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수도 깜짝 전도연이 전도연했다…연극 '벚꽃동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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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벚꽃동산'은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실감할 수 있는 무대다.
재벌 3세이지만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도영(전도연)과 속내를 알 수 없는 사업가 두식(박해수)의 이야기에 숨을 죽이게 만든다.
언뜻 공감하기 어려운 도영의 가족이지만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 덕이다.
박해수는 성공을 이루고도 열등감을 떨치지 못하는 두식 역을 절절하게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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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연극 '벚꽃동산'은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실감할 수 있는 무대다.
재벌 3세이지만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도영(전도연)과 속내를 알 수 없는 사업가 두식(박해수)의 이야기에 숨을 죽이게 만든다.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안톤 체호프의 원작을 재해석해 극의 배경을 서울로 옮겼다. 5년 전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고 미국으로 떠났던 도영이 서울로 돌아오면서 극이 시작된다.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회사는 오빠 재영(손상규)의 무능으로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비극적인 서사이지만 인물들이 모여서 벌이는 일은 희극적이다. 도영은 열여섯번 째 생일날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집을 날릴 위기에도 "돈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대책 없이 회피하고, 온 가족이 보는 앞에서 딸의 남자친구에게 입을 맞추고는 갑자기 "순간적 감정에 빠졌다"고 털어놓는다.
재영은 창고에서 꺼낸 오래된 레코드에 말을 걸고, 사촌 영호는 돈을 빌리러 왔다가 갑자기 춤을 춘다. 언뜻 공감하기 어려운 도영의 가족이지만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 덕이다.
특히 전도연은 풍부한 감정과 탄탄한 발성으로 관객을 사로 잡았다.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짓다가도 아들을 잃은 애통함을 쏟아내는 2막에선 끝내 도영을 연민하게 만든다. 대사가 없는 부분에선 시선으로 극을 이끌었다. 역시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라는 수식어를 새삼 실감하게 한다.
박해수는 성공을 이루고도 열등감을 떨치지 못하는 두식 역을 절절하게 연기했다. 도영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표현할 때 괴성을 지르는 모습은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반면 도영의 가족에게 "아름다운 콩가루 집안"이라고 비웃거나 애드립으로 엄정화의 '페스티벌'을 부를 땐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벚꽃동산'이 비극이면서 희극인 이유는 대사의 힘이다. 비극적인 순간에도 밑도 끝도 없는 등장하는 유머스러운 대사는 오히려 극의 몰입을 깨지 않는다. 이 작품을 연출한 사이먼 스톤은 현실 인물들의 즉흥 대화처럼 동시다발로 이뤄지는 대사 속에서도 관객들이 집중할 수 있게 정교하게 비극과 희극을 버무렸다.
무대는 등장인물들의 몰락과 성공, 계급 간 충돌을 고스란히 담았다. 삼각형 구조의 저택은 정면 전체를 유리창으로 구성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형태다. 지붕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가파른 계단, 왼쪽은 완만한 계단으로 이뤄졌는데 배우들은 이곳을 오르락 내리락 걸어다니며 불완전한 감정을 보여준다.
연극 '벚꽃동산'은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 LG아트센터에서 7월7일까지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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