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칭의 극적인 조화...오데마 피게 [리]마스터02, 브루털리즘(brutalism) 재현하다

최보윤 기자 2024. 6. 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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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마 피게 [리]마스터02, 공개,현장에서 직접 보니
1950년대 건축사조에서 영감...1960년 원조 제품 재해석
방향과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다이얼도 눈길
[리]마스터02 셀프와인딩 신제품. 스트랩은 푸른색을 띠는 다이얼 색상과 잘 어우러지는 다크 블루 컬러로, 앨리게이터 가죽으로 제작됐다. /오데마 피게 제공

스위스 고급 시계 제조사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로열 오크’ 라인 하나만으로도 인지도와 명성, 명맥을 유지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1972년 첫 출시된 로열 오크는 럭셔리 스포츠 시계의 장을 열면서, 시계 역사상 최고의 아이코닉한 제품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런 오데마 피게가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과거 오데마 피게가 선보였던 희귀 제품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리]마스터([RE]Master) 컬렉션을 통해서다. 1943년 선보였던 크로노그래프를 재해석하고자 2020년에 출시한 [리]마스터01이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4년만에 [리]마스터02 셀프와인딩([RE]Master02 Selfwinding)이 탄생했다. 1960년에 매뉴팩처가 제작한 비대칭 시계(모델 5159BA)에 바치는 헌사다.

[리]마스터02 셀프와인딩에 영감을 준 1960년대 오리지널 모델 5159BA.

얼마 전 전세계 선별된 일부 취재진을 대상으로 스위스 르 브라쉬에서 선보인 [리]마스터02 셀프와인딩 공개 현장을 ‘더부티크’가 찾았다. 신제품의 창의성과 기술력 뿐만 아니라, 오데마 피게 박물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역사적인 시계들 역시 대거 공개했다. 로열 오크 못지 않게 매력적이며, 시대를 앞서고, 상상을 뛰어넘는 제품들이 상당했다. 1875년 설립돼 스위스 시계 트렌드를 좌우했던 ‘전통의 강자’ 오데마 피게의 저력을 다시금 실감케 하는 자리였다.

박물관 진열장에 단지 ‘모셔두는’ 것이 아닌, [리]마스터 컬렉션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며 천천히 생명력을 입고 있었다. 로열 오크 이후 2019년 출시한 코드11.59가 점점 시장의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데마 피게의 풍부한 역사성과 다양한 디자인, 기술력을 선보이는 [리]마스터 컬렉션까지 강화되면 오데마 피게의 미래를 이끌어갈 세 가지 단단한 축으로 작용할 것 같았다. 일라리아 레스타 오데마 피게 최고 경영자는 “오데마 피게는 항상 전통을 지키면서도 미래를 바라본다”면서 “[리]마스터 컬렉션은 이러한 정신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우리의 오랜 시계 제작 전통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리]마스터02 셀프와인딩 신제품. 다면으로 이루어진 비대칭의 케이스가 특징적이다. 다이얼은 최근 가장 각광받는 색상인 푸른색을 띠며, 케이스는 새로운 18캐럿 골드 합금인 샌드 골드로 제작됐다.

◇1960년대 브루털리즘 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다.

이 새로운 250개 한정판은 비대칭의 41 mm 직사각형 케이스를 특징으로 한다. 한 눈에 보기에도 과감해 보이는 이 디자인은 1960년대에 브루털리즘(Brutalism· 1950년대 영국에서 형성된 비정하고 거친 건축 조형미학)에서 영감을 받았다. ‘브루털리즘’이라고 해서 흔히 알고 있는 brutal(잔인한, 잔혹한)의 뜻이라기보다는, 스위스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건축을 하면서 프랑스어 용어인 bé ton brut(가공되지 않은 콘크리트·베통 브뤼)를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 날 것의 느낌과 결이 살아있는 콘크리트, 기하학적 비정형 디자인 등이 브루털리즘 사조를 대표한다.

오데마 피게는 1959년부터 1963년 사이에 30개 이상의 비대칭적 모델을 제작했고, 이 중 대부분은 10개 미만으로 선보였다. 매뉴팩처의 비대칭 시계에 있어 황금기를 맞이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번 [리]마스터02에 영감을 준 1960년대 5159BA 모델은 7개만 제작됐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현재 스위스 르 브라쉬에 위치한 뮤제 아틀리에 오데마 피게(오데마 피게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리]마스터02의 실물을 보기 전, ‘원조’를 현장에서 먼저 마주한 기자들과 시계 칼럼니스트들은 5159BA 모델의 현대성에 감탄사를 먼저 쏟아냈다. 1960년대 모델은 18캐럿 옐로 골드 소재로 제작된 비대칭의 27.5 mm 직사각형 케이스와 고전적인 시계 제작의 관례를 깬 다이얼이 돋보였다. 반세기 이상 이전의 모델이었지만 최근 탄생했다고 이야기해도 전혀 손색 없을 정도였다.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이었지만, 최근 건축·인테리어 분야에서 브루털리즘이 다시 유행하면서 요즘 언어에 특히 부합했다. 급진적인 디자인과 대범한 재단은 그 당시 오데마 피게의 도전 정신을 읽게 했다. 오데마 피게 헤리티지 및 뮤지엄 디렉터 세바스티안 비바스는 “[리]마스터02는 오데마 피게가 비대칭적 모델을 탄생시켰던 이 황금기를 다시 부흥시킬 기회”라고 밝혔다.

[리]마스터02 셀프와인딩 신제품을 측면에서 본 모습. 사이즈를 기존의 27.5mm에서 41mm로 키워, 존재감이 한층 더해졌다.

