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지는 산불 속 미국에선 '죄수 소방관' 활약
백민경 기자 2024. 6. 7. 10:21
마른 나무들을 모아 토치로 불을 붙입니다.
큰 산불이 나지 않도록 미리 관리하는 '초목 태우기' 작업인데,
오히려 불로 번질 수 있어 허가를 받거나 자격이 있어야 합니다.
산불이 났던 땅을 헤집어 불씨가 없는지 살핍니다.
손을 넣어 온도를 체크하기도 합니다.
매일 오전 6시반 산에 올라 산불을 관리하는 이들은 미국 워싱턴 주 교도소 소속 수감자로, '죄수 소방관'입니다.
큰 숲이 많은 미국 서부에서는 여러 해 전부터 수감자를 교육하고 산불을 끄는 데 투입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산불이 미국 전역에서 잦아지면서 동부인 워싱턴에서도 실행하게 됐습니다.
수감자들이 앞다투어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케냐타 브릿지스/워싱턴 DNR '아카디아 20' 대원]
"종종 '대체 내가 왜 이럴까' 싶은 생각이 드는 산을 타게 됩니다. 불은 뜨겁고 물통도 달궈지죠.
하지만 우리가 사람들을, 누군가 온 힘을 다해 돕고 있다는 걸 알게 되죠. 이런 것들이 다 함께 저를 밀어붙입니다."
보안 장치가 있는 시설에서 살지만 사복도 입을 수 있고 휴대전화도 쓸 수 있어 교도소 생활보다 편합니다.
매일 숲을 관리하며 시간당 1.5달러를 받고, 불이 난 곳에 출동하는 경우엔 16.28달러의 최저임금에 초과 근무 수당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 교도소 죄수들의 시간당 노역보다 높은 임금입니다.
[케냐타 브릿지스/워싱턴 DNR '아카디아 20' 대원]
사회로 돌아가서도 할 일이 생기는 거죠. 집을 살 수 있는 돈을 모을 수도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수감자들 일부는 출소 후 소방대원으로 취직하기도 합니다.
당국은 재범률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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