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리톨’의 배신?…“심장병 뇌졸중 위험 높여”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중심이 된 연구진은 저칼로리 설탕 대체제인 자일리톨이 심장마비, 뇌졸중 또는 심혈관 관련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6일(현지시각)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했다.
자일리톨은 과일과 채소에 소량 함유되어 있으며 인체에서도 생성되는 당알코올이다. 인공감미료로서 설탕과 모양·맛이 비슷하지만 칼로리는 40% 낮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것보다 훨씬 높은 농도로 무설탕 껌, 사탕, 치약 및 제과류에 사용한다. 비만이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알려지면 지난 10년 동안 설탕 대체 식품의 사용량이 크게 증가했다.
“우리는 이 물질을 식품 피라미드(꼭대기는 당류 지방 등 제한해서 먹어야할 식품, 아래쪽은 골물, 채소, 과일 같은 건강에 좋은 식품들이 자리)에 집어넣고 있으며, 당뇨병 환자 같이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위험에 처할 위험이 가장 높은 바로 그 사람들이 이러한 식품을 섭취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라고 연구를 주도한 클리블랜드 클리닉 레르너 연구소의 심혈관 및 대사 과학 책임자인 스탠리 헤이즌 박사가 말했다.
NBC 뉴스에 따르면 심장 마비와 뇌졸중 중 상당수가 당뇨병, 고혈압 또는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같은 알려진 위험 요인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사람들의 심혈관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당알코올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3000명 이상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밤새 금식한 후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혈중 자일리톨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자일리톨 수치가 상위 25%에 속하는 참가자들은 하위 25%에 속하는 사람들에 비해 향후 3년 동안 심장마비, 뇌졸중 또는 사망 위험이 약 2배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또한 작용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쥐에게 자일리톨을 먹이고 실험실에서 혈액과 혈장에 자일리톨을 첨가한 후 건강한 지원자 10명에게 자일리톨이 함유된 음료를 제공했다. 이 모든 실험에서 자일리톨은 혈액 응고를 조절하는 혈액 성분인 혈소판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헤이즌 박사가 전햇다. 혈액 응고가 원인인 혈전은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주요 원인이다.
“자일리톨만 아주 짧은 시간, 즉 몇 분 동안 혈소판과 상호작용하면 혈소판이 과 충전 되어 혈전이 생기기 훨씬 더 쉬워진다”라고 헤이즌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그 동안 환자들에게 철자가 모두 ‘~이톨’로 끝나는 자일리톨과 기타 당알코올을 먹지 말고, 단맛을 추가하려면 대신 적당량의 설탕, 꿀 또는 과일을 선택할 것을 권장했다고 말했다. 다만 치약과 껌 한 개 정도라면 자일리톨을 거의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보고서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고 NBC뉴스는 지적했다.
우선, 인체 내에서 포도당 대사의 중간물질로 생성되는 자일리톨에 대한 연구는 관찰 연구로, 당알코올과 심장 위험 사이의 연관성만 보여줄 수 있다. 자일리톨이 심장마비, 뇌졸중 또는 사망의 발생률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에 제시된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인공 감미료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칸 박사는 말했다. “설탕을 인공 감미료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채소나 과일과 같은 고품질의 식이 성분을 천연 당분으로 섭취하는 것이 해답일 수 있다.”
역시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네소타 대학교-트윈시티 캠퍼스의 식품 과학 및 영양학 교수인 조앤 슬래빈 박사는 “제가 절대 자일리톨을 먹지 말라고 말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식단에서 설탕을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부 사람들에게 설탕 대체제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슬래빈 박사는 이 연구가 흥미롭고 일부 우려할 만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알코올은 비싸며 일반적으로 껌과 무설탕 사탕에 아주 소량만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의 또 다른 한계는 혈중 자일리톨 수치를 측정한 참가자들이 심장병 위험이 높거나 심장병이 기록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들에게 같은 결과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아예 무관하지도 않다는 게 연구를 주도한 헤이젠 박사의 지적이다. 그는 “중년 이상의 미국인 중에는 비만과 당뇨병, 고콜레스테롤 또는 고혈압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라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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