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에 인도 발담그자 中, 접경에 J-20 배치…'숙적' 신경전
대중국 강경정책 고수 모디 총리 3연임 사실상 확정…양국 갈등 더 고조될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숙적'인 중국과 인도 간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인도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격한 다툼을 벌이는 필리핀에 전함 3척을 파견해 관심을 끈 데 이어 이번엔 중국이 인도와의 접경에 5세대 스텔스 젠(殲·J)-20 전투기를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신경전은 최근 총선에서 대(對)중국 강경정책을 고수해온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힌두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사실상 3연임을 확정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끈다.
외교가에선 인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일정 수준 가세해 중국 압박에 나선 점에 비춰볼 때 차후 양국 간 외교·군사·안보 긴장이 더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 현지의 NDTV와 홍콩 명보는 6일 미국 군사 정보 분석업체인 올소스애널리시스가 위성으로 중국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내 시가체 공군 기지를 지난달 27일 촬영한 걸 분석해 중국의 J-20 전투기 배치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진을 보면 8대의 J-10 전투기와 6대의 J-20 전투기가 비행장에 계류돼 있으며 1대의 KJ-600 조기경보기도 함께 포착됐다고 올소스애널리시스는 전했다.
J-20 전투기 공개를 극도로 꺼려온 중국이 위성 촬영 가능성을 잘 알면서도 시가체 공군기지 내 외부 공간에 이를 배치한 것은 다소 의도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도 위협'을 염두에 둔 제스처라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강 전투기로 평가받는 미국의 F-22와 F-35에 맞서기 위해 독자적으로 J-20 전투기를 개발했으나, 아직 그 성능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적은 없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J-20에 미 F-22, F-35 전투기와 동급 수준의 WS-15 엔진을 장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은 2022년부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순찰 비행에 J-20 전투기를 투입해 미국의 F-35와 근접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인도와 접경에 이를 투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인도 현지에선 자국 하시마라 공군기지와 불과 290㎞ 떨어진 중국 시가체 공군기지에 J-20 전투기를 배치한 걸 두고 "인도 공군을 겨냥한 실질적 위협"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인도 하시마라 공군기지 주력은 4.5세대 급인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로, 5세대인 J-20 전투기와 비교할 때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지난달 19일 유도미사일 구축함 델리호와 유조선 샥티호, 대잠 호위함 킬탄호를 포함한 인도 전함 3척이 필리핀 마닐라 항에 도착해 눈길을 끌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집권 이후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인도 전함의 필리핀 방문에 중국은 크게 자극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는 지난해 5월에는 필리핀 등 아세안 회원국들과 남중국해에서 처음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한 바 있으며, 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아세안 회원국들과 국방 협력도 강화해왔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서도 중국은 인도가 실효 지배 중인 아루나찰프라데시주를 두고 신경전을 이어왔다.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3월 아루나찰프라데시주를 찾아 터널 등 수백만달러 규모의 인프라 사업 완료를 축하하는 행사에 참석하자, 같은 달 중국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 중국어와 티베트어 지명 30곳을 발표한 뒤 접경에 신규 정착촌을 건설하고 티베트인 이주를 촉진해왔다.
중국과 인도는 약 3천500㎞를 경계로 두고 있으나, 아루나찰프라데시주는 정확한 국경 없이 실질통제선(LAC)을 경계로 하는 탓에 양국 충돌이 잦은 지역이다.
LAC는 인도 명칭으로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이어져 라다크 지역에서 끝난다. 라다크와 인접한 악사이친은 중국이 1962년 전쟁 때 점령해 실효 지배 중이다.
중국과 인도는 1962년 전쟁 이후 2020년에는 5월 판공호 난투극,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등 라다크 인근에서 잇따라 충돌했다.
이에 미국은 아루나찰프라데시 지역을 인도 영토로 인정하면서 어떤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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