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SSG닷컴 주식 누가 사갈까…골머리 앓는 신세계그룹

박종관 2024. 6. 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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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풋옵션 효력 소멸 합의…새 계약으로 풋옵션 계약 다시 맺어
SSG닷컴 기업가치 훼손…IPO도 투자유치도 여의치 않아
대출에 가까운 '파킹성 딜' 추진하나… 메리츠증권 등 관심
이 기사는 06월 05일 10: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SG닷컴 '풋옵션 사태'로 공방을 벌이던 신세계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이 합의점을 찾았다. 법적 분쟁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신세계그룹은 1조원 규모의 새 투자금을 유치해야 한다. 하지만 SSG닷컴 기업가치는 어피너티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5년 전에 비해 큰 폭 훼손됐다. 그만큼 투자금 유치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신세계그룹의 '백기사'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판정승 거두고 실익 챙긴 어피너티·BRV캐피탈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의 대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어피너티·BRV캐피탈과 맺은 지분 매매 계약을 승인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이마트와 신세계는 올해 말까지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이 가진 SSG닷컴 지분 30%를 사들일 투자자를 구해야 한다.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FI의 지분을 고스란히 이마트와 신세계가 떠안아야 한다.

양측은 5년 전 맺은 주주간 계약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계약에 포함된 풋옵션의 유효가 있느냐 여부를 놓고 다툰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거래액과 기업공개(IPO) 관련 조건을 모두 충족한 만큼 풋옵션 효력이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FI는 SSG닷컴 자체 상품권 발행 등으로 거래액이 과대 계상된 점을 감안해 풋옵션 행사 요건이 충족됐다고 맞섰다. 양측의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불거질 우려도 상당했다. 하지만 양측이 법정 분쟁을 피하기 위해 풋옵션 효력은 소멸된 것으로 합의했다. 동시에 새 지분 매매 계약을 맺었다.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은 새 지분 매매 계약을 맺으면서 이번 협상에서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연내 투자금 회수를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FI의 지분을 사갈 원매자를 대신 구해와야 한다"며 "제3자 매각에 실패하면 지분을 떠안는 불리한 계약을 맺은 건 기존에 맺은 풋옵션 계약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풋옵션 효력이 소멸된 것처럼 보이지만 신세계그룹이 사실상 새로운 풋옵션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대출에 가까운 '파킹성 딜' 추진할 듯

FI가 협상에서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룬 것은 아니다. 이들은 SSG닷컴 지분 30%의 가치를 당초 주장한 1조4000억원보다 낮은 1조1000억~1조1500억원 수준으로 합의했다. 양측이 지분가치를 장부가액에서 시장가격을 반영한 공정시장가액(fair market value)으로 산출하기로 한 결과다. 1조원을 5년 동안 투자해 1조1000억원가량을 회수한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의 기회손실은 상당한 편이다. 시장금리가 최근에 고공행진한 상황을 고려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익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받긴 어렵다고 판단해 한 발 물러섰다.

어퍼니티·BRV캐피탈과의 협상을 끝낸 신세계그룹은 SSG닷컴 지분 30%를 매입할 제3자를 구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기존 FI와의 협상을 진행하는 중에도 물밑에서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증권사 등을 접촉하며 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문제는 쿠팡의 진격과 알리·테무 등 C커머스의 공습으로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SSG닷컴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기업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5년 전 투자 유치를 받을 당시 SSG닷컴의 기업가치는 3조3000억원에 달했다. 당시만 해도 플랫폼 기업은 적자를 내도 거래액만 성장세를 이어가면 기업가치를 인정받던 때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현재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IB업계 관계자는 "1년에 1000억원씩 적자를 내는 회사의 소수지분을 누가 1조원을 넘게 들여 사가겠느냐"며 "SSG닷컴은 현 상황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도 쉽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제3자 매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가능한 시나리오로 '파킹성 딜'을 거론하고 있다. 사모펀드 등 제3자가 일단 기존 FI의 지분을 받아주고, 신세계그룹과 일정 내부수익률(IRR)을 보장받는 풋옵션 계약을 맺는 형태다. 사실상 고금리 대출에 가까운 계약을 맺는 것이다. 메리츠증권 등이 여러 구조를 고민하며 이번 딜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방식은 신세계그룹의 재무적 부담이 현실화되는 시점만 뒤로 미루는 미봉책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세계그룹은 제3자 매각 무산 시 FI 지분을 사줘야 하는 만큼 원매자를 물색하는 동시에 대규모 자금 마련책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 마련을 위해 이마트가 소유한 점포 등 부동산 자산 유동화와 신세계푸드 등 일부 계열사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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