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엔 구원·노동자엔 구속… 미국을 둘로 쪼갠 아마존[북리뷰]
알렉 맥길리스 지음│김승진 옮김│사월의책
美 온라인 소매거래 절반 점유
물류센터 노동자 죽음 묵인 등
정부 방임 속에 사업영역 확장
빈부격차 키우는 사업구조 비판
급히 클릭한 주문 버튼이 몇 시간 후 사랑스러운 택배가 돼 나타나는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은 현대인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놨다. 특히 온종일 갓난아기와 전쟁을 치르는 주부, 일과 가정 사이에서 분투하는 워킹맘, 급격히 늘어나는 1인 가구 등 쇼핑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이들에게는 생존 서비스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대도시와 달리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은 여전히 오지 않는 소중한 택배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렇게 세상은 둘로 나뉘었다.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지역은 빠른 배송의 대표 기업 ‘쿠팡’의 이름을 따 인터넷에서 ‘쿠세권’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받는 쿠팡이 공공연히 벤치마킹한 기업이 있다. 미국 온라인 소매거래의 절반을 점유하고 세계를 상대로 물건을 팔며 적극적인 사업확장으로 우주산업까지 진출한 아마존이다. 탐사보도 전문 기자인 저자는 아마존도 미국을 둘로 나눴다고 주장한다. 아마존의 점령 아래 미국이 지독히 가난한 지역과 어마어마하게 부유한 지역으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뿌리에 얽힌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을, ‘발품’을 통해 증명해 나간다.
저자는 아마존의 본사가 위치한 워싱턴주 시애틀과 아마존에 막대한 양의 골판지를 공급하는 공장이 위치한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상황을 비교하며 극심한 빈부 격차를 드러낸다. 점점 더 많은 정보기술(IT) 인재가 몰리고 있는 시애틀의 소득 상위 20% 가구 평균 소득은 31만8000달러(2016년 기준)에 달하는 반면 데이턴 골판지 공장의 하청 노동자들은 12달러의 시급을 받아 생활한다. 시애틀의 주택 구입비 중앙값은 75만 달러를 넘어서지만 데이턴에서는 노숙인 쉼터에서 잠을 청하는 이들만 늘어간다.
이처럼 수많은 사례는 아마존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피폐한 삶을 그린다. 그러나 이를 통해 저자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마존보다 미국의 산업이라는 큰 그림이다. 가장 최근의 경제 불황이었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많은 산업이 도산하거나 기술 혁신을 꾀하지 못해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후 자동차, 철강 등 고임금 육체노동에 종사했던 사람들과 공장이 있던 지역은 회복할 길 없는 불황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데이턴도 그중 하나다.
이와 같은 지역에서 표를 얻어야 했던 정치인들은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짓고자 하는 공장, 물류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면세 등 수많은 특혜를 제공했다. 저자는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로비 활동을 위해 오히려 워싱턴 DC에 더 자주 머물고 있음을 지적하고, 지역 중소기업을 말살한 아마존 구매 계약에 참여했던 공무원들이 이후 아마존으로 이직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동시에 에어컨 하나 없는 물류센터에서 쓰러지거나 안전장치 미비로 지게차 바퀴에 깔린 노동자들의 죽음에 정부가 침묵했다는 점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정부의 방임 속에서 ‘편리한 생활’을 실현한다는 아마존은 노골적으로 노조 설립 방해행위를 이어가며 영역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의 본사가 위치한 지역을 제외한 곳의 사람들은 더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더 적은 임금을 받으며, 더 위험한 일로 내몰린다. 안정적 승자 독식 구조의 완성이다. 저자는 이를 아마존의 단일한 성공이자 미국 산업 전체의 퇴보라고 평한다.
아마존의 성공이 혁명적이기에 국내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많은 부분에서 아마존을 닮아있다.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에 더디고, 사업 영역 확장에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상생보다는 부담을 전가하는 데 더 열심이라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든다는 기업의 압축적 성장을 경험한 저자는 산업 전체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520쪽, 2만7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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