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IP" 김태호 PD가 말한 '지구마불2' 존재 [★FULL인터뷰]

안윤지 기자 2024. 6. 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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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예능 프로그램 '지구마불 세계여행 2' 김태호 PD, 김훈범 PD 인터뷰
[스타뉴스 | 안윤지 기자]
김태호 PD, 김훈범 PD(좌측부터) /사진제공=ENA
ENA 예능 프로그램 '지구마불 세계여행2'('지구마불2')가 입소문을 타고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시즌1과 다르게 확실히 대중성을 갖춘 '지구마불2'는 제작진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김태호, 김훈범 PD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ENA 사옥에서 예능 프로그램 '지구마불 세계여행2'(이하 '지구마불'2) 종영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구마불2'는 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 원지, 곽튜브가 펼치는 여행을 그린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김태호 PD는 "종영하면서 이렇게 간담회 하는 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시청자 분들께서 사랑해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시즌2 잘 마무리 했단 생각인 거 같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크리에이터를 소개한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지구마불'은 시즌2 제작이 확정 후, 멤버 추가 변동 없이 그대로 진행됐다. 김태호 PD는 "시즌1을 끝내고 이 출연자(빠니보틀, 원지, 곽튜브)와 같이 가는 걸 고민했다. 근데 다른 선택이 없을 정도로 프로그램 색과 잘 맞았고 중요한 요소였다"라며 "이분들이 가진 영향력도 커졌고 (유튜브 채널 '테오') 구독자도 2배 정도 늘었다. 다른 대안이 없었다. 시즌1에서 외로움을 말했다면, 시즌2는 파트너를 잘 선정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김훈범 PD는 "시즌1에서도 세 사람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꼈다. 근데 이분들이 방송 노출도 많고 스케줄이 많아지니 여행과 멀어지지 않을까 싶었다"라며 "하지만 그들은 본인 여행 콘셉트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방송을 병행하면서도 장기간 해외여행을 가더라. 존경심과 신뢰도가 많이 쌓였다. 이분들과 안 할 이유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김태호 PD, 김훈범 PD(좌측부터) /사진제공=ENA
김태호 PD는 세 사람이 방송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매력이 더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 모두 성장을 보였다. 빠니보틀은 여행에 대한 의미부여, 진행 멘트를 잘하고 곽튜브는 웃음 설계를 잘했다. 원지는 원래 혼자 여행하는 것에 특화된 분이었다. 근데 이젠 누가 오든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됐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특히 김훈범 PD는 원지에 대해 "낯을 많이 가려서 동반자와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다. 근데 오히려 본인이 나서서 얘기도 많이 하시더라. 원진아 씨를 수용하고 즐기는 모습까지 보였다"라며 "여행 콘텐츠 매력도가 올라가는 계기이지 않았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지구마불2'는 아무래도 주사위를 굴려 여행을 가는 규칙이 있기에, 제작진이 준비하면서도 원해도 나오지 않은 구성과 나라가 있다. 그들이 시즌2를 제작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김태호 PD는 "빠니보틀이 소매치기당하고 영상 통화했을 때였다. 그때 다들 얼어 있어서 '당장 한국을 오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싶더라.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또 훈범 PD가 쭈니형(박준형)이 울었다고 했을 때"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자 김훈범 PD는 "쭈니형이 말할 땐 PD들도 울면서 찍었다. '지구마불'에서 눈물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때 나오더라. 정말 감동스러웠고 여행 예능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었다. 본인만의 서사가 있어서 그 감동을 내 눈으로 본 거 아닌가"라고 감탄했다.

또한 "빠니보틀이 소매치기당할 때 난 발리우드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나도 소매치기당했던 적이 있는데 그땐 여행이 안 될 정도로 정신력이 안 좋아졌다. 그분들도 그렇게 되면 심리적으로 안 좋아져서 방송에 영향을 끼칠 거 같아 염려스러웠다"라며 "곽튜브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데 여권은 잃어버린 적 없다더라. 근데 잃어버렸다. 정말 당황스러웠는데 당시 강기영 배우의 캐릭터를 알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빠니보틀, 원지, 곽튜브 /사진제공=ENA
시즌2에 와도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여행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MC진들이다. 노홍철과 주우재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진행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시즌2가 여행 파트너 룰을 추가한 만큼, 이들을 파트너로 등장시킬 의사는 없었을까. 김태호 PD는 "두 분을 활용하는 건 확장판이나 스핀오프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언젠가 같이 할 콘텐츠가 있을 거 같다"라며 "사실 노홍철은 이젠 여행가 아닌가. 여행 크리에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주우재는 원래 여행 헤이터였다가 일본 정도를 가게 됐고, 이젠 일본 전문가가 됐다. 이들의 밸런스가 스튜디오에서 좋은 시너지를 낸다"라고 말했다.

