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못 믿겠네"…거짓 인증에 신뢰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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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 일본 자동차의 자존심이 심하게 구겨졌습니다.
'장인 정신'을 내세우면서 '품질'로 승부한다는 일본 차가 바로 그 품질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는 상황이 발생했는데요.
판매대수 세계 1위 기업 도요타를 비롯해, 모두 5곳이 품질 인증 취득을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태는 일본 차의 위상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요.
이한나 기자, 도요타 회장이 또 사과했죠?
[기자]
도요타 아키오 회장이 고개를 숙인 건 지난 1월에 이어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입니다.
1월에는 자회사 다이하쓰 공업에서 자동차용 엔진 생산에 필요한 '형식 지정' 인증 취득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확인됐는데요.
이를 계기로 일본 당국이 완성차와 부품업체 85곳의 과거 10년 치 자료를 모두 들여다보도록 지시했고, 결국 도요타 본사에서도 조작이 있었던 것이 드러난 겁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도요타를 포함해 모두 5개 업체로부터 '자동차 성능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발표했는데요.
발표 직후 아키오 회장은 "도요타그룹 책임자로서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올바른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양산 판매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문제가 된 도요타 모델은 현재 생산 중인 코롤라 필더, 코롤라 악시오, 야리스 크로스 등 자동차 3개 모델과 크라운, 아이시스, 시엔타, 렉서스 RX 등 과거에 만들었던 4개 모델인데요.
특히 여기서 도요타의 코롤라는 1966년 출시 이후 5천만 대 이상을 생산해 일본에서 이른바 '국민차'로 알려진 차종이고,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린 차로 기네스북에 올랐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조작한 건가요?
[기자]
도요타의 인증 조작은 여러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충돌 검사를 할 때 에어백이 자동으로 터지도록 타이머를 설치했고요.
규정과 다르게 시험 차량의 무게를 조정해 충돌 시험을 했습니다.
보행자와 자동차의 충돌 시험에선 한 방향의 결과만 가지고 양쪽 방향에 모두 적용했습니다.
또 엔진 출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컴퓨터 제어를 조정해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앵커]
확인이 됐고, 인정을 했는데,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일단 부정행위가 확인된 코롤라 등, 3개 모델에 대해서는 출하가 정지됐습니다.
일본 법에 따르면 안전 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부정한 수단으로 인증을 받은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인증이 취소되면 다시 취득할 때까지 생산이 불가능합니다.
국토교통성은 이번 주 도요타 생산라인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앵커]
부정행위가 확인된 곳이 도요타를 포함해 모두 5곳이라고 하셨는데, 나머지는 어딘가요?
[기자]
도요타 외에 마쓰다, 야마하발동기, 혼다, 스즈키입니다.
이들 업체가 인증 부정을 신고한 모델은 모두 38개, 이 중 지금도 생산되고 있는 차량은 6개 모델입니다.
앞서 도요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른 업체들도 해당 모델들의 출하가 정지됐습니다.
이번 부정행위와 관련된 차량은 도요타 170만 대, 혼다 435만 대 등 수백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규모 리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본 언론들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인데요.
닛케이는 "인증 부정이 일본 차 신뢰에 상처를 줬다"며 "품질을 무기로 세계에서 사업을 확대한 일본 차에 동요가 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도요타 차량에 대해 "다른 건 몰라도 품질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많았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요?
[기자]
업계에서는 도요타의 '효율 우선' 경영 방식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도요타는 비용 절감 경영으로 유명한 곳인데요.
직원들에게 원가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제조 효율화를 강조합니다.
이런 효율 경영은 도요타를 2008년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줬고, 2020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로 올려놓은 공신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이런 지나친 효율성 우선의 기업 문화가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지나치게 짧은 개발 일정, 그리고 여전히 상사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이른바 '상명하복' 문화까지 결합하면서 데이터 조작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본사와 자회사에 폭넓게 퍼졌다는 분석입니다.
또 지금과 같은 폐쇄적인 조직 문화에선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아사히신문은 "현장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없었던 것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었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일본 기업에 대한 신뢰가 최대 고비를 맞이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태로 일본 자동차 산업은 물론이고, 일본 경제 전체에 영향이 갈 것이란 분석이 나오죠?
[기자]
그렇습니다.
자동차 없인 일본 경제도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요타를 선두로 한 자동차 산업은 일본 경제의 중심인데요.
일본자동차공업회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에서 자동차 산업 비중은 약 20%로, 관련 일자리만 550만 개 이상입니다.
도요타와 거래하는 부품 회사만 3만 9113곳으로, 거래액 규모도 20조 7138억엔, 우리 돈 약 181조 원에 이릅니다.
닛케이는 "생산 및 출하 정지가 길어진다면 완만한 회복을 이어가는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일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완성차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어요?
어떤 분석이 나옵니까?
[기자]
일본 완성차들이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9년 도요타가 미국에서 380만 대 이상의 대규모 리콜을 했을 때 폭스바겐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는데요.
폭스바겐은 아시다시피 2015년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이른바 '디젤 게이트' 이후, 글로벌 위상이 예전만 못하죠.
따라서 최근 잘 달리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건데요.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총 730만 대를 팔아, 2년 연속 글로벌 판매 3위에 올랐습니다.
[앵커]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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