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빌드업’을 짰던 ‘아기 호랑이’···‘역사적인 시즌’을 뚜벅뚜벅 걷는 김도영
지난 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IA와 롯데의 경기. 이날 패하면 4연패와 롯데전 6연패, 그리고 선두까지 내줘야 했던 KIA에게는 절박한 경기였다.
이날 KIA는 롯데에 하마터면 스윕을 당할 뻔했으나, 위기를 극복하고 5-4 역전승을 챙겨 지긋지긋했던 연패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선두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KIA의 승리를 이끈 선수는 누가 뭐래도 ‘대투수’ 양현종과 ‘작은 거인’ 김선빈이었다. 양현종은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6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3실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역투로 자신의 몫을 다해냄과 동시에 2008년 6월6일 송진우(당시 한화) 이후 정확히 16년 만에 한국프로야구 역대 2번째로 2000탈삼진 고지를 등정했다.
여기에 김선빈은 팀이 1-3으로 끌려가던 6회말 천금같은 동점 투런포를 작렬한데 이어 팀이 4-4로 팽팽하게 맞선 8회말 2사 2루에서 우중간에 떨어지는 결승 적시타를 터뜨렸다.
양현종과 김선빈이 연패 탈출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면, 뒤에서 역전승을 위한 ‘빌드업’을 했던 선수가 또 따로 있었다. 프로 3년차인 2003년생 ‘아기 호랑이’ 김도영이다.
양현종의 2000탈삼진과 김선빈의 활약이 워낙 돋보이고 뛰어나서 조금 가려져 보였을 뿐, 김도영의 활약도 대단히 좋았다. 김도영은 1회말 첫 타석에서만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을 뿐, 이후 타석에서는 100% 출루에 성공했다. 3회말 1사 후 맞은 두 번째 타석에서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리며 감을 찾더니, 6회말에는 동점의 발판을 만들었다.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으로 출루한 김도영은 1사 후 이우성의 타석 때 도루로 2루를 훔친 뒤 이우성의 유격수 땅볼에 3루까지 내달렸다. 그리고 다음 타자 김선빈이 동점 투런포를 터뜨렸다.
롯데가 8회초 손호영의 솔로홈런으로 다시 4-3 리드를 잡자 김도영이 또 나섰다. 김도영은 8회말 1사 후 롯데 전미르를 상대로 6구째 몸쪽으로 들어오는 129㎞ 커브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다시 분위기를 가져온 KIA는 이어 나성범의 2루타에 김선빈의 결승 적시타가 터져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날 김도영의 기록은 3타수2안타(1홈런) 1타점 1도루 1볼넷. KIA는 이날 승리에도 불구하고 롯데에 위닝시리즈를 내줬지만, 김도영은 이번 3연전에서 타율 0.600(10타수6안타) 1홈런 2타점을 올렸다. 장타율이 1.000에 이르며, 특히 볼넷을 2개 얻어내면서 삼진을 한 차례도 당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애런 윌커슨에게 완봉승을 헌납했던 4일 경기에서도 2루타 1개를 터뜨리며 분전했다.
김선빈, 최형우, 나성범 등 쟁쟁한 선배들이 있지만 현재까지 KIA 타선을 이끌고 있는 것은 바로 김도영이다. 김도영은 6일까지 타율 0.338, 15홈런, 40타점, 20도루를 기록 중이다. 타율은 6위, 홈런은 선두 최정(18개·SSG)에 3개 뒤진 공동 3위이며, 도루도 공동 5위에 올라있다. 안타(80개)에서도 4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홈런과 도루, 안타에서 모두 리그 5위 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수는 김도영이 유일하다. 지난 4월에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라는 금자탑을 세우기도 했다.
보통 초반에 너무 달리면 시간이 지나 페이스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현재 김도영은 그런 모습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3~4월에 타율 0.338을 쳤고, 5월에도 0.326으로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6월 5경기에서는 0.389로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20홈런-20도루는 너끈히 달성할 수 있고, 30홈런-30도루까지도 충분히 기대해 볼만하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30홈런-30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유일하게 3번 달성한 박재홍을 포함해 6명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다. 테임즈는 30홈런-30도루를 넘어 최초의 40홈런-40도루를 작성했다. KIA 선수로는 이종범이 해태 시절인 1997년(30홈런-64도루), 그리고 1999년 홍현우(34홈런-31도루)가 달성한 것이 유이하다.
벌써부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다소 성급할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그만큼 김도영의 초반 활약이 뛰어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역사적인 시즌’이라는 말이 종종 쓰이곤 하는데, 어쩌면 KIA 팬들에게 있어 올해가 바로 그런 시즌일지도 모른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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