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 인하에 연준에 쏠린 눈…‘9월 인하’ 전망 68.7%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이하 현지시각) 주요 글로벌 경제주체 중에 처음으로 약 2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피봇)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시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쏠리고 있다. 연준은 오는 12일(현지시각)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여는데, 연준이 유럽중앙은행을 따라 곧바로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럽중앙은행은 6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이사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4.50%에서 연 4.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연 3.75%, 연 4.50%로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기준금리 연 3.50%)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금리 격차는 0.75%포인트로 줄었다. 미국(기준금리 연 5.25∼5.50%)과는 1.00∼1.25%포인트로 확대됐다.
유럽중앙은행의 이번 통화정책 전환은 금리인상을 시작한 2022년 7월 이후 1년 11개월 만의 방향 전환이다. 앞서 스위스·스웨덴·캐나다 중앙은행이 올해들어 금리를 인하했는데, 유로존의 인하는 주요 글로벌 경제권 중에서는 처음이다. ECB는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지난 9개월간 금리 동결 이후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인플레이션 전망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ECB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2차례 더 내릴 것으로 예측해왔다. 하지만 ECB는 이날 올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해, 추가 금리인하까지는 예상보다 다소 오래 걸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인하 속도와 시간은 경제지표 데이터가 결정할 것이라며 “우리는 울퉁불퉁한(bumpy) 길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 앞으로 몇 달은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각국의 국채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ECB가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렸다기보다는 물가 안정을 위해 조심스러운 통화정책을 폈다고 시장에서 해석했기 때문이다. 런던 시간 기준으로 6일(현지시각) 오후 유로존 벤치마크로 평가되는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6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2.557%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7bp 상승한 연 3.88%를,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6bp 올라 연 3.29%를 기록했다.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국채금리도 따라서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ECB 금리인하는 이미 기정사실화됐던 것인데다, 향후 추가 인하 기대감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ECB가 오는 7월에 연이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위스 민간은행인 뱅크 시즈의 가엘 피챈 채권팀장은 “ECB의 이번 결정은 ‘매파적 인하(Hawkish cut)’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성장이나 경기 부양을 위한 ‘비둘기파적 인하’와 달리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수준의 한 차례 소폭 인하로 해석한 셈이다.
시장에는 미국 경제의 경우 최근 물가·임금, 경기 변화 추이 등이 유로존과 다르고, 이에 따라 금리인하 단행 시기도 미국은 훨씬 늦을 것으로 관측한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첫 금리인하 예상 시기를 현재 시점에서는 9월로 점치는 분위기다. 6월이나 7월 금리 인하 전망은 요즘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지난 4일 발표된 미국 노동부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4월 구인 건수가 805만9천건으로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와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좀더 높아진 상태이긴 하다. 노동시장이 많이 식었고 경기침체 우려까지 확산하면서 금리 인하에 나설 환경이 점차 조성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7일 오전(한국시각) 기준으로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이번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6.2%다. 또 그 다음번인 7월 회의(31일)에서는 동결 확률이 78.3%, 0.25%포인트 인하 확률이 21.0%다. 7월 회의 전망의 경우 1주 전(동결 확률 86.8%, 인하 확률 12.3%)에 견줘, 이번 ECB 금리인하 단행 직후에는 인하 예상이 꽤 높아지긴 했다. FOMC 회의는 1년에 8번 열리는데, 오는 8월과 10월에는 회의가 없다.
현재 페드워치에서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18일)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예상 확률은 31.3%다. 인하 전망이 총 68.7%인 셈이다. 9월 동결 전망은 1주 전의 전망(49.0%)보다 크게 줄었다. 9월에 0.2%포인트 인하 전망이 55.4%, 0.50%포인트 인하 전망이 12.9%에 이른다. 1주 전의 9월 전망치(0.25%포인트 인하 45.1%), 0.50%포인트 인하 5.4%)에 견줘 인하 예상이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요즘 금리인하에 신중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지만,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소비 위축과 경기하강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고금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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