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팬텀! ‘불멸의 도깨비’ 역사 속으로…“팬텀과 함께한 55년은 대한민국 승리의 역사”

정충신 기자 2024. 6. 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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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장관, 55년간 영공 지킨 ‘팬텀’에 한국 전투기 사상 첫 명예전역장 수여식
F-35A, F-15K 등 ‘후배 전투기’들 축하비행… 플레어 55발 발사
공군은 7일 경기 수원기지에서 신원식 국방부장관 주관으로 F-4 팬텀 퇴역식을 거행했다. 신 장관이 이날 F-4E 팬텀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수여한 명예전역장이 팬텀기 앞에 놓여있다. 공군 제공

‘미그기 킬러(MiG Killer)’ ‘하늘의 도깨비’로 불린 F-4 팬텀(Phantom) 전투기가 55년간 임무를 마치고 7일 퇴역식에서 국방부장관이 수여하는 명예전역장을 받았다. 이날 퇴역을 앞둔 F-4E 3대 중 2대가 마지막 비행도 했다.

7일 오전 수원 제10전투비행장에서 팬텀 퇴역식을 주관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축사에서 "팬텀은 죽지 않고 잠시 사라질 뿐이다. 대한민국 영공수호에 평생을 바친 팬텀의 고귀한 정신은 세계 최고 수준의 6세대 전투기와 함께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최고의 예우로 경의를 표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국가안보를 바라는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적극적인 지원으로 도입된 팬텀은 50년 넘게 대한민국의 하늘을 굳건히 지키며 국민 성원에 보답했다"며 "올해 팬텀의 마지막 여정은 공군 역사상 가장 멋진 전투기 퇴역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시에는 ‘호국영웅석’에 조종 헬멧과 태극기를 헌정했다. ‘호국영웅석’은 F-4 팬텀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들을 기리는 자리였다. 조종 헬멧은 순직조종사를, 태극기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7일 거행된 팬텀 퇴역행사 프레스킷. 공군 제공

팬텀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 조종사들은 신 장관에게 임무종료를 보고한 후 팬텀 조종간을 장관에게 증정했다. 조종간은 전투기에게 조종사의 의지를 반영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이를 장관에게 전달하는 것은 55년간 이어온 팬텀의 모든 임무가 종료되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신 장관은 전투기 ‘기수(Nose)’에 축하 화환을 걸어준 뒤 공사 29기 예비역 조종사들과 함께 팬텀 전투기 앞으로 다가가 명예전역장을 수여했다. 대한민국 전투기가 명예전역장을 받은 것은 팬텀이 처음이었다. 신 장관과 공사 29기들은 모두 1958년생 동기들로, 팬텀이 미국에서 출고돼 첫 비행을 한 시기도 1958년이었다. 신 장관은 팬텀 기체에 ‘전설을 넘어, 미래로!’라는 기념 문구를 직접 썼다.

이어 팬텀과 동고동락했던 예비역 장병들, 마지막까지 팬텀과 함께했던 제153전투비행대대원들을 포함한 수원기지 장병들도 차례로 팬텀과 작별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팬텀의 임무를 이어받은 ‘후배 전투기’ F-16, KF-16, FA-50, RF-16, F-15K, F-35A가 순서대로 행사장 상공에 진입해 축하비행을 펼쳤다. 먼저 F-16 5대가 총 55발의 적외선섬광탄, 플레어(Flare)를 발사했다. 팬텀이 1969년 처음 도입돼 55년간 대한민국을 지켰음을 상징한다. 이어 KF-16 6대, FA-50 5대가 차례로 진입했다. 이 전투기들의 대수는 1969년 최초도입한 F-4D 6대와 1975년 인수한 방위성금 헌납기 5대를 각각 상징했다.

7일 퇴역하는 F-4E 파일럿이자 대한민국 팬텀 마지막 대대장인 김태형(증령 )제153전투비행대대장이 지난달 29일 경기 수원 제10전투비행단에서 가진 문화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F-4E 조종석에서 내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이어 1989년부터 2014년까지 운용했던 RF-4C의 임무를 이어받은 RF-16 2대가 진입했다. 팬텀의 모기지들이었던 대구·청주·중원기지를 각각 대표하는 F-15K, F-35A, KF-16이 편대를 이뤄 비행했다. 마지막으로 팬텀과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 3대가 축하비행의 대미를 장식했다.

F-4D 팬텀 첫 도입 당시 조종사와 정비사로 활약해 이날 감사장을 받은 예비역 소장인 이재우(89) 동국대 석좌교수는 "당시 최신예 팬텀을 타고 공중급유를 받으며 대구기지 활주로에 안착시킨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요동친다"며 "팬텀의 마지막 비행을 눈으로 보니 콧날이 시큰해진다. 팬텀이 있었기에 KF-16, F-15K, F-35A를 운용할 수 있었고, 한국형 전투기 KF-21도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팬텀 마지막 편대장인 10전투비행단 153전투비행대대장 김태형(42) 중령은 "대한민국 팬텀 대대의 마지막 대대장으로 팬텀의 마지막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팬텀의 임무는 종료됐지만 적을 압도했던 팬텀의 위용과 지축을 울린 엔진음은 ‘팬텀맨’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며, 팬텀 조종사였다는 자부심으로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굳게 수호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퇴역식에는 역대 공군참모총장들과 강신철(육군 대장)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강호필(육군 대장) 합동참모차장,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 등 7명의 국회의원들, 팬텀과 함께한 역대 조종사·정비사들과 방산업체 주요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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