 나가는 만큼 세 선수는 KLPGA 투어에서 압도적 드라이버샷 거리를 기록하고 있다.

세 선수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장타를 만들어낸다. 평균 볼 스피드가 시속 150마일인 황유민은 낮은 탄도를 이용해 공을 멀리 보내는 장타자다. 평균 스핀양을 1900~2200rpm에 맞추기 위해 로 스핀 전용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황유민은 페어웨이 등의 경사를 이용해 런이 많이 발생하는 드라이버샷을 구사한다. 다운스윙에서 임팩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왼발로 지면을 눌렀다가 박차고 일어나는 점프 스윙도 황유민만의 특징이다.

황유민의 클럽을 담당하는 손형우 캘러웨이 골프 책임은 “황유민의 드라이버 샷 탄도는 21.5m에 불과하지만 런이 30야드 가까이 나온다”며 “스핀량을 낮춰 낮은 탄도로 장타를 만들어내는 게 황유민 드라이버 샷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방신실과 윤이나는 탄도를 높여 장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방신실의 드라이버 샷 최고 탄도는 35m다. 윤이나는 32m로 방신실보다는 낮지만 KLPGA 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등에서 높은 탄도에 속한다.

스윙을 뜯어보면 두 선수의 장타 비결은 조금씩 다르다. 방신실은 골반이 사선으로 회전하는 스윙을 한다. 윤이나는 임팩트 순간 클럽 헤드가 가장 빠르게 지나가고 힘을 집중시켜 장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두 선수의 용품 계약사인 타이틀리스트에 따르면 방신실과 윤이나의 드라이버 샷 평균 볼 스피드는 각각 시속 158마일과 시속 155마일이다. 클럽 스피드는 평균 시속 108~110마일, 시속 105~107마일씩을 기록하고 있다.

방신실과 윤이나의 클럽을 담당하는 김창균 타이틀리스트 매니저는 “방신실의 드라이버 샷 탄도는 남자 프로 골퍼들과 거의 비슷하다. 여자 선수들과 비교하면 10m 이상 탄도가 높다. 드라이버 샷 전체 거리와 캐리 거리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것도 방신실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이나에 대해서는 “연습 때보다 실전에서 공을 더 멀리 보내는 선수가 윤이나다. 높은 탄도로 공을 멀리 보내면서 상황에 맞춰 드로와 페이드를 모두 구사하는 게 윤이나 드라이버 샷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세 선수에게 장타는 어떤 의미일까. 잠시 고민한 황유민·방신실·윤이나는 “골프를 편하게 칠 수 있도록 돕는 나만의 무기”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세 선수는 “공을 멀리 치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을 것 같다.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는 데 장타가 큰 힘을 보탰다”며 “드라이버 샷 거리를 유지하면서 페어웨이 안착률을 높이면 지금보다 더 골프가 쉬워질 것 같다. 장타 능력을 잃지 않도록 웨이트 트레이닝. 스트레칭 등을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드라이버 샷으로 최대한 공을 멀리 보낸 뒤 가장 짧은 클럽으로 핀을 공략하는 ‘봄 앤드 가우지(bomb and gouge)’에 대해서는 장타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전성기 시절 압도적인 장타를 앞세워 연이어 우승하며 2006년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처음 소개된 봄 앤드 가우지 전략은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사소 유카(일본) 등이 최근에도 사용하고 있다.

세 선수는 “그린이 단단한 골프장에서는 롱 아이언과 미들 아이언으로 공을 세우기 힘들다. 장타자들이 난도 높은 골프장에서 성적을 잘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린 위에서 최종 성적이 결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공을 멀리 보내는 건 확실히 유리하다. 장타자의 이점을 살려 앞으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보겠다”고 말했다.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 윤이나(왼쪽부터)·황유민·방신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황유민·방신실·윤이나는 장타가 장기이자 무기인 건 맞지만 드라이버가 아닌 다른 클럽을 ‘비밀병기’라고 소개했다. 황유민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건 아이언 샷이다. 황유민은 “KLPGA 투어에서 공을 멀리 치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장타자로 불리는 게 조심스럽다”면서 “아이언은 잘 치는 편에 속하는 것 같다. 올 시즌 평균 타수 69.29타를 기록하며 2위에 올라 있는데, 아이언 샷이 잘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린 적중률 1위(81.55%), 벙커 세이브율 1위(81.81%) 등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방신실도 드라이버 샷만 잘 하는 게 아니다. 방신실은 “내가 가장 잘하는 건 100m 이내 웨지샷이다. 파4 홀에서 두 번째 샷을 대부분 100m 이내 거리에서 쳐서 그런지 웬만해서는 2m 안에 붙일 자신이 있다”며 “공을 멀리 치는 선수로 알려져서 그렇지 드라이버보다 웨지를 더 좋아한다. 가장 많이 연습하는 클럽도 웨지”라고 말했다.

윤이나는 가장 자신 있는 클럽에 대해 묻는 질문에 퍼터라고 답했다. 윤이나는 “어렸을 때부터 가장 자신 있던 게 퍼트다. 프로 데뷔 이후에도 2m 이내 퍼트 성공률은 높은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며 “장타에 퍼트까지 잘 하는 프로 골퍼로 골프팬들에게 기억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린적중률 80.05%로 3위에 올라 있는 윤이나는 KLPGA 투어에서 아이언샷을 잘 치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윤이나는 “파3 그린적중률에서는 4위에 이름을 올리고, 파4 그린적중률은 3위다. 아이언샷에 자신이 있는 만큼 대부분 핀을 직접 노린다”면서 “장타가 아닌 퍼트, 아이언 샷과 같은 다른 능력으로 주목받으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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