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비행 F-4 '팬텀' 역사 속으로…"55년 영공 수호" 명예전역장[르포]
"팬텀, 잠시 사라질 뿐…6세대 전투기와 함께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
(수원=뉴스1) 박응진 기자 = '55년간 대한민국의 영공을 수호하고 명예로운 퇴역을 하게 되므로 이에 전역장을 수여한다.'
'미그기 킬러', '하늘의 도깨비'로 불리며 우리 영공을 수호해온 F-4 팬텀(Phantom) 전투기가 7일 오전 공군 수원기지에서 열린 퇴역식을 끝으로 모든 임무를 마치게 됐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퇴역식에서 공군사관학교 29기 예비역 조종사들과 함께 F-4 팬텀에 명예전역장을 수여하고, 전투기 기수(Nose)에 축하 화환을 걸었다. 신 장관과 공사 29기는 모두 1958년생 동기들이다. 팬텀 역시 1958년 미국에서 출고돼 첫 비행을 했다.
신 장관은 이어 팬텀 기체에 '전설을 넘어, 미래로!'라는 기념 문구를 썼다. 이어 팬텀과 동고동락했던 예비역 장병들, 마지막까지 팬텀과 함께했던 제153전투비행대대원들을 포함한 수원기지 장병들도 차례로 팬텀과 작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진행된 이날 퇴역식엔 200명이 넘는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다. 전 세계 '베스트 셀러'였던 팬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퇴역한 F-4E는 F-4D의 공대공·공대지 능력을 강화한 개량형으로, 1967년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社)(1997년 보잉에 합병)가 전천후 전폭기(전투기+폭격기)로 개발한 것이다.
F-4 시리즈 중 최신형인 F-4E는 2인이 탑승할 수 있는 복좌기로 최대속도 마하 2.4, 최대 무장탑재량은 7.3톤에 달하며, 전폭기로서 폭격 임무와 엄호, 적 항공기 침투저지, 근접항공지원작전(CAS) 등 다양한 항공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가졌다.
또한 기관포가 장착돼 있고, 공대공 및 공대지 미사일, 장거리 정밀유도무기인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 '팝아이'(Popeye·AGM-142) 등도 탑재·운용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9년 처음 F-4D를 도입한 후, 개량형인 F-4E, 정찰기인 RF-4C 등 총 187대의 팬텀을 운용했다. 팬텀이 도입되자 우리 공군은 단숨에 북한의 공군력을 압도했다. 팬텀이 '대북 게임체인저'로 불린 이유다.
이후 F-4D는 2010년, RF-4C는 2014년에 각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동안 국내에선 34명의 팬텀 순직 조종사가 있었다. 이제 F-4 운용국은 튀르키예·그리스·이란만 남게 됐다.
"팬텀 제로원 출격."
신 장관의 출격명력을 받고 마지막 비행에 나선 F-4E 2대는 웅장한 엔진음과 함께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했다. 이어 F-4E가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하자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행사장 상공에서 화려한 기동을 선보이며 '큰 형님' F-4E의 퇴역을 축하했다.
팬텀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 조종사들은 신 장관에게 임무종료를 보고한 후 팬텀의 조종간을 증정했다.
퇴역식의 마지막 순서로 팬텀의 임무를 이어받은 '후배 전투기' F-16, KF-16, FA-50, RF-16, F-15K, F-35A가 순서대로 행사장 상공에 진입해 축하비행을 펼쳤다. 먼저 F-16 5대가 총 55발의 플레어(적외선섬광탄)를 발사했다. 다음으로 KF-16 6대, FA-50 5대가 차례로 진입했다.
이어 1989~2014년 운용된 RF-4C의 임무를 이어받은 RF-16 2대가 진입했다. 또 팬텀의 모(母)기지들이었던 대구·청주·중원기지를 각각 대표하는 F-15K·F-35A·KF-16이 편대를 이뤄 비행했다. 이후 5세대 F-35A 스텔스 전투기 3대가 축하비행의 대미를 장식했다.
F-4D 팬텀 첫 도입 당시 조종사와 정비사로 활약했던 이재우 동국대 석좌교수(예비역 소장·공사 5기·89)와 이종옥 예비역 준위(85)가 감사장을 받았다.
이 교수는 "당시 최신예 팬텀을 타고 공중급유를 받으며 대구기지 활주로에 안착시킨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요동친다"라며 "팬텀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외쳐본다. 하늘의 도깨비, 굿바이 팬텀"이라고 말했다.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 조종사 김도형 소령(40)과 강태호 준위(53)는 팬텀이 퇴역하는 순간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조종과 정비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준 공로로 국방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팬텀 조종사 10전비 153전투비행대대장 김태형 중령(42)은 "팬텀의 임무는 종료됐지만, 적을 압도했던 팬텀의 위용과 지축을 울린 엔진음은 팬텀맨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며 "팬텀 조종사였다는 자부심으로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굳게 수호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국가안보를 바라는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적극적인 지원으로 도입된 팬텀은 50년 넘게 대한민국의 하늘을 굳건히 지키며 국민 성원에 보답했다"라며 "올해 팬텀의 마지막 여정은 공군 역사상 가장 멋진 전투기 퇴역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장관은 "팬텀은 죽지 않고 잠시 사라질 뿐"이라며 "대한민국 영공수호에 평생을 바친 팬텀의 고귀한 정신은 세계 최고 수준의 6세대 전투기와 함께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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