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세청 유관단체, 中알리 측에 화물보관료 “270억” 깎아줬다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전국 수출입 물품 통관구역을 관리하는 관세청 유관단체가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에 화물보관료 특혜를 우회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를 통해 알리 측이 지난 6년간 아낀 보관료는 2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물류업체도 해당 통관구역을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에 수출입을 하는 모든 물류업체는 통관 절차를 밟기 위해 물품을 구내창고나 야적장 등 세관 지정장치장(藏置場)에 일정 기간 쌓아둔다. 지정장치장은 전국 공항과 항만에 55곳 있다. 이 중 세관이 직접 운영하는 27곳을 제외한 나머지 28곳(50.9%)은 관세청 유관단체인 사단법인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이 수탁 운영하고 있다.
다른 중량화물 물류업체는 보관료 늘려
그런데 시사저널 취재 결과, 관세무역개발원의 지정장치장 보관료 감면 규정의 혜택을 특정 업체가 독점한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관세무역개발원은 2019년 10월 '인천·평택항 지정장치장을 통해 150g 미만 초경량 화물을 월 5만 건 이상 반입하는 업체에 한해 보관료를 인하해 준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또 한 달 후에는 인하 대상을 30kg 미만 화물(월 10만 건 이상 반입)로 확대했다. 보관료 절감 폭은 물품 한 건당 320~500원이다.
관세무역개발원은 해당 규정의 수혜 대상을 단일 업체로 한정 짓지 않았다. 그러나 이 규정을 충족하는 업체는 실상 하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알리의 통관·물류 업무를 대행하는 국내 특송업체 A사다. A사가 해당 규정 덕분에 아낀 돈은 절감 폭과 화물 반입 건수를 고려했을 때 매달 최소 1600만~5000만원으로 추정된다. 감사원도 이 같은 내용을 인지하고 감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A사가 보관료 감면 규정으로 받은 혜택이 지금까지 270여억 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보관료 감면 규정은 A사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2019년 4월 관세무역개발원은 A사로부터 "가벼운 화물은 보관료를 낮춰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알리가 국내에 진출한 2018년 11월 이후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다. 이 과정에 주무관청인 관세청은 개입하지 않았다. 지정장치장의 요율 기준 제정이나 요율 인상은 각 지역 세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요율 감면은 세관 승인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즉 보관료를 깎아주는 부분은 관세무역개발원이 알아서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평택세관이 A사의 혜택 독점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발 해상 특송물의 약 70%는 평택세관이 전담하고 있다. 평택세관은 2021년 9월 관세무역개발원에 문서를 통해 "요율 개편 방안을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또 2개월 후에는 "보관료 감면 혜택이 특정 업체에 편중되지 않도록 기준을 마련하라"고 구두 권고했다. 하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관세무역개발원이 지정장치장의 특송물품 요율을 일부 변경하면서 A사 외에 다른 국내 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논란도 나왔다. A사의 주요 취급 물품인 경량화물 대신 중량화물에 한해 수수료를 높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본료를 약간 낮춰주는 대신 50㎏ 초과 화물에 1㎏당 10~15원을 추가 부과하는 식이다. 또 물품 검사 지원 명목으로 비용을 추가로 받았고, 무료 보관기간은 줄였다. 평택세관은 이 같은 내용의 요율 개정안을 2022년 2월 승인했다. 이에 국내 특송업체들 사이에서 "우리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부당한 수익을 취하려 한다"는 불만이 표출됐다.
그사이 A사는 보관료 혜택 속에 지정장치장으로 반입되는 모든 특송물품의 약 60%를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 알리가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A사도 급성장했다. A사 매출은 2022년 876억원에서 지난해 1326억원으로 51% 뛰었다. 관세청이 손을 놓은 사이 관세무역개발원이 사실상 알리의 뒷배를 봐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국민경제 발전에 공헌"한다는 관세무역개발원의 비전과 다소 배치되는 모양새다.
관세청 "감사 받는 중이라 말할 수 없다"
관세무역개발원의 전신은 관세청의 알짜 사업을 도맡았던 전·현직 관세공무원의 모임 '관우회'다. 이 때문에 유착관계를 두고 비판이 일자 2006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의혹이 따라붙는다. 일단 관세청과의 인적 관계가 끈끈하다. 이찬기 관세무역개발원 원장은 관세청 차장 출신이다. 나머지 등기이사 4명도 모두 관세청 과장 또는 세관장 출신이다.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관세무역개발원은 공직자윤리법상 재취업 심사도 받지 않는다.
2022년 10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세무역개발원이 지정장치장 보관료 등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지난 10년간 2333여억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물동량이 확연히 줄어들었음에도 한 해 404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관세청은 주기적으로 공개 경쟁을 통해 지정장치장 관리인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이 떨어지고 조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관세무역개발원의 독무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평택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비영리 연구기관이라는 관세무역개발원이 실제로는 영리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며 "A사에 혜택을 몰아줘 대다수 지역 물류업체가 망하는 걸 방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A사가 알리의 통관 절차를 대행하며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온 사실은 지역에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관세청이 무서워 선뜻 나서는 물류 종사자가 없었다"고 전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지만 감사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관세무역개발원 관계자도 같은 취지로 말했다. A사와 알리의 한국 지사인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에도 입장을 물었지만 6월7일 오전까지 답을 받지 못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위법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관료를 낮춰 받는 행위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아서다. 관세청의 책임을 묻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관세법 172조에 따라 지정장치장의 책임자는 관세청이 선정한 '화물관리인'이고, 각 세관은 화물관리인으로부터 설비 사용료만 걷으면 되기 때문이다. 또 지정장치장 운영 주체인 관세무역개발원이 "단골 고객에게 서비스를 준 것"이라고 항변할 가능성도 있다. 김훈 평택환경행동 대표는 "관세청이 민간 통관장은 불허하면서 지정장치장 운영권을 관세무역개발원에 몰아주는 일 자체가 감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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