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②무·저해지 CEO보험, 탈세냐 절세냐
"승계액 해지환급금으로 계산해 증여세 납부"
환급금 적은 무·저해지보험 특성상 세금 '뚝'
현행 세법은 계약자·수익자를 법인에서 CEO로 바꿀 때, 승계되는 보험증서가 퇴직금인지 근로소득인지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또 보험증서 금액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평가액을 최대한 낮추는 게 CEO에게 유리합니다. 평가액이 적어야 낼 세금도 줄어드니까요.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은 2013년 나온 개인과 개인 간 보험 상속 관련 예규(상속증여세과-339, 2013.7.9)를 적용해 △총 납입보험료+가산 이자수입(공시이율 등) △계약적립금(책임준비금) 중 하나를 선택해 보험증서를 평가하면 된다고 안내했습니다. 총 납입보험료와 이자수입을 합쳐 평가할 땐, 총 납입보험료에서 소멸한 사업비와 위험(보장)보험료는 빼 계산해도 된다고 슬쩍 귀띔하기도 했답니다. 평가액과 세금을 줄이는 게 핵심이니까요. CEO가 승계할 땐 계약 초기 소멸한 보험료 부분에 대해선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거죠. 참고로 종신보험의 경우 납입보험료 중 약 25~30%가 사업비와 보장보험료라고 합니다.
해지환급금으로 가치 평가, 괜찮을까?
문제는 업계 일부에서 해지환급금으로 평가해 CEO에게 보험을 승계해도 된다는 영업전략이 나왔다는 겁니다. 개인 간 즉시연금보험을 승계할 때 해지환급금과 정기금평가액 중 큰 금액에 증여세를 붙이는 게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2015-두-53046)가 근거였죠.
그런데 납입기간 도중 해지하면 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매우 적은 무해지·저해지 종신보험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문제가 커집니다. 통상 CEO보험이 10년납으로 판매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법은 이렇습니다. 9년 동안 보험료를 법인이 납부하고 9년차 말에 CEO에게 보험을 승계하는 겁니다. 이땐 CEO가 계속 회사를 다니고 있을 테니 퇴직소득세보다 비싼 근로소득세를 물어야 하겠죠? 하지만무·저해지보험이라 9년차엔 해지환급금(평가액)이 매우 적어 여기에 붙는 세금도 얼마되지 않는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1년은 CEO가 보험료를 내는 겁니다. 이후 10년납이 끝나면 즉, 납입기간을 다 채우고 해지하면 무·저해지 상품 특성상 환급률이 낸 보험료의 100%까지 단번에 올라갑니다. 어떤 점이 문제인지 아시겠나요?
다시 설명해 볼게요.CEO보험 1년 보험료가 1억원이라면 9년간 법인이 낸 보험료가 총 9억원이겠죠.그런데 무·저해지 보험이라 해지환급률이 9년차 말에 30%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이 보험의 평가액(해지환급금)이 2억7000만원(9억원×30%)이 됩니다. 근로소득세는 여기에만 붙는 거죠. 이후 CEO 명의가 됐으니 남은 1년간 보험료 1억원은 CEO 개인이 납부하는 거죠. 이후 납입기간이 끝나고 해지하면 그간 낸 보험료의 100%가 CEO 주머니로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세금은 약 3억~4억원분에 대한 것만 내고요.
탈세? 절세? 업계도 '갑론을박'
요즘 판매되는 CEO보험이 유지기간이 길수록 보장금액(사망보험금)과 해지환급금이 많아지는 체증형 구조라고 했잖아요. 따져보면 이런 무·저해지 보험과 비슷한 절세 전략입니다.법인이 보험료를 낼 땐 해약환급금으로 낮게 보험가치를 평가하고 승계한 이후엔 CEO가 받게 될 보험금과 해지환급금을 낸 보험료보다 부풀리는 거죠. 세금을 최대한 면제시켜주는 게 CEO보험 영업의 기본이거든요.
물론 업계에선 이런 과세 방식이 맞을지, 틀릴지 갑론을박이 치열합니다.찬성하는 쪽은 "개인 간이지만 유사한 대법원 판례가 있는 데다, 관련 세법 규정이 미비할 경우 납세 의무자에게 좀 더 유리한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은 "CEO보험이 아닌 개인 간 판례를 곧바로 적용하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합니다. 과거 판매된 무해지 보험은 9년차 환급률이 10% 미만인 상품도 있는데, 너무 무리한 자의적 해석 아니냐는 거죠.
결국 컨트롤 타워인 금융당국이 한 번은 가르마를 타 줘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당국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대규모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게 걱정이지만요.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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