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 부른 ‘孝’ 대립… 대한민국은 ‘아버지의 그늘’ 벗어났나[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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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 제목이라고 하기는 다소 비유적인가 싶지만 책 내용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조선조 엘리트 계층에게 명나라는 '아버지 국가'였고, 그 이념의 병폐에 대한 비판은 현재 한국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논증한다.
'아버지 국가'를 찾던 그 이념은 전쟁 발발의 원인에 들지 않았고 세계 정세와 동떨어져 있었다.
그 배경을 '아버지의 그림자'라고 표현하고 현재 한국은 벗어나 있는 것인지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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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범 지음│사계절
역사서 제목이라고 하기는 다소 비유적인가 싶지만 책 내용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조선조 엘리트 계층에게 명나라는 ‘아버지 국가’였고, 그 이념의 병폐에 대한 비판은 현재 한국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논증한다.
17세기 병자호란에 관한 지금까지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고 책은 주장한다. 영화, 소설 등 ‘남한산성’ 콘텐츠로 병자호란을 접한 대중 인식은 여전히 현실론인가, 명분론인가 논쟁 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 틀은 청나라를 향해 무모한 싸움을 걸었다가 국가 붕괴로 치달았던 조선에 대한 질타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이에 저자는 “세상사에 명분 없는 실리는 없고, 실리 없는 명분도 없는 법”이라고 한다. 조선 지배층이 어째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 들여다보면 현실론과 명분론이 뒤섞여 있는 단계에 이른다.
병자호란에 앞서 조선은 충·효 가치를 기반으로 지배 체제를 형성했다. 특히 효 관념은 절대 가치였고 그 위협은 사회 붕괴로 간주됐다. 청나라가 명나라 북경을 포위한 1630년 부호군 신성립은 “부모가 곤란에 빠졌는데 구원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라고 인조에게 물었다. ‘척화론’ 세계관에서 조선과 명나라는 아들과 아버지였다.
당시 조선 사회는 “천하에 옳지 않은 부모는 없다”는 말이 통용됐다. 근데 그 대척점의 ‘주화론’ 진영도 이 세계관을 공유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주화론 선봉으로 알려져 있는 최명길은 조선이 청나라와 함께 명나라 정벌에 나섰던 현실 상황에서도 명나라 측 입장을 고수했다. 척화의 김상헌뿐 아니라 최명길 역시 청나라에 끌려간 이른바 ‘심옥 사건’은 이 맥락에서 이해 가능한 것이다.
이분법 비판은 호란의 원인을 척화론에 돌릴 수 없다는 점도 짚는다. 청나라 홍타이지는 칸 등극 이전부터 조선에 대해 그 외교 노선을 떠난 강경 일변도였다. 명나라를 치는 것은 조선을 제압한 다음 단계라는 입장이었다. 누르하치가 죽고 홍타이지가 그 뒤를 이은 순간 청나라의 조선 침공은 예정 수준이 됐다. ‘아버지 국가’를 찾던 그 이념은 전쟁 발발의 원인에 들지 않았고 세계 정세와 동떨어져 있었다. 호란의 영향으로 조선 사회에서 해당 이념은 더 강화됐다.
저자는 사회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당대에 자행됐던 인조실록 등 사료 조작의 사례를 파헤친다. 그 배경을 ‘아버지의 그림자’라고 표현하고 현재 한국은 벗어나 있는 것인지 되묻는다. 264쪽, 1만7000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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