◇2년간의 연구 끝에 얻은 15.8° 경사 케이스

‘원조’를 머릿속에 인식한 뒤 마주하게 된 [리]마스터02는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압도적인 감정을 일으키게 했다. 다면으로 이루어진 비대칭의 케이스는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15.8° 경사의 사파이어 크리스털은 케이스의 비대칭을 강조하며 더욱 강력한 시각적 효과를 준다. 이 경사진 크리스털을 디자인하면서 방수 기능을 보장하고 오데마 피게의 품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2년간의 연구 개발이 이뤄졌다.

[리]마스터02에는 2022년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신 모델을 통해 출시된 칼리버 7121를 기반으로 하되 날짜 표시부를 제외한 시, 분 기능의 매우 얇은 칼리버 7129가 탑재됐다. 2.8 mm 두께의 무브먼트는 새로운 구조와 더 커진 배럴(태엽·동력원) 덕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하며, 메커니즘이 더 정확하고 더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고급 시계 제작 전통에 따라 칼리버 7129는 코트 드 주네브(Cô tes de Genè ve· 시계의 각도와 주변의 빛에 따라 다르게 빛을 포착하는 물결 모양의 양각선 형태 장식), 원형 새틴, 스네일링, 선레이 브러싱, 원형 그레이닝, 유광 연마한 모서리각 등이 특징이다.

[리]마스터02 셀프와인딩 다이얼을 제작하는 모습. 직사각형 바탕에 삼각형을 모티프로 한 다이얼로, 기하학적인 인상을 준다.

[리]마스터02는 무엇보다 새로운 18캐럿 골드 합금인 샌드 골드로 제작된 케이스를 특징으로 한다. ‘샌드 골드’라는 이름 그대로 모래 언덕에서 차용했다. 금, 구리, 팔라듐으로 구성돼 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빛과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화이트 골드와 핑크 골드 사이에서 변화하는 색조를 볼 수 있다. 올해 초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플라잉 투르비용 오픈워크를 통해 출시된 소재를 이번에도 적용한 것이다. 색조와 구성 물질에 따라 미묘한 색상 차이를 통해 자신만의 골드를 만들어가는 시계 제조사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케이스는 3시 방향에서 기울어지는 사파이어 크리스털의 경사를 따른다. 케이스의 표면 전체는 무광으로 새틴 브러시(연마 도구를 이용해 투박한 금속을 은은하고 우아한 빛이 나게 만드는 것) 마감 처리하여 다이얼의 유광 연마한 윤곽과 대비를 이루는 ‘날것’의 느낌을 낸다.

오데마 피게는 “가장자리와 모서리의 날카로움을 유지하면서 샌드 골드를 새틴 마감 처리하는 작업은 기술과 기량을 필요로 했다”면서 “경사진 사파이어 크리스털과 날카로운 모서리가 직사각 형태의 케이스를 강조하며 이 모델에 “[Re]Master The Edge(모서리의 리마스터)”라는 별칭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케이스백(뒷면) 역시 샌드 골드로 제작됐고, 동일한 색상을 적용한 비대칭의 전용 진동 추와 조화를 이룬다. ‘Limited Edition(한정판)’이라고 적혀 있는 것도 차별화 요소다.

[리]마스터02 셀프와인딩에 영감을 준 1960년대 오리지널 모델 5159BA.

◇밤은 푸르렀다…빛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다이얼도 눈길

[리]마스터02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건 다이얼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다이얼 색상인 푸른 색의 질감을 [리]마스터02 도 탑재했다. 사진으로는 다이얼 색감의 풍부함을 알기 어렵다. 직접 눈으로 봐야만 그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 호기심이 경탄으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리]마스터02 다이얼 색상의 이름은 ‘블루 뉘, 뉘아주 50(Blue Nuit, Nuage 50)’. Blue Nuit 는 푸른 밤이라는 뜻. Nuage는 구름이다. 숫자 50은 색조 번호다. 이 색상은 ‘다이얼 마스터’로 불리는 스턴 프레르(Stern Frères)가 개발한 색상으로 오데마 피게 아카이브에 따르면 로열 오크가 탄생하기 직전인 1971년, 마분지 종이 위에 검푸른 빛의 로열 오크 다이얼판을 올려놓고 ‘블루 뉘 1, 뉘아주 50′이라고 적은 메모를 볼 수 있다. 그 이후 블루 뉘, 뉘아주 50 다이얼은 로열 오크뿐만 아니라 코드 11.59 등에도 선보였다. 이번에 [리]마스터02에도 적용되면서 이번 제품이 오데마 피게의 현대적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1960년대 모델의 다이얼은 푸르다기 보다는 은회색쪽에 더 가깝다.

PVD (Physical Vapour Deposition·물리적 증착) 공정을 통해 얻은 ‘블루 뉘, 뉘아주 50′ 다이얼은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을 지닌 12개의 삼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삼각형들은 아연 도금 처리한 샌드 골드 색상의 칸막이로 분리돼 중앙에서 서로 만난다. 개별적으로 가공된 각각의 황동 삼각형은 선형 새틴 마감 처리한 후 아주 작은 다리를 사용해 황동 플레이트 위에 배치한다. 숙련공이 세심하게 조립한 모든 부품은 빛을 활용하는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 내며 다이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또 3시 방향의 ‘Audemars Piguet’ 시그니처는 갈바닉 성장(galvanic growth·전류 증가·3D 프린팅 기법과 비슷한 방식) 공정을 통해 형성됐으며, 마찬가지로 샌드 골드로 제작했다. 오데마 피게 측은 “기하학적 형태와 선형 새틴 마감의 풍부한 표현을 위해 아워 마커와 날짜 표시부를 생략했다”면서 “다이얼을 가로지르는 대각선들 덕분에 시간을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30 m 방수. 9.7 mm 케이스 두께. 블루 컬러의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52시간 파워 리저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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