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아마존 원시 부족, 인터넷 연결하니…“8개월 만에 'SNS · 포르노 중독'”

서희원 2024. 6. 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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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지역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해 온 브라질 원시부족의 일부가 위성 인터넷을 얻은 지 불과 8개월 만에 인터넷 중독을 겪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전했다.

마루보족은 외부와 접촉한 뒤에도 자신들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보존해왔지만, 지난해 9월 스타링크를 통해 인터넷이 연결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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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보족 일원과 브라질 활동가 앨리슨 르네우(가운데)가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앨리슨 르네우 링크드인 캡처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지역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해 온 브라질 원시부족의 일부가 위성 인터넷을 얻은 지 불과 8개월 만에 인터넷 중독을 겪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전했다.

웹 서비스와 동떨어졌던 지구상 유일한 지역, 아마존은 지난 2022년 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가 진입하면서 하나 둘 인터넷 연결을 시작했다.

2000여 명으로 구성된 원시부족 마루보족도 그중 하나였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이투이 강을 따라 수백마일을 지나면 나오는 곳에 사는 마루보족은 지리적으로 동떨어져 있어 자신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수백년 간 구축해온 이들이다.

마루보족은 외부와 접촉한 뒤에도 자신들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보존해왔지만, 지난해 9월 스타링크를 통해 인터넷이 연결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폐쇄적인 문명에 인터넷이 도입되면 어떻게 바뀔지 확인하기 위해 NYT가 9개월 만에 마루보족을 찾았을 때, 이들은 가장 먼저 10대들이 인스타그램 화면을 스크롤하는 모습을 접했다.

또한 한 남성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으며, 남자들이 모여 앉아 축구 경기를 스트리밍으로 관람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이지만 9개월 전 마루보족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부족 일원인 한 부부는 수년 간 미국 가정을 괴롭혔던 문제와 씨름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가십으로 가득한 그룹 채팅을 이어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폭력적인 게임, 포르노에 중독되거나 온라인 사기, 가짜 뉴스를 접하는 등의 우리 사회에서도 논쟁이 되는 문제다.

마을 지도자 중 한명인 에노크는 NYT에 초창기 스타링크에서 잠재력을 봤다고 말했다. 과거 새로운 관습과 기술, 언어를 접하면서 멧돼지 사냥 도구가 활에서 총기로, 카사바에 길을 표시하는 도구가 마체테에서 쇠톱으로 바뀐 것처럼 인터넷 연결이 마을을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이전에는 마을에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마루보족은 구형 라디오를 이용해 인근 마을에 메시지를 보냈고, 이웃 마을이 당국에 이를 알려 해결하는 느린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인터넷이 연결된 후에는 누군가 뱀에 물리더라도 모바일로 손쉽게 구조 요청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문제점도 발생했다. 인터넷을 접한 젊은이들이 게을러지고 마을의 전통적인 문화가 아닌 백인의 문화를 접하는 데만 집중한 것이다. 에크노는 “휴대전화에 갇혀 사냥하지 않고 식량을 재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자극적인 영상에 중독된 이들도 늘어났다. 젊은 남성들은 그룹 채팅을 통해 포르노 영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마루보 협회 리더인 알프레도는 “사람들 앞에서 입맞춤만 해도 눈살을 찌푸리는 보수적인 사회가 바뀌었다”며 “일부 지도자들은 이미 젊은 남성들에게서 공격적인 성적 행동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마루보족 지도자들은 전통적인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매일 아침 2시간, 저녁 5시간, 일요일 하루종일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 접속 제한 규칙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의 편리함을 경험한 이들이 많아 보급 전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NYT는 진단했다. 실제로 부족 일원인 차이나마는 NYT에 “제발 우리에게서 인터넷을 빼앗아 가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루보족에게 스타링크 안테나를 기증한 브라질 활동가 앨리슨 르네우는 “인터넷이 '양날의 검'이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내가 이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강요하기 위해 인터넷을 도입해준 것이 아니다. 난 이들이 놀라운 자체 문화의 순수성을 보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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