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반대에, 용산 소통설도···황우여 던진 ‘2인 지도체제’ 무산되나

조미덥 기자 2024. 6. 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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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국회에서 본회의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던진 ‘2인 지도체제’ 도입이 내부 반발로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친윤석열(친윤)계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측이 반대하는 기류고,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도 “단일지도체제가 더 적합하다”고 현 체제 유지에 손을 들었다. ‘2인 지도체제’가 제기된 배경을 두고 ‘한동훈 견제설’과 ‘용산 소통설’ 등도 제기된다. 전당대회가 오는 7월 말로 예정된 상황에서 당의 지도체제를 바꾸기엔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황 위원장은 지난 5일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1위가 대표를 하고, 2위가 수석최고위원을 맡는 2인 지도체제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다. 당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따로 하는 현재의 단일지도체제에서 변화를 준 것이다. 대통령과 부통령 관계처럼, 당대표 궐위시 수석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한다. 황 위원장은 대표가 물러나면 비대위가 출범하고 또 전당대회를 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집단지도체제는 ‘봉숭아학당’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체제(2인 지도체제)도 올바른 대안이 아니다”라며 “정도로 가야 한다. 책임 정치 실천, 안정적인 리더십 발휘를 위해서는 기존의 단일지도체제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 측에서는 ‘한동훈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해 2인 지도체제가 고안됐다고 의심하며 반발하고 있다. 차기 당대표가 쫓겨나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소통설’도 제기된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황 위원장이 용산이랑 소통을 하고 계신 것 같다”며 “그래서 지도체제를 부통령처럼 (부대표를 두는) 하이브리드 체제를 들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주류인 친윤계도 유력한 후보가 떠오르지 않고 있어 지도부가 2인이 되는 상황이 반갑지 않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의 단일지도체제에서는 한동훈 대표가 마음에 안들면 한동훈만 쫓아내면 되는데, 2인 지도체제가 되면 2명을 다 몰아내야 하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친윤계에선 나 의원처럼 당의 안정을 위해 대표 중심으로 뭉치는 현재의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자는 의원들이 많다.

당의 3040세대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에서도 전날 2인 지도체제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황 위원장 체제의 수석대변인도 2인 지도체제 전환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BBS 라디오에 나와 “전당대회가 얼마 안남은 시기이기 때문에 논의할 시간이 조금 부족할 것 같다. 또 당내에선 후보들에서 없던 제도를 새로 만드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며 “그러니까 논의는 하겠지만 실제로 투톱 체제로 전환하는 건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위는 이날 회의를 열어 차기 지도체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상규 특위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지도체제 그대로 갈지 아니면 2인 지도체제로 바꿀지, 집단지도체제로 바꿀지 의논을 시작했는데, 전당대회를 앞두고 급조된 특위에서 지도체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부터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다”며 “이를 정리해 월요일(10일) 다시 논의를 속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규칙에서 민심을 반영하는 비율에 대해선 ‘당원투표 80%, 여론조사 20%’와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가 유력하다. 현재 당원 100%를 유지하거나 여론조사를 50% 반영하는 안은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 위원장은 “최종적으로 8대2로 갈지 7대3으로 갈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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