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ECB 금리 인하에 커지는 기대감…세계 증시 들썩 [디브리핑]
라가르드 ECB 총재 “통화정책이 인플레 낮춰”
5월 고용 지표 앞두고 美 연준 9월 인하 기대감↑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유럽과 캐나다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하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로 이어질 지 주목하고 있다. 5월 고용 지표 하락이 확인되면 미 연준이 9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ECB는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연 4.2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전날 캐나다 중앙은행이 0.25%포인트 금리를 낮춘 데 이어 ECB까지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유럽 재정 위기 이후 6년 이상 제로금리를 유지하던 ECB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환경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이 10%대까지 급등하자 2022년 7월 이후 10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다. 지난해 9월 이후에는 유로존 출범 이후 기준 금리 최고치인 4.5%를 계속 유지했다. 그러나 유로존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지난해 10월부터 2%대로 내려오면서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9개월 간 금리를 동결한 후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9월 회의 이후 물가상승률이 2.5%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인플레이션 전망도 크게 개선됐다”며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이 금융여건을 제한해 수요를 억제했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향후 금리 인하를 이어가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는 “필요한 기간 동안 정책 금리를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금리 경로를 사전에 약속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최근 몇 분기 동안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강한 임금 상승은 가격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 목표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경로에 있다고 확신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 위기 없이도 긴축사이클을 종료하고 완화 정책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 ‘획기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연준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완화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확신을 주지 않은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에 대해서는 “ECB가 기준금리의 방향을 ‘덜 높게, 더 오래’ 유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에 이어 ECB도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자 각국 증시는 일제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STOXX) 600지수는 0.66% 상승한 524.68로 장을 마쳤고 유로화 가치는 1유로당 1.089달러까지 올랐다. MSCI 47개국 주요 세계지수는 한때 0.3% 오르면서 지난 5월 20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가 이후 상승폭을 소폭 줄였다.
원유 등 상품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브렌트유 선물은 1.9% 상승한 배럴당 79.8달러에 거래됐고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은 2% 상승한 75.53달러에 거래됐다. 금은 온스당 2373.77달러로 0.8% 상승하며 전날 1%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비트코인은 7만1415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솔트마시이코노믹스의 마르셸 알렉산드로비치 파트너는 “시장은 이제 미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할지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의 9월 금리인하 여부는 7일 발표될 5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난달 미국 비농업 고용은 18만5000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4월 17만5000개보다는 소폭 늘어난 것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24만3000개)보다는 줄어든 수준이다. 5월 실업률은 전월(3.8%)보다 소폭 오른 3.9%로 예상된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전략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이미 너무 오랫동안 긴축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에 냉각된 고용시장 모멘텀이 일단 시작되면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얼어붙기 전에 연준이 금리 인하에 착수할 수 밖에 없을 거란 얘기다.
실제로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55.4%로 일주일전 45.1%에 비해 크게 올랐다. UBS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의 마크 해펠레 최고 투자책임자는 “연준은 9월부터 연말까지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하면 기술주 뿐 아니라 소형주에서도 주가 상승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 일각에서는 고용 지표에 따라 7월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앤드류 호렌호스트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5월 비농업 고용이 전년 대비 14만명 증가하는데 그치고 실업률도 4%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고용지표 둔화에 따라 올해 첫 금리인하가 7월에 단행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크 페롤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도 “고용시장이 더 냉각된다면 7월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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