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우리는 왜 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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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수명연장의 과학과 항노화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평균 수명 증가와 출산율 급감을 동시에 겪으며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책 '우리는 왜 죽는가'는 노화와 죽음에 관하여 생물학이 밝혀낸 의미 있는 사실을 한눈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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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지난 10년 사이에 노화에 관해 30만 건이 넘는 과학 논문이 발표되었다. 노화 문제를 다루는 스타트업 기업만 700곳이 넘으며, 투자액을 모두 더하면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 기존 거대 제약 기업들이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포함하지 않은 숫자가 이 정도다.”(16쪽)
세계적으로 수명연장의 과학과 항노화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평균 수명 증가와 출산율 급감을 동시에 겪으며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젊음을 유지하며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는 법을 일러주는 책과 영상, 각종 항노화보충제와 식이보조제가 각광받고 있다.
책 '우리는 왜 죽는가'는 노화와 죽음에 관하여 생물학이 밝혀낸 의미 있는 사실을 한눈에 보여준다.
저자인 벤키 라마크리슈난은 영국의 분자생물학자로, 우리 몸의 단백질 생산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리보솜 연구 통해 생명의 작동방식을 밝혀왔고, 2009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영국 왕립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 누구보다 분자생물학에 정통한 인물로서, 유전자와 단백질, 세포 수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노화가 일어나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한다. 노화를 늦추고 나아가 이를 되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남아 있는 과제는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검토하는데, 여러 스타 과학자들과 유명한 생명공학 회사들에 대한 비판적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죽음에는 생물학적으로 꼭 필요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닌지, 수명 연장이 가져올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영원히 살려는 시도의 윤리적 대가는 무엇인지 등을 짚으며, 비범한 통찰력이 담긴 이야기를 우아하게 풀어놓는다.
저자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뿌리깊은 본능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그 자신이 고혈압약, 고지혈증약, 혈전 방지용 저용량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한다고 고백한다), “우리가 훨씬 오래 살게 된다고 해서 훨씬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리라고 확신할 수는 없”으며, 신기루 같은 수명연장을 좇기보다는 “삶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현명함”을 지적한다.
"캘리포니아의 첨단 기술 갑부들은 특히 그렇다. 이들은 대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돈을 벌었다. 순식간에 금융 거래를 수행하거나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능력이 있기 때문에, 노화 역시 생명의 암호를 해킹해 해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공학적 문제라고 믿어버린다. 일확천금을 경험했기에 참을성이 없다. 일이 년, 심지어 한두 달 만에 엄청난 혁신을 일으키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노화라는 문제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빨리 움직여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다. … 바로 그 사람들이 현재 제대로 준비되지도 않은 AI를 세상에 던져놓고, 한편으로는 그 위험을 경고한다. 그걸로 모자라 그런 태도를 노화와 수명 연장이라는 심오한 분야에 적용하려는 모습을 보면 그저 두려울 뿐이다."(302-303쪽)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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