'지구마불2'는 입 소문이 나면서 시청률이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5회 전국 기준 시청률이 1.5%를 넘으며 자체 기록을 세웠고, 7회는 2%를 넘었다. 특히 2049세대 시청률은 케이블 채널 예능 전체 2위에 올랐다. 이에 시즌3도 제작할까. 김태호 PD는 "각자 현장에서 선택, 결정으로 이뤄지는 게 '지구마불'이다. 곽빠원(곽튜브, 빠니보틀, 원지)에 따라 콘텐츠가 달라질 수 있지만 제작진의 의견을 녹이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시즌3도 PD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속되길 바란다"라고 희망했다.

김태호 PD가 오랫동안 연출한 '무한도전'은 종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인기를 자랑한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웨이브에서 인기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유튜브 내에서도 꽤 높은 조회수를 차지했다. 김태호 PD는 "(이런 관심이) 감사하다. 사실 MBC 재직 중에 ('무한도전' 멤버들을 다시 모아 보려고) 노력했지만 현실화하진 않았다"라며 "그거에 대해선 지금도 애쓰고 있지만, 노력하는 시간 중 다른 걸 하는 느낌이다. 새 프로그램들도 2~3달 전에 회의 중 나온 걸로 하는 것"이라 말했다.

'무한도전'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는 어떤 상황이든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뉴진스의 안무와 비슷한 동작들이 나왔다든가, 박명수가 하는 말들은 어록처럼 사용됐다. 김태호 PD는 "나도 그런 짤들을 재밌게 보고 있다. 이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다"라며 "보통 박명수가 하는 말이 주로 사용되지 않나. 촬영할 땐 쓸데없는 말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벌어지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태호 PD /사진제공=ENA
김태호 PD는 오는 21일 JTBC 새 예능프로그램 'My name is 가브리엘'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My name is 가브리엘'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세계 80억 인구 중 한 명의 이름으로 72시간 동안 '실제 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프로그램으로, 데프콘, 이해리, 강민경, 박명수, 홍진경, 염혜란, 지창욱, 박보검 등이 출연한다. 이에 그는 "난 '무한도전'에서 '타인의 삶' 특집을 해본 적 있다. 삶이 바뀌거나 환경이 바뀌는, 라이프 스와프 장르가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콘텐츠"라며 "실제 인물로 들어가 관계에 집중했다. 그러니 72시간은 짧게 느껴지더라. 이런 교감을 현장에서 느꼈고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방송국 출신 PD들이 제작사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김태호 PD도 MBC를 나와 제작사 테오(TEO)를 설립해 예능 프로그램 '지구마불' 시리즈를 비롯해 '캐나다 체크인' '댄스가수 유랑단' 등을 연출했다. 이 외에도 CJ ENM 출신 이태경 PD, 정종연 PD도 각각 '혜미리예채파' '살롱드립', 그리고 '데블스 플랜' 등을 제작한 바 있다. 테오는 어떤 목표에 집중하고 있을까.

김태호 PD는 "ENA에서 '지구마블'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다양한 곳에서 모였고 하나의 무언가가 없는 상황이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과정 중에 만난 것"이라며 "MBC에 있다가 나올 땐 모든 인프라를 두고 나왔다. MBC에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찾다 보니 외부에서 일하는 인물들이 많더라. 그렇게 모여 한 회사가 되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지구마불'을 하면서 각자의 성향을 알아간 거 같다. 전략적으로 누군 OTT 플랫폼에 이름을 남기고, 누군 플랫폼과 협업하며 우리만의 IP를 지키고 있다"라고 답했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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